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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약 10년전에 PS2로 발매되었던 파판12의 리마스터판이 한국어화 되어 잡아보았습니다. 과거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재미없게 한 파판으로 기억하고 있었으며 10년전에 할 때도 엔딩만 후다닥 보고 뒤도 보지 않았던 시리즈이고 인상적인 장면도 전혀 없었던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본판으로 진행했었기 때문에 완벽한 한국어화를 거친 이번에는 몰입도가 다를거라 기대를 하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은 지금봐도 나쁘다고는 느껴지진 않습니다. 10년 전 게임이라 당연히 현세대 게임들에게는 한참 부족하지만 엉망은 아닙니다. 오히려 10년전 게임이 지금봐도 이정도는 되다는 게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10년전 발매 되었을 때는 인물의 움직임 표현이나 입모양도 대단히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배경, 특히 건물의 외벽을 포함해 바닥에 있는 문양등의 표현이 매우 세세하게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 심판관들이 입고 있는 갑옷의 표현도 대단합니다. 당시에는 인물표현에는 신경을 썼었지만 건물, 사물의 문양이나 바닥 그래픽은 정말 별로였는데 파판12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공을 들여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음성하고 입이 좀 맞지 않는다거나 애들 얼굴에 때구정물 묻은 것처럼 거뭇거뭇한 표현은 리마스터까지 이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원작보단 나아진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그래픽이 시대를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정도의 그래픽보다 훨씬 좋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잘 전해지지 않지만요.


 동영상 또한 지금봐도 훌륭합니다. 3D 그래픽과는 다르게 인물들에게 때구정물도 없고 배경도 멋지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컷신이나 동영상이 나올 때 게임 화면의 5분의 1정도에 해당하는 크기가 잘려서 자막 용도로만 사용이 됩니다. 화면 아래쪽을 이렇게 크게 잘라가면서 이렇게 자막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 의아합니다. 


[지금도 봐줄만한 그래픽]


[영상수준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동안 랜덤 인카운터와 특유의 ATB를 자랑했던 전투가 실시간 전투로 확 바뀌었습니다. 인카운터제가 완벽하게 사라져서 눈 앞에 보이는 적과 실시간으로 싸울 수 있으며 전투에 돌입할때, 끝났을 때 존재하던 로딩마저 사라져 전투가 쾌적합니다. 적이 나타나면 무기를 뽑아들고 활용하는 무기가 원거리라면 전투중에 거리를 벌리기 위해 멀리 달아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온라인게임같은 전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방어가 좋은 인물에게 디코이라는 마법을 걸어 미끼역할이 되어주고 다른 인물은 원거리 공격을 하는 등의 전술적인 면도 갖추고 있어서 양쪽에 일렬로 세워놓고 한턴한턴 주고받는 이전작들보다 좀 더 전술적이고 역동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실시간 전투여서 전투중에 계속해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기도 하지만 턴제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ATB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행동하기 위해선 액티브 게이지가 차는 것을 기다려 한 번의 행동을 해야하는 방식은 여전합니다. 이 중 아이템은 액티브 게이지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바로 써집니다. 개인적으로 차라리 액션형태로 가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령을 내리려면 메뉴를 불러와서 싸우기를 누르거나 마법메뉴, 아이템 메뉴로 들어가야 하는데 번거롭고 속도감도 살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기술을 버튼에 지정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훨씬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전작들과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는 이번 작품에서는 청마법이 사라져버렸고 소환수 또한 크게 바뀌어서 생전 처음보는 소환수들만이 나옵니다. 언제나 최강의 자리를 지켰던 바하무트나 초반에 자주 쓰이는 시바, 이프리트 같은 녀석들은 소환수로 등장하지 않고 제국등의 비공정 함대 이름으로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투시 마법을 한사람씩 쓰게 된다는 겁니다. 두 명이 동시에 마법을 날릴 수는 없으며 한 사람이 블리자가를 쓰고 있는 중이라면 설사 마법의 영창 시간이 다 되어 게이지가 다 찼어도 그 녀석이 블리자가를 발동하고 난 바로 뒤에 마법이 발동됩니다. 후반에 나오는 마법은 연출이 길기 때문에 마치 여러명이 동시에 마법을 쓸 수 있는 듯이 느껴지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한꺼번에 다수가 마법이나 스킬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부각되진 않지만 마법공격 위주의 몹들이 다수 나와 마법을 쓰다보면 우리 백마도사의 케알가 액티브 게이지가 다 찼음에도 가만히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급식 배식받는 것도 아니고 왜 이리 해놨는지 모르겠네요. 


