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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TGL의 간판 RPG게임 파랜드 스토리 시리즈의 첫작품을 해보았습니다. 파랜드 택틱스가 더 유명하긴 하지만 파랜드 스토리도 좋아하시는 분이 꽤 계실 겁니다. 학교 다닐 적 파랜드 택틱스로 처음 접해 본 아이들이 이 게임까지 손을 대고 서로 대화를 나누곤 했었는데 정말 추억이네요. 


 파랜드 스토리의 그래픽은 딱히 칭찬할 만한 점이 보이질 않습니다. 귀여운 2등신 인물들이 등장하며 일러스트도 얼굴이 부각되는 동글동글한 매력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래픽 수준이 딱 알피지 만들기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고 배경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쓰기를 합니다. 모든 나무가 똑같이 생긴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장이 비슷한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처음 느낌이 산뜻하지만 인상적이지 않다는 거죠. 그래도 보기 나쁜 편은 아닙니다.


[깔끔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파랜드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SRPG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아주 전통적인 방법으로 민첩의 영향으로 빠른 턴이 돌아온다던가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아군 턴에 모든 인물이 한 번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마법사가 있어도 마나의 개념이 없고 마법이라는 명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격/회복 명령만이 존재해 무기에 따라 물리, 마법 공격이 나뉘어 지며 회복 또한 마찬가지로 자기 턴이면 회복해 줄 수 있습니다.


[공격, 회복시 애니메이션으로 화면 전환이 되는 매력]


게임에 특이한 점이 바로 공격가능한 거리입니다. 이 장르의 다른 게임들처럼 로드, 파이터, 나이트, 매지션, 위저드, 소서러, 프리스트 등등 병과가 꽤나 나누어져 있습니다. 보통 궁수가 사거리가 가장 길고 마법사는 광역 공격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공격 사거리는 직접/간접 딱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직접은 바로 한칸거리만 공격이 가능하고 간접은 2칸거리까지 공격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나이트의 무기가 직/간접이 동시에 가능한 것을 착용하면 궁수, 마법사와 사거리가 똑같아지는데 이것 때문에 병과, 사거리에 따른 전략적인 면이 희석됩니다. 


 인물이 서 있는 지형에 따른 방어력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장이 워낙에 넓어서 지형선택을 통한 전략적인 면도 찾아보기 힘들어 이게 어디서 전략을 써야되나 하는 의심까지 갑니다. 거기에다가 창세기전1보다 심각한 꼬불꼬불한 길이 2~3번 정도 나오는데, 여러가지 함정요소가 있는것도 아니고 꼬불꼬불한 길을 몇 턴에 걸쳐서 지나가기만 하다보면 마지막엔 해탈하고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무뇌의 상태까지 가게 될 겁니다. 

  행동이 끝난 아군에게 한 번 더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바드나 언데드나 유령 계열에 강한 승려등 몇가지 상성이 있어서 그나마 전략적인 요소를 몇가지 찾을 수 있습니다.


 설정에서 이동을 빠르게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생략할 수도 있어서 여러가지 설정을 지원하는 점은 정말 좋습니다. 저는 이런 애니메이션 보는 거 좋아해서 다 보았지만 만약 슈로대처럼 공격 애니메이션이 하루종일 걸린다면 반드시 생략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턴을 소모하지 않은 인물에게 자동으로 커서가 가는 기능이 없는 것은 굉장히 불편합니다. 턴이 끝나지 않은 인물을 메뉴로 열어서 찾아야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한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점이 더 큽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이 90년대 초반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동 저장이 된다는 것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의 선구자급이 아닌가 할 정도에요. 스테이지마다 자동저장 되는 것을 넘어서 아군 턴이 돌아올 때마다 자동저장이 됩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게임에서 게임오버를 당할 정도의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그 턴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설명서]


 이 게임에서 독특한 점이 또 상점 이용입니다. 대부분의 전장에는 몇몇 마을이 존재하고 이 마을에서 회복아이템이나 장비를 구매할 수가 있는데 누가 구매하든 부대가 공유하는 가방으로 공유가 되어서 정말 편합니다. 판매는 더더욱 간편해서 마을에 들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화면 빈 곳에 우클릭 해서 아이템 일람을 열고 거기서 원하는 상품을 클릭하고 바로 팔아버리면 됩니다. 상점에 가지도 않았는데 누구한테 파냐고 물어보면 할 말 없지만 편하긴 편해서 저는 좋아합니다. 이 게임이 발매 되고 한참 뒤에 나온 파랜드 택틱스처럼 전투 끝나고 정비가 가능한 것도 아니라 매우 편리하고 좋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행동이 끝난 인물도 장비교체나 아이템 사용이 자유로워서 전략성은 더더욱 사라져 갑니다. 상대가 직접 혹은 간접 공격밖에 없다면 상대가 반격할 수 없는 범위에서 공격하면 되지만 보스전을 포함한 후반에 나오는 많은 적들이 직/간접 공격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내가 공격을 하더라도 대부분 반격이 들어와서 난이도가 있어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는 이유가, 바로 아군 턴이라면 언제든지 아이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체력이 다해 쓰러지더라도 부활 아이템 하나면 불이익이 있긴 하지만 다시 일으켜 세워 전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역시 난이도 하락의 주범 중 하나가 됩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을 하면 긴장감이 없어서 쪼이는 맛이 없어요. 하지만 쉬운 게임도 나쁜 게임은 아니라 어렵고 복잡하지 않게 그냥 손 가는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

 

[구매는 마을에서]


[판매는 아무데서]


