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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역사가 정말 오래된 일본 팔콤사의 RPG 게임입니다. 정확히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제목이고 영웅전설이 부제인데, 이후 시리즈가 영웅전설 이름으로 발매가 되어서 편의상 영웅전설을 앞에 적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도스판이 발매가 되었으며 아무래도 80년대 만들어진 게임을 여러 기종으로 이식한 것이다보니 그래픽이 좋진 않지만 시대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이스1,2 편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영웅전설쪽이 확실히 좀 더 낫습니다. 아기자기한 2D 도트 하나하나가 보일 정도의 세밀함이 살아있습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2D 그래픽. 나쁘지 않다]

 의외로 옛날 게임치고 조작이나 인터페이스 때문에 열 받진 않습니다. 이건 이스 초기작도 그랬었는데, 팔콤의 철학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메뉴가 굉장히 단순하고 몇 개 없어요. 물론 고전게임답게 아이템 정렬이나 소지물품 제한, 상점에서 장비 구입 시 현재 장비와 능력치 비교가 안되는 등 여러 제약이나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80년대 게임치고는 상당히 양호한 편입니다.

 

 그래도 초기화면이 없다는 건 너무했습니다. 저장을 한 후에 게임을 끄고 다음 날 기대감을 품고 다시 플레이를 재개하려면 반드시 게임 초반부를 봐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왕자 세리오스에게 공부하라고 야단치는 장면까지 봐야만 메뉴를 열어 저장된 항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궁금합니다.

[단순한 메뉴화면]

 게임 진행방식도 전투도 전형적인 일본RPG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드래곤 퀘스트를 굉장히 닮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처음에는 랜덤 인카운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적이 보이지 않지만 초반이 지나면 맵 위의 적을 볼 수 있는 아이템이 등장해서 그 녀석들을 요리조리 피하면 전투 없이 진행이 가능합니다.

 

 전투는 전형적인 턴제 입니다. 적과 조우한 후 1인칭 시점으로 변경이 되며 화면 아래쪽에는 전투에 활용 가능한 공격, 마법 등의 메뉴가 나타나고 중앙에는 적의 모습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아군 체력을 비롯한 상태창이 나타납니다. 오른쪽의 화면은 전투가 아니라 이동중이나 대화시에도 항시 존재합니다. 이 상태창은 고전 PC게임에서 볼 수 있는 형태죠. 정말 별로입니다. 실제 게임화면이 너무 작아요.

 

 민첩이 높으면 턴이 빨리 오고 힘이 높으면 공격력과 체력이 오르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능력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벨업 시 자동으로 능력치가 오르지만 이것을 수동으로 배분할 수도 있어서 마법 특화 주인공을 육성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요.

[발견의 방울을 사용하면 적이 보인다]
[정말 심심한 전투화면]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계단식 난이도 상승입니다. 장소가 바뀌면 적의 체력과 공격력이 확확 뛰는데, 난이도 체감이 엄청 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레벨 노가다가 필요한 편입니다. 심지어 1장에서는 아예 레벨 8까지 찍고 오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레벨 노가다는 게임을 쉽게 질리게 만드는 바보같은 방식인데 옛날 게임은 왜 이리 이런걸 필수적으로 넣어놨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영웅전설1은 이 레벨노가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영웅전설1은 새로운 장비를 맞추는 것이 레벨 노가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어려움에 부딪힐 때는 차라리 적을 피해 어떻게든 다음 마을로 가서 새로운 무기를 사는 거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노가다를 해야하는데 적은 더럽게 강력하고 노가다는 하기 싫어지는 상황에 빠지게 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해적선에서 도박을 하는 겁니다. 도박이라고는 흔히들 이야기하긴 하지만 돈도 안 들어가는 미니게임 같은 건데, 이것을 통해서 최고의 검과 방어구를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을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버려서 긴장감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치트 쓰고 게임하면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이유와도 같죠. 하지만 저는 레벨 노가다가 너무 싫어서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차라리 이 방법이 더 낫겠더군요.

[최강의 장비를 너무나도 쉽게 얻을 수 있는 해적선 도박]
[현자에게 공짜로 배우는 마법. 버그로 상위마법을 배울 수도 있다]

 이셀하사라고 불리는 풍요로운 자연에 둘러싸인 세계, 그 중앙에 위치한 파렌 왕국, 그 왕국의 세리오스 왕자가 주인공입니다. 왕자는 두달 후 16세가 되면 왕이 되는 몸이기에 라이아스 할아범이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몰래 밖에 나가 슬라임 잡기 놀이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물이 왕자가 있는 엘아스터 마을을 공격해 오고 라이아스 할아범과 병사는 왕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세리오스는 루디아 성으로 돌아가 마을에 마물이 닥쳤다는 것을 알리지만 파렌의 국정을 대행하고 있는 아크담이 마물을 보낸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아크담은 10년 전, 루디아 성을 습격해 선왕의 목숨을 앗아간 마물을 조종했던 인물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죠.

 

 감옥에 갇혀있는 세리오스를 류난이라는 수도사가 구해주게 되고, 그를 따라 아크담에게 맞서는 레지스탕스에 가입한 세리오스는 빠르게 루디아 성을 되찾게 됩니다. 하지만 아크담은 도망쳐 버리고 세리오스는 복수를 위해서 또, 세계에 영역을 넓혀가는 마물을 막고 더 큰 악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여행길에 오릅니다.

[하루아침에 파렌 왕국에 닥쳐온 위기]
[레지스탕스와 함께 성을 되찾자]

 옛날 게임답게 대사가 많거나 깊이가 느껴지는 게임은 아닙니다. 대사가 많지 않은 까닭인지 가끔 어디에서 무얼 해야하는지 잘 파악이 안 될 때도 있습니다. 발매 당시에는 어땠을지는 몰라도 지금 보면 너무 뻔한 인물들의 대사와 진행방식이 그렇게 특색있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특히 별로인 점은, 이 아크담이라는 녀석이 잡을만 하면 도망가고 잡을만 하면 도망가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나락도 아니고 말이죠. 애초에 다른 왕국에서도 강력한 적이 하나씩은 꼭 등장하기 때문에 아크담을 살려둘거면 마지막까지 가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마지막 최종 보스에 대한 설명도 너무 부족하고 악역 중에는 나오자마자 전투하고 죽는 녀석이 있을 정도로 부실한 면이 있습니다. 옛날 게임이라 어쩔 수 없는 면이죠.

 

 그래도 옛스러운 게임답게 마지막에 교훈적인 주제와 딱 한 명의 개성적인 인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반에 만나 주인공의 낮은 레벨을 깔보다가 레벨이 오르자 동료로 합류하게 되는 로우라는 녀석은 이 게임의 백미입니다.

 

 이 녀석 사람 욕나오게 하는 대사를 아주 찰지게 하는데 욕 나오는 만큼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잊을만 할 때 또 나와주며 감초 역할도 해 주는 녀석이거든요. 

[도망 하난 잘 치는 아크담]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로우]

 그 명작이라는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도 초기작품을 지금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듯이, 현재 섬의 궤적으로 엄청난 팬을 확보중인 영웅전설 시리즈 역시 초기 작품은 지금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계단식으로 뛰어버리는 난이도, 부족한 악역의 묘사,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전투 등 지금 하기에는 단점이 큽니다.

 

 그래도 80년대 감수성을 담은 주제표현과 그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그래픽도 있으며 의외로 게임 내에 몇몇 놀랄만한 SF적인 요소도 있어서 그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이 짧기도 해서 시리즈의 팬이라면 해적선까지만 간다면 한 번 정도는 해 볼만 합니다. 한 번 정도는요.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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