  근접공격 위주의 인물은 기술이 없어서 헤이스트나 버서커를 걸어놓고 평타만 때릴 수 밖에 없는데, 이전 시리즈에서 마법사가 아닌 물리계열 직업에도 다양한 기술을 부여했으면서 이번작만은 어이없게도 평타만 계속해서 치니 그저 멍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버서커와 평타가 강력하고 마법처럼 다음행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라 효율적이기까지 해서 계속 쓰게 됩니다. 소환수를 소환하면 소환자와 소환수만 공격에 참가하기 때문에 3명 파티가 훨씬 효율적이고 소환수 대미지도 쓸만하지 않아서 잘 쓰이지도 않습니다. 미스트낵도 하나하나는 약해서 R2버튼을 활용하며 여러번 날려서 히트수를 올려야 하는데 이게 또 미스트낵 연출이 긴데도 스킵지원이 안돼서 지루합니다. 똑같은 걸 몇번을 보는건지 모르겠어요. 전투가 확 바뀌어서 좋긴한데 그에 어울리는 공격방식과 새로운 소환수 활용등이 필요했었습니다. 액티브 게이지를 버리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실시간으로 확 바뀐 전투]


[필살기인 미스트 낵]


[멋진 소환수 연출이 있지만 그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이런 게임에서 동료 3명을 동시에 조작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모든 명령을 메뉴를 불러와서 해야한다는 것 또한 지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갬빗이라는 특수한 장치를 마련해놓았습니다. 특정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을 수가 있는 방식으로, 예를들어 화속성에 약한 적에게는 파이어를 쓰게 하고, 어둠에 걸린 아군에게 브라나 마법이나 안약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미리 갬빗 메뉴에서 설정을 해놓으면 전투시 설정한대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리더가 노리는 적, 리더를 노리는 적, 최대체력이 높은 적, 최대 MP가 낮은 아군, 체력이 100%이하인 아군등 조건도 대단히 세세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아군에게 회복을 하거나 마나가 적을때 마법사용을 자제시킨다거나 할 수 있는 게임이 몇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게임은 처음 접해보아서 대단히 신선했고 몇몇 게임에서 보여주는 멍청한 동료의 AI로 고생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갬빗은 총 12개까지 설정이 가능하고 위쪽에 위치한 갬빗이 우선순위를 갖기 때문에 회복관련된 마법이나 아이템을 우선순위를 둬야 전투불능이 되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에 따라서 전부 다 공격적으로 채워넣고 회복이 필요할때는 수동으로 메뉴를 불러내 회복을 할 수도 있으니 자신의 입맛대로 설정이 가능합니다. 


 갬빗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전투를 조금 단조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보스전시는 다양한 상태이상을 비롯해 여러가지 변수가 많아서 수동으로 명령을 열심히 내려줘야 이길 수 있지만 일반적인 잡몹들은 아무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이겨버리니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작품 전투가 뛰어나진 않다고 봅니다. 메뉴를 불러내지 않고 MMORPG처럼 빠른 단축키를 이용해 기술을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전투로 가던가, 그게 아니라면 아예 이전작처럼 턴제로 가는게 나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름의 즐길만한 구석도 있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크게 재미를 느끼긴 어렵습니다.


