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오래전부터 한글화에 적극적이었으며 어쌔신 크리드, 파크라이로 유명한 유비소프트의 새로운 작품인 임모탈 피닉스 라이징을 해보았습니다. 한글화 잘해주고 어쌔신 크리드에는 관심이 있어서 한 번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어쌔신 크리드는 안 사고 다른 걸 플레이하게 되었네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으로 유비소프트의 타 작품과는 다르게 동화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신전이나 건물, 석상이 많이 있긴한데 눈에 띄진 않으며 그것보다는 앞이 확 트인 하늘과 자연환경이 꽤나 볼만 합니다.
하지만 인물은 상당히 별로입니다. 선택지는 별로 없습니다만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한 주인공의 외형은 멋지지도 개성있지도 않고 등장인물 또한 크게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특색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래픽 수준이나 묘사가 놀라운 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게 이 게임의 디자인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실 닭이 된 신이었는데, 그 역시도 닭일 때 가장 개성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젤다의 전설 : 야숨의 숨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야숨을 해보진 않아서 정말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재미있는 건 야숨이 처음 나올 때는 유비소프트의 오픈월드를 왜 따라하냐는 비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요새는 여러 장르를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딱 하나의 장르로만 구분되지 않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야숨을 따라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유비소프트에는 잘 없었던 그래픽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퍼즐을 위주로 한 게임플레이를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피닉스는 게임 진행을 위해서 또, 눈 앞에 보이는 보물상자나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계속해서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막혀 있는 문을 열어야만 저 맛있어 보이는 아이템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처음 퍼즐을 접하면 크게 어렵지도 않고 바로 주위에서 해결이 가능해서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인 피닉스가 얻게 되는 신의 힘을 하나씩 사용해 무거운 물체를 들어 발판위에 옮긴다거나 방향을 자유자재로 꺾을 수 있는 화살을 통해 표적을 맞추는 등 재미있는 퍼즐들이 준비 되어 있습니다. 저는 처음 도착한 섬에서 이 모든 퍼즐을 다 해결했을 정도로 재미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초반을 지나면서 문제점들이 나타납니다. 위에서 말한 무거운 물체 들어올려 발판 위에 올리기, 화살을 통한 표적 맞추기, 외벽이 헐거운 곳을 찾아 도끼로 부수기 등 몇몇 개의 퍼즐이 위치와 모양만 바꿔서 계속해서 나옵니다.
오픈월드로 만들어진 넓은 장소 곳곳에 퍼즐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좋지만, 초반이 지나면 참신함이 없고 그저 반복되는 방식 때문에 눈 앞에 상자가 보여도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지겨우니까!!
그래도 오픈월드답게 탐험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위에도 썼듯이 자연환경 보는 재미가 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타르타로스라는 던전에서 퍼즐을 풀며 보물상자를 열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강적과 맞서 싸워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날개를 이용해 날아다니는 겁니다. 정확히는 새처럼 날 순 없고 날개를 달고 활강할 수가 있는데, 먼 곳까지 빠르게 갈 수 있음은 물론이요 자유롭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저는 높은 곳을 굉장히 무서워해서 패러글라이딩이나 윙슈트를 입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지는 못하지만 게임에서는 간접체험을 할 순 있네요. 실제로 하는 거에 결코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탈 것도 타고 다니고 벽도 기어 오르고 수영도 하며 새로운 장소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단지, 누구도 모를 숨겨진 장소를 발견한다거나 동굴 속 깊은 곳에 잠든 전설의 무기를 얻거나 미지의 존재를 만나거나 하는건 없어서 아쉽습니다. 실제로는 있는데 제가 발견 못 한 것일 수도 있겠죠. 워낙 친절한 게임이라 지도에 다음 가야할 곳에 거의 다 표시가 되거든요.
피닉스는 칼과 도끼 그리고 활을 가지고 전투를 치릅니다. 후방 부대를 맡았다던 피닉스는 초반부터 칼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굉장히 잘 싸우고 조작도 어렵지 않은데 단조롭지도 않습니다.
적에게는 기절 게이지가 존재하며 이 기절 게이지를 다 채우면 일정시간 동안 기절하게 되며 이 때, 아무런 방해 없이 적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도끼는 칼보다는 대미지가 떨어지지만 기절 대미지를 많이 줄 수 있어서 기절시키기 위해선 도끼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정석 같지만 사실 다른 방법이 더 유용합니다.
