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PS2로 발매돼 성공적인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1편의 후속작이자 외전입니다. 시간상으로는 1편 다음 이야기로 상당히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어로 정식 발매한 킹덤하츠3 이전작은 한글화된 적이 없어서 1편 내용도 전 모릅니다. 킹덤하츠3가 발매되기 전에는 이 작품만이 유일하게 유저 한글패치를 통해 한글로 즐길 수 있는 킹덤하츠였습니다.
그래픽은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나온 게임 중에는 굉장히 높은 수준을 보여줍니다. 디즈니와 스퀘어의 합작답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들의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보는 맛이 좋아요. 하지만 휴대용 기기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맵 디자인이 정말 기억에 남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구성이 너무 별로에요.
한 가지 놀라운 것은 GBA에 동영상이 꽤나 많이 삽입 됐다는 겁니다. 초반에 긴 오프닝 동영상이 나와서 놀랐는데, 중간중간 짧막하게 영상이 조금씩 들어가 있고 엔딩에는 영상뿐만 아니라 노래도 들어가는 어마무시함을 보여줍니다. 시각적으로 대단한 만족감을 줍니다.
게임 진행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턴제에나 어울릴 법한 카드를 바탕으로 한 액션게임으로 맵에 돌아댕기는 적과 부딪히면 전투로 돌입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공격을 포함해 마법, 회복, 아이템도 이 카드를 통해 사용해야 하며 한 번 행동에 카드 한 장씩을 소모하지만 언제든 사용한 카드를 다시 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리로드 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 시간에는 이동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전투 중에 리로드 시기를 잘 잡아야 합니다.
카드에는 0~9번까지 숫자가 적혀 있는데, 상대보다 더 높은 숫자 카드를 내면 상대 카드를 브레이크 시키며 행동을 무력화 시킬 수 있습니다. 0번 카드는 특이하게 상대의 모든 카드를 브레이크 시킬 수 있으나 0카드를 먼저 상대보다 먼저 사용하면 그 어떤 카드에도 브레이크를 당합니다. 그러니 0카드는 상대가 카드를 낸 직후 사용하는 것이 바랍직합니다.
카드는 메뉴에서 편집이 가능합니다. 카드마다 AP 수치가 있고 카드 덱의 총 AP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카드만 가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물론 레벨업을 통해 AP의 최대치를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벨업 시 AP 증가, 체력 증가, 새로운 기술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합니다.
단순히 한개 한개의 숫자로만 싸우는 것이라면 굉장히 단순했을 전투가 스톡을 통해서 다양함을 더해줍니다. 카드를 3장 스톡할 수 있는데,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카드를 3장 스톡하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 3장을 스톡하면 파이가를 발동할 수 있고 클라우드 3장을 스톡하면 초구무신패참 사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술이 마련되어 있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하나씩 배워갑니다.
요 스톡 기술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게임이 전투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이 보일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중후반부에는 이 스톡기술을 사용해 전체공격이 가능해져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스톡기술 또한 0카드로 카드 브레이크가 가능해 기술을 취소시킬 수 있습니다. 보스들은 0카드가 많아서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보스도 스톡기술을 사용하니 0카드를 충분히 구비하고 임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독특한 전략성이 살아있는 전투입니다. 하지만 이 카드 전투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림에도 초반 보스전부터 난이도가 꽤 어려운 편이라 좌절을 많이 하게 됩니다. 노가다를 하면서 덱을 맞추면 되긴 하는데 노가다는 언제나 지루하니까요. 그래도 액션성과 전략성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어 즐길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전투를 하면서 원하는 스톡 기술을 쓰기 위해서, 혹은 상대 카드를 브레이크 시키기 위해서 카드덱을 계속 돌려야 합니다. 그 와중에 상대 카드도 봐야 되고 때에 맞춰서 카드 브레이크도 시켜야 되어서 눈이 굉장히 바쁩니다. 이 와중에 공격 피해야지 공격 하기 위해 접근해야지 정신이 없어요.