[잘만 설정하면 버튼하나 누르지 않고 전투를 끝낼수 있는 갬빗]


 주인공들의 성장은 기본적으로 레벨을 올리는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라이선스를 찍는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라이선스는 전작인 10편의 스피어반과 유사한데 전투에서 얻을 수 있는 LP를 모아서 라이선스 보드에 있는 능력치를 찍어주는 겁니다. 하나의 라이선스를 찍으며 그 상,하,좌,우에 있는 라이선스를 배울 수 있게 개방이 되는 식입니다. 라이선스 보드에는 행동시간 단축, 체력증가, 마법 위력 증가 등의 능력이 있어서 이것을 찍어주는 것이 육성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선스 보드에는 이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장비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가 필요하고 그 라이선스를 바로 라이선스 보드에서 찍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를 얻었다 할지라도 착용이 불가능 합니다. 이것은 마법이나 기술도 마찬가지라서 마법이나 기술을 사거나 얻어도 라이선스를 배우지 않은 인물을 마법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필살기 개념의 미스트 낵과 소환수 또한 이 라이선스 보드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며 갬빗의 숫자를 늘려주는 라이선스까지도 존재합니다.


[장비착용부터 능력치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 라이선스] 


 라이선스 보드는 직업을 결정해야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각 직업의 보드의 구조와 배울 수 있는 기술, 착용 가능한 장비 또한 각기 달라서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합니다. 한 번 결정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후에 직업을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되어 한명당 총 2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총 6명의 동료가 존재하고 12개의 직업이 있어서 한 번 플레이에 모든 직업을 다 체험해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원한다면 여러명이 같은 직업을 가지고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PS2용 파판12이 처음 발매된 일본판은 직업이 없었으며 라이선스 보드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습니다. 백마법, 흑마법을 다 사용하며 도끼를 드는 것도 가능했었습니다. 모든 인물이 홀리, 플레어 같은 마법을 사용함과 동시에 창과 활을 착용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해외수출용으로 만들어진 인터내셔널판인 조디악 잡 시스템에서 직업이 생겨 직업마다 착용할 수 있는 장비와 사용가능한 마법의 종류가 제한이 되었습니다. 인터판은 직업이 1개밖에 선택이 안되어서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직업 2개 선택이 가능해져서 해당직업의 약점을 서로 상호보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판10 인터판의 스피어반이 그랬던 것처럼 인터판의 라이선스 보드로 할 것인지 오리지널 라이선스 보드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을텐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명당 2개까지 선택 가능한 직업]


  동쪽의 거대한 나라 아르케디이스 제국은 로자리아 제국이 버티고 있는 서방 진출의 교두보로서 나브라디아 왕국을 침략하게 되고 우방이었던 달마스카마저 아르케이디스에 삼켜집니다. 시작과 함께 혼인을 알렸던 나브라디아의 왕자 래슬러 물론 후에 달마스카의 왕과 래슬러의 부인이자 달마스카의 왕녀인 아쉐마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나브라디아는 물론 달마스카마저 거대한 제국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게임의 배경은 달마스카가 전쟁에서 패배한 2년후입니다.


[달마스카에서 열리는 성대한 결혼식]


[현재 이발리스의 정세]


