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PS1으로 나온 마지막 파이널 판타지9편을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파판8을 해야할 순서였지만 한국어판이 없는 관계로 다음으로 미루어두었습니다. 9편 이후시리즈는 PS2로 발매가 되었고 리마스터가 되면서 한글까지 되었으나 파판9는 정식으로 한글이 되진 않았고 한글패치가 존재합니다. 저는 플스판으로 즐겼지만 스팀판이 리마스터가 되어있어서 깔끔하니 그것으로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은 지금보면 정말 형편없습니다만 당시에는 최고의 그래픽이었습니다. 과거로의 회귀라는 주제에 맞게 SF로 변모했던 이전 몇작품과는 다르게 확실하게 판타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덕분에 아름다운 녹지와 환상적인 자연배경, 그리고 고풍스러운 성과 마을을 보여주며 철과 기계로 둘러싸여 있던 전작과는 확연하게 다른 화면으로 그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래픽 수준만 좋은것이 아니라 디자인도 대단히 멋지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인물같은 경우는 전편에서 멋들어진 8등신을 채용했으나 이번 9편은 좀 더 아기자기한 4~5등신 정도의 인체비율을 보여줍니다. PS1 성능의 한계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파판8의 인물들은 종이쪼가리 같은 모습같기도 해서 조금 이상했었는데 차라리 이정도의 등신대가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딱 한가지, 게임이 2000년도에 발매되었음에도 음성이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PS1은 CD매체로 발매된 콘솔이기 때문에 다른 많은 작품이 음성을 도입을 했었는데 파판은 PS2에나 가서야 처음으로 음성을 넣었으니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파이널 판타지의 매력이자 어떤이는 단점으로 꼽는 것이 바로 CG영상입니다. 현 시대에는 해상도가 매우 낮긴 하지만 그 섬세함이나 표현력은 지금봐도 놀라움을 자아내며 부족한 하드웨어의 성능으로 표현의 한계가 있을 때 그 표현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장치로써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역시 당대 최고의 그래픽을 선사하는 파이널 판타지9]
[영상표현도 매우 뛰어난 수준]
이번작에서는 기본적인 레벨의 성장도 있지만 어빌리티가 중요합니다. 어빌리티는 6편의 마석과 비슷한 기능입니다. 파판9의 대부분의 장비에는 어빌리티라는 것이 달려 있습니다. 어빌리티는 케알, 파이어등의 흑,백,소환 마법과 강탈등의 사용기술은 물론이고 체력증가, 훔치기 확률 증가나 독, 마비등을 방어해주는 지속기술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모두가 공통으로 배울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하지만 직업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술이 다릅니다. 과거로의 회귀를 보여주듯 6편 이전처럼 고유기술을 가지게 되어 전투멤버를 고를 때 좀 더 조합을 생각하게 됩니다만 키워만 놓으면 지탄, 쿠이나, 프레이야의 기술이 워낙 좋아서 이들을 자주 사용하게 되긴 합니다. 다른 인물도 좀 더 강력한 공격이나 기술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장비를 착용하면 장비에 붙어있는 어빌리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전투시마다 AP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이 AP를 꾸준히 얻게되면 해당 어빌리티를 마스터 하게되고, 마스터를 하면 해당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는 장비를 착용하지 않아도 사용가능하게 됩니다. 필요 AP는 장비창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일정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좀 더 전통적인 방법이고 나쁠 것은 없지만 파이널 판타지가 이전부터 그랬듯 평범하지 않은 방식을 택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다만 한가지, 어빌리티 마스터를 하기 위해 AP를 얻어야 하는데, 좋은 장비를 얻어도 키우고 있는 어빌리티 때문에 바로바로 장비를 바꾸지 못한다는게 아쉬웠던 점입니다.