  육성요소 또한 기가 막힌 요소입니다. 경험치를 얻는 것이 쉬운 편이라 키우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일단 적에게 막타를 친 사람이 경험치를 많이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막타가 아니라도 대미지를 준 만큼 경험치가 올라서 이 장르에서는 꽤나 잘 주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몇몇 스테이시에서는 새로운 적이 계속해서 등장, 소환하는 구간이 있어서 원한다면 여기서 레벨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굳이 안해도 되는 노가다로 모든 인물을 만렙을 만들어 줄 수도 있어서 크게 좋지 않은 인물이라도 애정있는 인물의 만렙을 찍어주기도 하는 등 나름 키우는 재미를 만드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육성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능력치의 임의 상승입니다. 직업도 정해져 있는 마당에 레벨업 할때마다 어떤 능력치가 얼마나 올라갈 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파이터나 나이트 같은 직업이 레벨업을 하면 체력과 공격력, 방어력 위주로 능력이 올라야 하는데 뭐가 오를지 알 수가 없는데, 심지어 체력만 달랑 1 오르고 끝나는 경우도 있으니 사람 환장할 지경입니다. 혹시라도 전투에서 기절하게 되면 부활 아이템으로 바로 부활할 순 있지만 능력치가 또 임의로 떨어지게 되니 이건 뭐.. 원하는 대로 키울 수도 없어서 제발 공격력 오르라고 물 뜨고 기도라도 드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회복으로는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승려 계열의 클레릭이나 프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체력이나 공격력이 아주 나쁘진 않지만 좋은 편은 아니라 유령계열이 아니고서는 큰 대미지를 주기가 힘든데 회복이 가장 큰 역할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역할을 맡기기도 어렵고 근접공격이라 앞에 내세워야 하는 어려움까지 있습니다. 어째서 바드가 턴을 회복시켜 주는 노래를 부르면 경험치 5가 오르는데 회복은 왜 안 오르게 만든 것일까?? 아직도 의아합니다.


[레벨업시 임의로 올라가는 능력치]


[기절하면 임의로 떨어지는 능력치]


 열심히 경험치를 받아 올릴 수 있는 레벨의 제한은 20이며 최대 능력치 제한은 45입니다. 대부분은 레벨 20까지 올려도 최대치까지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능력치를 올리느냐? 간단합니다. 아이템 사서 먹이면 됩니다. 보통의 RPG는 이러한 아이템이 극소수가 존재하거나 매우 어려운 조건으로 입수가 가능한데 반해 파랜드 스토리는 게임 초반부부터 특정 마을에서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도구를 팝니다. 그것도 천원이라는 가격에 능력치를 무려 5씩이나 올려주죠. 그래서 사실 돈만 있으면 레벨을 안 올려도 능력치는 최상으로 키워줄 수 있습니다. 이게 난이도 하락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한데 마지막 보스는 꽤나 강력해서 능력치 올려주는 아이템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해서 좀 강제되는면이 조금 있는데 굳이 이렇게 해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다시 플레이하는 목적도 사라지고 육성의욕도 사라져서 전투에 대한 동기부여가 조금 사라집니다.

 

 몇몇 인물들은 특정 장비를 얻으면 전직이 가능한데 이들은 첫번째 직업에서 얻은 능력치가 2번째 직업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또 최대 능력치에 도달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주인공 아크같은 경우는 전직이 안되서 능력치 아이템 먹는 것이 필수적인 것과 대비가 되죠.


[천원의 행복]


 이 게임의 스토리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멋들어진 오프닝이 있긴 한데 몇몇 도스게임이 선보였던 오프닝 실행파일 따로두기를 선보였습니다. 게임 시작하자마자 여주인공 훼리오가 흑기사에게 끌려가고 그의 친구이자 주인공인 아크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훼리오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 가는 곳마다 마물들에게 고통받는 마을을 구해주며 훼리오를 끌고간 자들의 목적을 서서히 알아가게 되며 결국엔 마왕을 무찌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네.. 뭐 특별한 거 하나 없고 놀라움을 전해주지도 않으며 너무나도 많이 본 설정입니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가진 게임같은 경우는 대사를 비롯한 인물간의 구도와 설득력 있는 설정, 시각적인 연출 등이 중요한데 이 게임은 아크의 출생의 비밀 말고는 특별히 놀라운 내용도 없습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같은 경우에도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스테이지가 시작하면 대사창으로 몇마디 나누는 것이 전부라 인물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거나 매 스테이지마다 추가되는 동료들은 합류할 때 말고는 대사도 거의 없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도 않아서 이완이나 윌, 파미라 같은 애들은 뭐 거의 있는 듯 없는 듯 유령같은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도 하나 좋았던 것은 에필로그에서 모든 동료의 후일담이 조금이지만 나온다는 겁니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나름 괜찮았던 것 같아요.


[나름 신경쓴 오프닝]


[시작하자마자 흑기사에게 끌려가는 훼리오]


[이 이후로 이들의 소식은 에필로그에서만...]


 가볍게 시작했는데 의외로 시간을 꽤나 잡았습니다. 아크를 비롯해 강력한 몇명만 키워서 엔딩을 보는것도 가능했는데 욕심이 나서 죄다 키웠더니 시간이 좀 걸렸네요. 파랜드 스토리는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깊이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파고들 요소도 별로 없고 이야기도 시시하며 맵이 넓은 것에 비해서 전략성도 부족한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레벨업시 랜덤능력치 상승이지만 아이템으로 올려버려 육성의 의미도 크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게임입니다. 

 그래도  게임이 항상 무겁고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랜드 스토리는 밝고 가벼우면서도 이 장르가 필요한 건 대부분 있어서 이 순간을 즐기며 게임할 수 있는 점이 있어서 혹시 시간이 없어 무거운 게임을 못한다면 해봄직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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