 제국에게 지배를 받으며 사는 과거 달마스카의 수도 라바나스타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주인공 반은 성에 있는 왕국의 보물을 훔쳐내기로 결심하고 잠입하지만 마침 그 때 나타난 달마스카 해방군과 공적 발프레아 덕분에 위험한 일에 휩싸이게 되고 죽은줄로만 알았던 아쉐와 바슈 장군까지 만나게 됩니다. 성에서 발견한 보물인 황혼의 파편은 과거 패왕 레이스월이 대륙을 평정할 때 가지고 있었다는 강력한 힘을 지닌 파마석이었고, 아쉐는 달마스카의 독립을 위해 다른 파마석을 찾아내 그 힘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초중반까지는 아르케이디스 제국에 맞서는 달마스카 해방군 조직의 활약이 그려질 것 같지만, 파마석이 등장하면서 그 방향성이 달라집니다. 과거 레이스월이 소지했었다는 파마석, 그 파마석의 행방을 따라가다보면 불멸자 오큐리아라는 존재가 나타납니다. 오큐리아는 마치 신처럼 행동을 하며 강력한 파마석을 가지고 아르케이디스의 베인을 없애라고 말합니다. 내용이 가장 뒤틀리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파판12 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국에 저항하는 해방군의 내용을 그리려면 아르케이디스와 로자리아 제국의 전쟁 이야기까지 내용을 넓혀가며 해방군의 활약에 대해 다루었어야 하고, 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오큐리아에 대항하려고 했다면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전개해 나갔어야 하는데 둘 다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반 장황하게 세계의 정세를 그려냈지만 활약하는 무대는 달마스카와 제국의 몇몇 지역으로 작은 편이라 전쟁의 느낌은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었음은 물론 후반에는 오큐리아와 파마석에 대한 내용 덕에 묻혀버렸습니다. 


 아르케이디스보다 더 큰 흑막을 가지고 있는 녀석으로 묘사가 되는 오큐리아는 아르케이디스의 수장 하나 잡고나서 엔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뒷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후반에 등장하는 베네스 또한 이해가 안됩니다. 아쉐가 파마석의 사용을 거부하면서 인간의 힘으로 역사를 이루어 나가는 길을 택했지만 어째서 마지막까지 베인에게 힘을 주어 아쉐에게 대항했는가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고 그들의 존재의 이유와 목적등 당연하게 설명되어야 할 것들이 묻혀버리면서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파판6에서 삼투신만 잡아버리고 케프가를 안 잡는 느낌, 파판7에서 신라사장만 잡고 세피로스를 안 잡고 끝나버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야동을 신나게 보다가 엄마가 와서 PC를 후딱 꺼버린 후 몸의 열기가 식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파마석으로 제국에 맞서려고 하는 아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오큐리아지만 이후 등장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주연들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인공의 정의를 다음 어학사전에서 찾아보면 소설, 연극 등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사건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인물은 반입니다. 전쟁에서 형까지 잃고 가족도 없는 달마스카의 한 소년인데, 공적 발프레아와 아쉐를 만나게 되며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휘말리기만 하고 아무런 역할도 없습니다. 초반에 파마석을 얻게 되면서 죽은 래슬러의 혼 같은것이 보이는데 오직 아쉐와 반만이 이 혼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반의 존재는 무엇일까에 대한 흥미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혹시 아쉐처럼 패왕의 피를 이은 후손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런거 하나도 없이 엔딩이 나옵니다. 후에 래슬러가 왜 나타났는지 이유가 나오지만 래슬러의 혼이 왜 반에게까지 보였는지에 대한 설명도 안나오고 반이 성장하는 과정 또한 나오지 않으며 반의 꿈인 공적이 되어 활약하는 모습은 더더욱 나오질 않습니다. 그저 발프레아와 아쉐가 가자면 따라가는 것 뿐이에요.


 반이 심각하긴 하지만 그의 친구인 페넬로는 더욱 심각합니다. 얘는 전투에 참여하질 않으면 있는지 없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의 존재감을 나타냅니다. 동료퀘스트등을 통해 동료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전혀 없고 그들의 뒷이야기나 가까워지는 내용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인물도 마찬가지인데, 극을 이끌어 나가는 아쉐를 비롯해 메인스토리상 몇가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발프레아, 바슈, 프란도 너무나도 평면적인 인물이라 전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그나마 비에라라는 종족의 아름다운 뒤태를 가지고 있는 프란만이 기억이 날 뿐이라 이번작의 인물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도대체 반에게는 왜 보이는 거냐?]


