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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RPG중 하나이자 오픈월드의 대표격인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을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오블리비언만 플레이 해보았고 모로윈드를 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멀리 보이는 것은 잔뜩 안개가 낀 것처럼 묘사가 됩니다. PS2로 나왔었던 완다와 거상도 기기의 한계 또, 기술의 한계로 비슷하게 먼 곳을 뿌옇게 처리했었습니다.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에서는 쨍한 화면을 볼 수 있죠. PS1으로 나왔었던 사일런트 힐도 당시 기기의 한계로 인해 안개를 사용해 시야를 제한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게임의 큰 특징이 되어버렸죠.

 

 지금 보면 별로인 그래픽이지만 나올 당시만 해도 눈 돌아갈 정도의 그래픽이었습니다. 특히, 끊임없이 펼쳐진 자연환경의 묘사나 진짜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던 물 그래픽하며 도시마다 독특한 건물양식 등, 눈이 호강하는 그래픽이었습니다. 모로윈드에서는 레드 마운틴이라는 화산이 있어서 이 근처에 가면 강한 모래바람 같은 것이 부는데, 이런 환경효과가 이 게임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줍니다.

[놀라운 모로윈드의 세계]

 하지만 인물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습니다. 옛날게임이라서 후진게 아니라 베데스다는 인물을 일부러 못생기게 만듭니다. 분명히 기술력은 있을텐데 이쁘장한 인물 만드는 시간에 자연환경을 좀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나 봅니다. 라고 하기엔 그나마 최신작인 스카이림도 그다지 발전은 없는걸 보면 게임설정상 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못난이들만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모로윈드 최고의 미남, 미녀의 모습]

 엘더스크롤 시리즈가 주목을 받은 것은 오픈월드의 시초격 게임이라는 것과 그것을 활용한 엄청난 자유도입니다. 그 당시에 파격적이었던 것이 어떤 NPC든 죽일 수 있다라는 것었습니다. 핵심이 되는 NPC조차 죽일 수 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꼭 경험해보고 싶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저는 NPC를 이유없이 죽이는 게 어떤 재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서 별 신경도 안 쓰기도 했고, 실제로 중요 NPC를 죽여도 엔딩을 볼 순 있으나 제대로 된 스토리 전개가 안 되고 처음 하는 사람은 최종 보스를 이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높은 자유도를 구사하는 게임답게 눈에 보이는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큰 매력입니다. 충분히 높은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가파른 산이라도 오를 수 있고 멀리 떨어진 섬이라도 헤엄쳐 건널 수 있습니다. 테이블 하나 놓여있는 것 때문에 길을 빙빙 돌아가야하는 여느 게임과는 차원을 달리 합니다.

[눈 앞에 보이는 산이나 강 모두 건널 수 있다]

 몇몇 안되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자물쇠열기 능력만 높다면 거의 모든 잠겨있는 문이나 상자를 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당시 특이하다고 느꼈던 것이 사물에 소유주가 있어서 누군가의 소유 물건을 훔치면 범죄가 되고 그것이 발각되면 경비가 따라와서 때려 죽이거나 감방에 가거나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 너무 신박했어요.

 

 이렇게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대부분의 NPC들이 낮이든 밤이든 한 자리에 머무르며 의미없는 방황을 하고 있어서 생동감이 없습니다. 몇몇 NPC들이 낮과 밤에 다른 장소에 머무르곤 하는데 대부분 퀘스트와 관련된 인물이라서 전체 게임 내에서도 찾아보기 매우 NPC이며, 일반적인 NPC는 전혀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아 생동감 있는 세계를 즐기기엔 무리가 큽니다.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답게 드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고, 여기저기 존재하는 미지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밀수꾼을 비롯해 몬스터는와 유령은 물론이고 불멸자인 데이드라를 만나거나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등, 탐험하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것이 바로 길을 가다가 우연히 찾은 무덤이나 동굴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었어요.

[영혼없는 NPC의 향연]
[탐험와 발견의 기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임의 대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단어를 선택해 대화를 하는 방식인데, 특정 지역명, 세력명, 이름 등이 대화창 오른쪽에 뜨면 그것을 클릭하면 선택한 단어데 대한 정보를 줍니다. 이 방식이 신선했던 것이, 똑같은 인물에 대해 물어봐도 NPC마다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는등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초반에 워낙에 많은 정보가 들어오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한 것이고 어느 말에 집중해야되는지 파악이 안 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초반부만 지나면 이미 봤던 단어가 나열되어 있고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중후반부에는 대화하는 재미가 뚝 떨어집니다. 이후 시리즈와는 다르게 공격성향을 띈 NPC가 아니면 전부 대화가 가능해서 정말 풍부한 대사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마을에 가도 비슷한 대화가 반복될 뿐이죠.