[대부분의 장비에 있는 어빌리티를 습득할 수 있다]
파판9의 과거로의 회귀는 전투에서도 이어집니다.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인지 파이널 판타지7편부터는 전투인원이 3명으로 줄어버렸는데 이번작은 7편 이전작들처럼 4명이 전투를 하게되었습니다. 6편부터 동료의 수가 많아지면서 파티를 꾸리는데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전투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이 한명 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전투의 기본은 전작과 똑같습니다. 기본적으로 ATB 체계를 채용하고 있어서 액티브 게이지가 다 차는 인물이 자신의 한 턴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4편부터 이어져오는데 변화도 거의 없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10편에서 변화하긴 합니다. 멋진 마법연출과 소환수 연출이 보는맛을 더해주는데 소환수 연출은 시리즈가 거듭되면 될수록 화려해짐과 동시에 길어집니다. 한 번 공격하는데 몇십초가 소요되는것도 있어서 스킵기능이 없는 이 게임에서 조금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작의 전투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투에서 공격, 마법등의 행동을 시전하는 중에는 시간이 멈춰있어야 하는데 이때에도 시간이 흘러서 액티브 게이지가 찬다는 겁니다. 이건 6편에서도 발생했던 일이라 너무나도 실망스럽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간마법이 거의 쓸모가 없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헤이스트를 걸어서 상대방보다 턴이 빠르게 돌아오게 하고 한 번의 행동을 더 먼저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간마법의 매력이지만 마법처럼 연출이 긴 공격을 하게되면 상대방의 액티브 게이지가 다 차게되어 상대방이 턴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반대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공격을 하는동안 우리의 액티브 게이지가 다 차게되어서 내가 메뉴고르느라 머뭇거리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턴이 바뀌지 않는 요상한 사태가 발생합니다. 스톱을 제외하고는 시간마법의 활용도가 극히 떨어져서 ATB의 매력을 완전히 죽이는 전투입니다. 참고로 언제나 리제네 어빌리티를 장착해 놓고 가넷이 최종소환수이자 연출이 어마무시하게 긴 아크를 소환하면 소환연출 도중에 시간이 계속 흐르기 때문에 리제네 효과를 극대화 시켜 천 이상의 체력을 채우게 됩니다. 이게 뭐하는짓인지 모르겠네요.
이 게임 보스전이 참 뭐시기 합니다. 그냥 평범하게 때려잡아도 되지만 보스들의 대부분은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어서 훔치기 성공할때까지 훔치기를 먼저 하게 되는데 좋은 장비일수록 훔칠 확률이 너무나도 낮아서 고통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장비는 조금 후에 상점에서 구입하거나 던전의 상자에서 발견할 수도 있지만 몇몇 장비는 정말 희귀한 장비라서 구하기 쉽지 않은 것도 있어서 그냥 놓치고 가기에는 아쉽기 때문에 훔치기를 계속하는데 이것때문에 조금 지루하기도 합니다. 말했듯이 대부분의 장비는 상점에서도 팔기 때문에 초중반에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쿠쟈에게 로브 훔치는데 2시간 걸렸습니다. 이런짓 하지 맙시다.
[파판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 ATB가 사용되는 전투]
[어떤 시리즈에도 꿀리지 않는 연출길이를 자랑하는 소환수 아크]
게임의 초반 도전단 탄타라스는 비공정을 타고 알렉산드리아의 공주 가넷을 납치하기 위해 출발합니다. 연극을 하는 도중 성에 잠입해 공주를 납치하려 하는데, 무슨 일인지 공주가 자신을 납치해달라는 제안까지 하면서 같이 알렉산드리아를 벗어납니다. 우여곡절끝에 브리충이 되어버린 린드블룸의 시드왕을 만나서 알렉산드리아의 브라네 여왕이 어떠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함께 브라네를 막아내야만 하는것이 초반부의 내용입니다. 진행에 나감에 따라 브라네를 도와준 쿠쟈라는 놈이 등장하고 결국 이 쿠쟈의 행보를 쫓으며 그의 행보를 막는 것이 최종목적이 됩니다.