[믿을 건 프란의 뒤태뿐] 


 이 게임의 가장 독특했던 것이 바로 몹 토벌 의뢰입니다. 큰 도시에는 어김없이 게시판이 존재하고 이 게시판에서 몹 토벌 의뢰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의뢰자에게 찾아가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몹의 위치를 알게되며 해치우고 보고하면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것 외에도 클랜에서 몽블랑이 주는 의뢰도 존재해 게시판 의뢰와 비슷한 방식으로 즐길 수가 있습니다. 주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 말고는 몹 토벌 의뢰가 가장 오래도록 즐기게 되는 요소입니다. 


 그런데 의뢰를 받는 몹의 대부분은 돌아다니는 몹의 크기를 단순히 크게 만들어 놓은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공격방식도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몇몇 토벌 몹은 몰볼도 아닌 주제에 상태이상을 마구 걸어대는 등 어울리지 않는 공격을 해대서 별로입니다. 여기에 의뢰를 주는 의뢰인이 하는말도 전혀 영양가가 없습니다. 가장 놀랬던 것이,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을 잃어버렸는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 죽여주세요 라는 겁니다. 이런거 하지 말고 차라리 동료와의 유대를 늘려줄 수 있는 퀘스트를 넣어줬으면 더 알찬 게임이 될 뻔 했어요. 몇몇 강한 적은 공략하는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 전투를 위한 의뢰는 별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온라인게임 일일퀘스트 하는 기분이에요.


[게시판과 몽블랑에게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몹 의뢰]


 게임에서 가장 열받게 하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상자까기입니다.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최강의 장비 중 몇몇개, 그리고 후반에 나오는 최강 기술과 마법들은 전부 던전등에 돈재하는 트레져에서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상자가 등장할 확률이 어마어마하게 낮습니다. 특정 아이템, 예를들어 리본같은 경우는 특정 위치의 특정 트레져에서만 등장을 하는데, 이 트레져 등장 확률이 존재해서 무조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자가 등자하지 않으면 의미없이 다른 맵으로 갔다가 다시 와야하고 없으면 다시 나올때까지 반복해야 합니다. 리본은 그나마 확률이 높은 편이고 최강의 창 같은 경우는 상자 등장 확률이 극도로 낮아서 몇시간을 왔다갔다 해도 나오질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플레이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의미없이 그저 왔다갔다만 하고 플레이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는 형태예요.


 파판 구작같은 경우에는 미니게임을 완수하거나 강력한 적을 처리하면 소재를 얻어서 최강의 무기를 만드는 형태여서 빌어먹을 난이도지만 확실한 보상이 있기에 그 미니게임들을 해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작의 몇몇 장비는 욕나오는 노가다를 강요하면서 플레이의 즐거움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멍청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다행히도 몇 유저들 덕분에 독특한 방법을 알아내어서 극악의 확률을 뚫고 장비를 얻으러 몇시간동안 맵을 들락날락거리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작처럼 쉽지 않은 미니게임이나 적을 넣어서 소재를 얻게 해주는게 훨씬 보람되고 재미도 있었을 겁니다.


[망할놈의 상자까기]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발매당시 놀라운 그래픽과 새롭게 변화한 전투, 단순했던 맵을 다양하고 생동감있게 꾸며낸 표현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만든 느낌이 납니다. 실제로 처음 PS2로 플레이했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하지만 공기같은 존재를 드러내는 주인공과 변화없이 평면적인 동료들, 최악의 이야기 전개와 의미없는 토벌의뢰가 가득해 아쉬움을 전해줍니다. 10여년전 처음 해봤을 땐 파판중에서 최악이 아니라 RPG 중에서도 재미없다고 평가를 내렸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여전히 파판시리즈 중에서는 여전히 낮은 순위겠지만 다른 평범한 RPG들보다는 갬빗이나 전투같은 것들 덕분에 개성있어서 더 높은 평가를 주고 싶네요. 마무리를 잘했으면 수작이 될 뻔 했는데 그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여전히 파판 이름값은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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