[장벽을 느끼게 되는 대사량과 대화방법]

 한글화가 완벽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영어로만 나열되어 있는 단어를 보고 원하는 대답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싶은데, 선택할 수 있는 단어가 너무 많아 뭘 선택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상황까지 옵니다. 저는 이 방식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신선하긴 하지만 핵심이 되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방식이고 특히 초반에 너무 정보가 많아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반드시 이 대화를 주목해야 하는게, 요즘처럼 친절한 게임이 아닌 고전게임이라서 지도에 가야할 곳을 명확히 표시해 주지 않습니다. 퀘스트를 받고 저널에 퀘스트가 기록이 되면 목적지를 찾아가야 하는데, 내비도 안 되는 장소를 처음 찾아갔을 때 마을 주민분들에게 길을 묻는 심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 때문에 엄청 헤맸습니다. 확실히 이런 것 때문에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도에 표시같은 건 안해준다. 오로지 글로 대체한다]

 모로윈드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이 됩니다. 공격 마법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저는 근접공격을 선호하기 때문에 도끼를 들고 열심히 패고 다녔습니다. 게임의 전투는 정말 고전적입니다. 실시간이긴 하지만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고 과거 D&D 게임처럼 수치와 확률에 의존합니다.

 

 모든 능력치는 숙련도가 존재하고 전투 관련 능력치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기는 숏소드, 롱소드, 창, 도끼 등 종류마다 나뉘어져 있고 방어구는 라이트 아머, 미디엄 아머, 헤비 아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숙련도가 적은 무기로 공격을 하면 화면상으로는 공격을 했으나 명중률이 워낙에 떨어져서 적이 맞질 않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워요. 그래도 후반 가면 능력치가 워낙 높아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명중도 하고 막기도 자주 나옵니다.

 

 고전게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전혀 매력적인 전투가 나오질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1인칭 실시간 전투이면 달려가면서 박치기라던가 막기 기능, 구르기, 밀치기 등의 동작이 있을법 한데 전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옛날 온라인 게임 하는 기분으로 해야 합니다. 3인칭으로 하면 멍청한 움직임 때문에 더더욱 웃기기만 합니다.

[모든 면에서 빠짐없이 최악을 자랑하는 모로윈드의 전투]

 그래도 즐길만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는 마법사로 진행을 하지 않았고 대부분 무기나 방패 혹은 옷 등에 마법을 인챈트 해서 사용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을 선사해 줍니다.  여타 다른 액션게임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수 많은 마법이 준비되어 있고 이 마법을 조합해서 원하는 마법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공중전투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꿈꿔왔죠. 슈퍼맨이나 드래곤볼의 손오공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적과의 신명나는 전투를 할 수 있는 순간을요. 이 게임이 바로 그것을 이루어 줍니다. 물론 액션이라곤 전혀 없고 허공에 손질하는 느낌밖에는 없지만 공중을 날아다니며 적과 전투하는 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 이런 점에서 강점이 많습니다. 게임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 연금술이었는데, 굳이 연금술을 올리지 않아도 상점이나 전리품으로 얻는 물약만으로도 어느정도 체험이 가능합니다. 이 게임은 물약으로 일시적으로 능력치 상승이 가능한데다가 중복까지 가능합니다. 마법 스크롤과 물약 몇 개 먹어주면 산을 뛰어넘을만큼 강력한 점프력을 갖게 되기도 하고 물 위를 걷거나 물 속에서 숨을 쉬는 것도 가능해서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임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법사가 아니어도 인챈트를 통해 마법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중전까지 가능한 모로윈드의 자유도]

 탐리엘의 제 3시대가 저물어가는 어느 해, 특정한 날자에 태어난 무명의 죄수가 보초에게 불려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모로윈드로 향합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특징이죠. 죄수가 주인공이며 감옥에서 나가면서 게임이 시작을 합니다.