진행을 해가면서 쿠쟈의 정체와 더불어서 지탄과 가넷의 출신지와 정체까지 드러나게 되는데 이정도가 가장 극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테라와 가이아의 융합에 대한 이야기는 멋진 설정이어서 놀라웠습니다. 여기에 파이널 판타지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놀라운 동영상의 연출이 기다리고 있어서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마무리가 좋진 않습니다. 마지막 던전인 크리스탈은 이전 내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졌으며 마지막 보스는 그야말로 왜 나왔나 할정도로 당황스러움을 보여줄 정도로 한순간에 등장했다가 일행에게 당하며 사라집니다. 이런 등장은 그다지 극적이지도 않고 황당함만을 가져다 주는데 과거로의 회귀를 나타내서 그런지 예전 파이널 판타지에서 보여주었던 뜬금포 최종보스를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가넷을 유괴하면서부터 시작]
[놀라운 연출덕분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게임의 줄거리는 쿠쟈의 계획을 막는 것이지만 그 과정속에 숨어진 주제는 바로 각자의 삶과 그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가넷이나 지탄같은 경우는 주인공이지만 널리 알려진 성격을 가지고 있고 거의 무존재인 사라만더나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평범한 프레이야도 있어서 개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순 없지만 비비만큼은 다릅니다. 흑마도사 비비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태어나 짧은 삶을 가지고 있고 그 태생덕분에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삶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고전적인 파판시리즈의 흑마도사 옷을 입은 이 비비야말로 게임의 가장 뛰어난 인물이며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며 방황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누구인지에 대한 의미를 찾아갑니다. 어린 나이설정이라 가엾어 보이기도 하며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 마음도 들고 그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해서 너무나도 애착이 갑니다.
[이 게임의 주제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흑마도사 비비]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 게임에는 파고들기 요소또한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8편에서 본 게임보다 더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카드게임을 약간은 고쳐서 내놓았고 7편부터 있었던 쵸코보 키우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카드게임도 꽤나 재미있는 편인데 쵸코보를 키울때는 약간의 연출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쵸코보와 쵸코그래프를 활용해 보물을 찾게 되는 여정에서 쵸코보의 꿈이 등장하고 진화하게 되며 결국 마지막에는 쵸코보 파라다이스에서 꿈의 뚱보 쵸코보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정말 멋졌습니다. 물론 보물들도 꽤나 좋은 녀석들이라 즐거웠어요. 하지만 쵸코그래프를 찾기 위해서는 맨땅에 부리질을 해가며 찾아야만 하는데 이건 정말 고통스러운 반복작업입니다.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쵸코그래프를 찾고 있노라면 나는 누구인데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란 생각만 가득하게 됩니다. 쵸코그래프 찾는데만 수시간을 써서 너무나도 힘이들었네요.
이 외에도 알렉산드리아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줄넘기와 달리기는 이후 파판10에서 엄청난 미니게임이자 악랄한 번개피하기나 쵸코보 레이스의 초석이 됐다고 봅니다. 무려 1,000회를 해야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줄넘기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100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 달리기는 버튼연타로 인해 손가락 연골이 손상될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번작은 다른 경로로도 이들이 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것이 기초가 되어 10편에서는 칠요무기를 얻는데 꼭 필요한 소재가 되었으니... 벌써부터 10편을 하기가 두렵습니다.
[힘들지만 뿌듯한 쵸코보 키우기]
[달리기, 줄넘기 등 악랄한 미니게임은 9편부터 시작된다]
[카드게임도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다. 모든 카드를 모아보도록 하자]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고맙게도 한글패치를 만들어 주신 덕분에 처음으로 한글판으로 즐겨봤는데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한 번 느끼게 되네요. 이번 작품은 로딩이 너무 길고 마지막 보스가 너무 뜬금없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전개에 다시 한 번 판타지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배경에 설레이게 됩니다. 엔딩곡도 전작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고 무엇보다 비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잊혀지지 않는 9편입니다. 이후 시리즈는 흑마도사나 백마도사같은 고전적인 파이널 판타지의 느낌보다는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기에 이번작품이 상당히 소중한 것 같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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