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2003년 발매되어 대단한 명성을 얻은 국산 RPG 천랑열전을 분석해 보도록합시다. 씰, 나르실리온 등을 제작하며 돈은 못 벌었어도 호평을 받았던 가람과 바람 제작에다가 유명 만화인 천랑열전을 소재로 한 게임이기에 사람들의 기대도 높았으며 패키지도 앨범 형식으로 제작되어 독특한데다가 고급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도 예약구매를 하였으나 지포스밖에 지원을 하지 않아 오랜시간 방구석에 잠들어 있던 게임입니다. 참고로 지포스라도 정말 구형이 아니면 아이템이나 무기가 투명해서 보이지 않습니다.

 

  카툰풍 그래픽으로 발매되어 눈호강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스크린샷으로 보면 괜찮게 보입니다만 실제로 해보면 황량할 정도로 비어있는 배경화면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배경의 다양성도 떨어지는데다가 멀리 보이는 곳은 죄다 보이지 않게 흐리게 처리가 되어 화려함을 자제해 유저의 눈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인물이 멀리서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2003년 게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찰흙으로 만들 얼굴이라면 믿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건질 수 있는 건 대사창에 나오는 인물의 일러스트입니다. 원작 만화책 천랑열전을 그렸던 박성우 작가가 직접 게임의 일러스트도 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상창에 뜨는 일러스트로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며 3D보단 2D가 낫다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나름 괜찮아보이는 그래픽]
[그 어떤 상황이 와도 표정 변화가 없다. 일러스트만 열일중]

 전형적인 스테이지 방식의 SRPG이며 월드맵도 존재하는데 드넓은 중원을 간략하게 표현하는 아찔함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되돌아왔던 길을 다시 방문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을에 들렀을 때는 반드시 장비와 회복아이템을 충분히 보충해줘야 합니다.

 

 연오랑편과 월하랑편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두 편을 다 해야 내용 이해가 쉽습니다. 두 주인공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시작을 하지만 특정장소에서 만나 행동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따로 떨어져 행동을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진행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연오랑편, 월하랑편이 준비되어 있다]

 전투는 SRPG형태로 진행됩니다. 민첩이 빠른 인물의 턴이 빨리 돌아오는 방식이며 화면 윗쪽에 그란디아나 악튜러스처럼 누구의 턴이 돌아오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SRPG임에도 시간제한이 있어서 빠르게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자신의 턴이 그냥 허비되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무공을 사용하면 화면 아래에 뜨는 버튼을 순서대로 눌러줘야 공격이 나가는 연격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후에 씰 온라인에도 이런 체계가 차용이 되었습니다. 대전액션 게임도 아니지만 버튼을 눌러야한다는 점에서 신박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6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이 버튼 또한 빠르게 누르지 않으면 공력만 날리고 무공은 나가질 않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긴 합니다.

[기본적인 전투화면]
[글자가 지나치게 커서 화면을 가리는 경향이 있다]

 본격적으로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전략 RPG이지만 전략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몇몇 SRPG들이 그렇기도 한데, 멍청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적을 한 명 한 명 유인해서 처리하는 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저차, 병과에 의한 공격력, 방어력 차이가 전무하고 대각선 이동과 공격도 가능한데다가 활을 쏘는 동료는 한명밖에 없어서 대형과 진형을 통한 전략적인 면은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있는것은 갑옷 등에 붙어있는 권 내성등의 내성인데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정말 미미합니다.  

 

 여기에 난이도도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초반 연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상위무공이 나오기 전, 또 많은 동료들이 합류하기 전에는 난이도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멍청한 인공지능의 적을 하나하나 유인하면서 싸워야 헤쳐나갈 수 있는 반면, 동료가 많아지고 상위무공을 쓸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너무나도 쉬워집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강력한 적도 상위무공 3~4번만 먹여주면 처리할 수 있으니 전략같은 건 필요없습니다. 가까이 오면 그냥 냅다 가서 상위무공을 써주면 되는겁니다. 적들도 조직적인 움직임같은건 전혀 없습니다. 초반 상위 무공이 없을 때 몇몇 스테이지만 조심하면 중후반에는 난이도가 급하락합니다.

[초반에 무턱대고 덤볐다간 자주 볼 화면]
[상위무공을 성공시키기 위해 버튼을 잘 입력해야 한다]

 게임의 진행은 연오랑편과 월하랑편을 다 해야 중간내용이 빠짐없이 이해가 되며 처음부터 끝까지 원작의 내용 거의 그대로 따라갑니다. 고구려에서 사신무를 연마하던 연오랑은 스승인 대막리지의 죽음 이후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되고, 스승님의 편지 내용에 따라 5년전 중원으로 떠난 대사형을 만나러 갑니다.