 

 죄수 출신의 주인공은 자신을 모로윈드에 보낸 이가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황제의 명에 따라 모로윈드의 바덴펠 섬을 조사하게 됩니다. 바덴펠은 다크 엘프라고 불리우는 던머족이 지배했던 곳이며 현재는 제국에 통일되었으나 자치권을 인정받고 제국이 모시는 신앙과는 다르게 삼신을 더 따르고 있습니다. 또, 이곳은 지속적으로 블라이트, 코프러스 질병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모로윈드의 바덴펠 섬으로 가게된 선택받은 죄수]

 모로윈드에서는 삼신과 영웅 네레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네레바는 수천년 전 모로윈드의 영웅으로 여러 대가문을 이끄는 수장이 되어 갈등을 겪고있던 드웨머(드워프)와 동맹을 맺기도 하였으며 이후에는 못된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드웨머와 싸워 승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승리 후 네레바는 드웨머의 기술과 힘을 원한 네레바의 부하 다고스 우르에게 죽게 됩니다. 이후, 다고스 우르와 네레바의 부하였던 3명은 대적하게 되며 신적인 힘까지 갖게 됩니다. 다고스 우르와 대적하는 3명이 바로 3신이 되죠.

 

 잡심부름을 하며 모로윈드의 여섯번째 가문과 네레바린 신앙을 조사하던 주인공은 또다시 갑작스럽게 네레바의 환생인 네레바린으로 지목이 되어 자신이 네레바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다고스 우르를 없애 이 땅에 평화를 가져다 주어야 합니다.

[네레바린이 되어 모로윈드를 구하자]

 위에도 서술했지만 초반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몰입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네레바와 네레바린 신앙에 대해 다루게 되는 순간부터 이 게임은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수 많은 서적과 대화를 통해 얻는 정보가 그때부터는 아주 흥미롭게 다가오기 시작하며 과거 네레바의 업적은 물론이고 던머에 관한 이야기부터 모로윈드와는 상관없는 탐리엘의 신에 관한 이야기에 흠쩍 빠져들게 됩니다. 여전히 수 많은 서적과 대화가 한글패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단히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세계관 설정이 이 게임에는 존재합니다.

 

 삼신과 다고스 우르의 대립, 네레바를 영웅으로 받들지만 네레바의 환생인 네레바린이 모로윈드를 구할 것이라는 신앙은 철저하게 박해하는 삼신의 이중성, 다고스 우르가 있는 레드 마운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그 질병에 감염되는 몬스터와 사람,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하나둘씩 나타나는 슬리퍼.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의 설정과 너무나도 잘 부합하며 최고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죄수 출신의 하찮은 존재가 모로윈드의 영웅인 네레바의 환생이 되어 모로윈드의 대 가문과 던머 유랑부족인 애쉬랜더 부족에게 인정받아 고대 무기를 손에 넣어 악을 없애는 전형적인 내용을 굉장히 충실하게 다루었습니다. 천천히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세계관 덕분에 게임을 완료 한 후에도 모로윈드 세계가 그리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합니다. 전부 다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부분의 상황을 글로만 전달해 주고 있으며 연출이 전무합니다. 그나마 있는 연출이라곤 게임을 시작할 시 나오는 우주충한 동영상과 마지막 왕을 깨면 나오는 영상이 거의 전부일 정도입니다. 중요한 상황에서조차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대사창만 마구 나오니 굉장히 심심합니다. 글만으로도 이정도로 몰입감을 주는 것이 대단하긴 하지만 상황에 걸맞는 시각적 연출이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또, 게임 플레이상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것과는 다르게 스토리상으로는 자유도가 거의 없습니다. 주요 NPC도 다 죽일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게임에서 정해진 방식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일방통행 진행이며 선택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택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거나 아예 비선형적 구조를 가진다면 게임이 추구하는 높은 자유도와도 부합할텐데 모로윈드는 전혀 그런 면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단점은 아니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것이 높은 자유도라면 이런 면도 신경 쓰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나도 멋진 세계관을 글로만 볼 수 있다]

 2000년대 게임임에도 그 옛날 CRPG처럼 상당히 마니악한 부분이 남아 있는 게임입니다. 대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면서 불편하고 전투도 액션처럼 보이나 액션게임과는 거리가 멀고 형편없으며 서브 퀘스트도 깊이가 떨어지는 편이며 모든 인터페이스와 기능 사용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질 않아 불친절하고 불편합니다. 퀘스트를 풀어가는 방식도 옛날 RPG처럼 어드벤처적인 면을 조금 띄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로윈드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멋지게 표현을 해냈고 엘더스크롤 시리즈가 자랑하는 자유도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점차적으로 강한 장비를 얻는 재미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탐험하는 즐거움은 시간이 흐른 지금 즐겨도 뛰어나며 여러 세력들의 퀘스트가 수 없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세계관과 모로윈드 지역만의 특색을 너무나도 잘 살린 이야기는 이 게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합니다. 

 

 비록 오래되고 진입장벽이 좀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RPG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해봐야 하는 멋진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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