주위에 떨어진 통나무나 돌을 던지면 훨씬 빠르게 기절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실제 체력에도 대미지도 꽤나 줄 수 있는 편입니다. 더욱 효과적인 것은 신의 힘 중에서 아레스의 분노, 아테나의 돌진을 사용하는 겁니다. 아레스의 분노는 그 중에 가장 큰 기절 대미지를 주는 기술로 적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기술을 먹여주면 아주 효율적입니다. 게다가 이 신의 힘을 사용하면 퍼즐을 진행할 때 상당히 유용해서 신의 힘부터 기술을 익혀두면 대단히 도움이 됩니다.
신의 힘은 활력을 소모합니다. 회피, 달리기, 벽 타기 등을 할 때도 이 활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나 전투중이라면 말 할 것도 없죠. 활력을 다 써버리게 되면 행동이 느려지고 헉헉 거리기 때문에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맞기 직전에 회피를 하게 되면 활력이 상당량 회복하고 나 이외에 모든 것이 느려지기 때문에 대단히 유용한데, 맞기 직전에 피해야 해서 위험부답도 따릅니다. 이 게임에 존재하는 패링도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타이밍이 빡빡하지 않아서 꽤 자주 썼습니다.
함께 다니게 되는 동료 새 포스포르도 회복 기술이 있는 유형을 선택하면 체력을 지속적으로 회복할 수 있고 물약도 사용할 수 있으니 잘 죽지도 않게 됩니다. 활도 매력있는 무기라 취향에 맞는 분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전투라 말할 순 없겠지만 균형 잡히게 잘 만들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신의 힘을 남발하게 되는 순간부터 조금 단조로워지긴 하지만요.
시작부터 등장하는 티폰은 이미 신들을 처리해버리고 올림포스를 차지합니다. 그리스 신들에게 경멸의 말을 내뿜으며 자신은 그리스 신처럼 추악한 결함이 없는 존재라고 외치죠. 이에 번개의 힘마저 빼앗긴 제우스는 예지의 힘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갑니다. 영원히 독수리에 쪼이도록 자신이 형벌을 내렸던 신에게 말이죠.
프로메테우스는 티폰에게는 자신의 예지의 힘이 통하지 않는 상태라고 하며, 한 필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합니다. 현재 필멸자인 인간은 모두 돌로 변한 상태인데다가 천박한 기생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제우스는 필멸자는 무시합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예지를 통해 한 필멸자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 필멸자의 이름이 바로 피닉스입니다.
필멸자가 모두 돌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난파된 배에서 홀로 일어나 싸워야 하는 피닉스는 군대의 최전선에 투입되지 못할 정도로 강하지 않으며 자기 주관도 뚜렷하지 않고 형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피닉스는 형을 찾고 돌로 변하는 저주를 풀기 위한 여행 중 예언자에게 신탁을 받고 이 올림포스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본격적인 여정에 오르게 됩니다.
현재 봉인되어 있는 신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티폰에게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이죠. 하지만 피닉스는 그 예언에 나오는 사람이 자신을 말하는 것이라고 믿지 않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주위에는 사람이었던 돌과 적들밖엔 없는데, 숨어있을 거 아니면 움직여야죠.
게임은 전반적으로 가볍습니다. 액션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그러하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거의 만담 가깝게 끊임없는 농담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것은 피닉스가 만나게 되는 신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아주 가벼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이 농담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게임이 어느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그 나라에서는 이런 분위기나 대화 내용이 즐겁나 봅니다. 적어도 저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피닉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이 등장할 때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가벼움이 게임의 몰입도를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면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꽤나 있습니다. 물론 중요 스토리에는 별로 영향이 가지 않습니다만, 끊임없이 나오는 대화중에 나오는 신들을 제가 모르니 더욱 집중이 안 되더군요. 대부분은 제우스는 나쁜놈이라는 주제이긴 합니다.
그래도 후반부에 가서는 정리가 잘 되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초중반에서 후반까지는 봉인된 신을 구하는 내용이라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느껴지고 매력이 떨어지는데, 최후반부의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강렬함을 시작부터 드러냈던 티폰은 별다른 특색을 전달해주진 않지만 피닉스가 계시를 받게 된 이유, 프로메테우스의 계획 등 여러가지 매력적인 점들이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유비소프트답게 아름답게 펼쳐진 오픈월드가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퍼즐 위주의 게임 구성과 괜찮은 전투를 갖추고 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퍼즐 구성과 오픈월드와는 다르게 배경이 너무나도 똑같은 타르타로스 던전은 중반 이후 게임에 지루함을 선사합니다.
확실히 플레이시간도 긴 편인데 반복적이다라는 단점도 있습니다만 상당히 재미있게 했습니다. 메인 위주로 달린다면 지루함은 조금은 줄어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지루해지기 전까지 저는 퍼즐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런 반복적인면을 줄이고 좀 더 밀도있는 던전, 퍼즐 구성을 갖춘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만 지금까지 유비소프트가 받는 평가를 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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