 

  천랑의 재능을 가진 연오랑과 그를 처치하려는 석전웅의 자객과 끊임없는 전투가 일어납니다. 또, 대사형이 중원에서는 파군성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과거 많은 살생을 저질렀으며 현재는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연오랑은 비소광에게 빼앗겼던 편지가 석전웅이 있는 청수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향합니다.

 

 한편, 천산에서 수련중이던 월하랑은 스승인 천사검녀가 죽림오괴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청수문의 석전웅에게 듣고서 죽림오괴에게 복수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죽림오괴 본채를 치던중 함정에 빠지게 되고, 천사검녀를 죽인 범인 또한 죽림오괴가 아닌 석전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연오랑과 함께 여행길을 오르며 석전웅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누명을 쓴 연오랑과 천산검녀의 복수를 원하는 월하랑]

 전형적인 무협소재를 다룬 게임입니다. 사부님의 복수를 꿈꾸는 인물, 무림일통의 야심을 가진 인물, 엄청난 재능을 가진 주인공등 여러 무협 영화나 만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를 활용합니다. 평범한 듯 하지만 일반 무협과는 다르게 고구려에서 온 주인공이 등장하는 점, 매력적인 인물과 주인공의 성장과정을 보는 과정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원작에서나 그렇고 게임에서는 그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인게 연오랑과 월하랑이 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도 그 설명이 매우 부족합니다. 물론 젊은 남녀가 어느날 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 과정이 원작에 비해 매우 생략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연오랑, 월하랑 편은 왜 나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겹치는 부분도 많거니와 하나로 합칠 수 있음에도 굳이 2개로 나누어서 오히려 내용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떨어뜨립니다. 연오랑편을 마무리하고 월하랑 편을 다시 해도 겹치는 부분도 꽤 되는 편이라 한 번에 이야기 전개를 시키는 게 훨씬 나았습니다.

 

 여기에 게임의 연출이 워낙 별로여서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표현이 매우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경공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움직이도 하나 없이 뒤에 잔상을 자랑하며 미끄러져 내려오는 장면도 있는데 아주 허무맹랑합니다. 여기에 표정변화 하나 없는 아찔한 얼굴표현도 대단하고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성우 음성도 없습니다. 정확히는 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투에서 기술을 사용할 때만 존재합니다.

[일러스트로 봐야 멋진 연오랑과 월하랑]

 현세대의 윈도우와 그래픽카드로는 제대로 구동도 안되는 게임입니다. 오래된 그래픽카드, 그것도 오로지 지포스에서만 제대로 돌아가고 라데온은 그래픽이 전부다 깨집니다. 9600GT와 윈도우 XP로 돌렸으나 아이템 표현이 안되는 등  문제가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버그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투중 화면을 공격을 하고 싶은데 카우스 커서를 옮기면 화면이 흔들려서 엉뚱한 곳에 찍는 경우도 잦은 편입니다. 배경에 얼마나 투자를 안했는지 도저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없습니다. 저장을 했는데 불러와지질 않는 경우도 있으니 저장을 최소 10개에 나누어서 저장을 해야 안심할 수 있으며 환경설정에 있는 해상도는 800*600밖에 선택이 안되는데 마치 여러 해상도가 존재하듯 만들어 놨습니다. 

 

[최신 그래픽카드에선 제대로 구동이 안 된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상점에서 무기를 살 때 현재 착용하고 있는 무기와의 공격력 비교가 없는점등의 기본적인 것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른 더 큰 문제가 많은 게임입니다. 음성을 넣을거면 전체를 다 넣던가, 왜 전투에서 무공 쓸때만 나오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원작에서 등장했던 몇몇 무공은 게임내에서는 나오지도 않고 매뉴얼에서만 등장합니다. 전략성이라곤 필요없는 전투와 바보같은 난이도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씰, 나르실리온 등 국산게임계에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게임사가 만들고 있다고 하여 상당히 기대를 했던 작품이어서 예약구매까지 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게임. 설령 버그가 없었더라도 아주 조잡한 게임인 바로 그 게임. 대한민국 3대 버그게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바로 그 게임. 오프닝 영상까지만 좋은 바로 그 게임. 천랑열전에 비하면 마그나카르타는 우주명작이라는게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 쓰러져가던 국산 패키지 게임의 종지부를 찍을만한 희대의 졸작입니다. 원작 만화를 사랑해줍시다. 만화는 재미있어서 추천합니다.

 

플레이영상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