손이 바쁘고 게임이 즐거우면 되는데, 쉽지 않은 난이도와 전투 위주의 게임 플레이로 굉장히 지치게 만듭니다. 전투도 몇몇 보스전 빼고는 반복되는 플레이로 인해 굉장히 질려요.
망각의 성이 무대가 되며 월드카드를 하나씩 받게 되어 디즈니 세계를 하나씩 탐험하게 되는데 맵 구성이 너무 단순합니다. 각 월드에 들어가면 바로 던전 형태인데, 맵이 워낙에 작고 퍼즐 요소도 없고 탐험하는 재미도 전무합니다. 휴대용으로 개발된 게임이라 단순하게 만든 것 같은데, 저는 집에서 의자에 앉아 진득하게 하려니 많이 심심하더군요.
특이한 건 맵을 연결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거나 맵에서 일정 확률도 얻을 수 있는 맵 카드로 다음 방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적이 많이 나오게 할 수도 적을 잠들게 할 수도, 적이 없는 휴식의 방을 만들 수도 있어서 이건 나름대로 독특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월드카드를 얻으려면 전투를 해야하고 좋은 카드 얻으려면 전투를 해야하고.. 지칩니다 지쳐.
1편에서 어둠의 문 건너편에 남은 미키와 리쿠를 찾기 위해 여행하는 소라와 구피, 도날드. 여행을 하던 도중 갑자기 나타난 검은 로브의 인물은 망각의 성에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친구를 찾기 위해 기억을 잃게 되는 망각의 성을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검은 로브의 정체와 성의 비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합니다.
킹덤하츠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파이널 판타지의 만남으로 유명합니다. 그에 걸맞게 각 월드마다 디즈니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체인 오브 메모리즈의 망각의 성은 소라의 기억으로 구성된 세계이며 전작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만 저는 1편을 안해봐서 인물 관계도는 잘 모르겠어요. 특히 기대했던 파판 시리즈의 등장인물은 너무나도 비중이 약해서 아쉬웠습니다.
대부분의 월드는 디즈니 친구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들의 서로 만나지는 않습니다. 규칙이 있나봐요. 때문에 이야기가 굉장히 단순하고 단편적입니다. 이것은 휴대용으로 개발이 된 까닭도 있겠지만 3편의 경우를 미루어봐서도 킹담하츠가 애초에 이런 구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만나자마자 사건이 벌어지고 그 다음엔 바로 해결을 해야하는 급진적인 전개는 실망스럽습니다. 짧은 이야기속에서도 주제가 있고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해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어렸을 적 아침 6시에 일어나 봤던 디즈니 만화동산의 매력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했지만 너무나도 이야기가 짧아요.
1편을 안 하면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존재합니다만 어느정도 유추는 가능합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13기관과 기억을 잃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13기관 애들이 개성이 아주 넘쳐서 보는 맛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희망찬 이야기에 감동받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었나 봅니다. 자신을 이용한 사람마저 감싸주고 다 같이 사랑하려는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소라는 저랑 너무 안 맞아요. 마음의 힘을 외치는 이들의 모험을 제가 이해하기에는 제가 너무 타락했나봐요.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말고도 13기관과 그들이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하나도 밝혀지지 않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만 단순하게 그려집니다. 그래서 답답해요. 엔딩도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끝나고 다음 후속작만을 암시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듭니다.
소라편 엔딩을 보면 리크편을 즐길 수가 있는데, 오히려 이야기적으로는 리크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어둠에서 달아나기만 하던 리크가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으며 마지막 엔딩도 리쿠라는 인물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서 좋습니다.
생각보다 힘겨웠던 게임입니다.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고 지나치게 전투 위주인데다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디즈니 이야기도 너무 단편적이라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액션 게임에 전략적인 면을 잘 섞어서 독특함을 가지고 있고 멋진 화면을 제공하긴 하지만 휴대기기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게임으로 지금 즐기기에 썩 재미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PS2로 발매된 리메이크 버전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가 한글이 지원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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