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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PS1으로 발매되었던 스퀘어의 대표작인 성검전설 : 레전드 오브 마나가 리마스터되어 발매 되었습니다. PS1을 한참 나중에야 가지게 되어서 그 당시에 실제 플레이 해 본 게임이 얼마 없는데, 이 게임은 성검전설 시리즈답게 2인 플레이가 가능해서 친구집에서 어린 시절 신나게 플레이 했었습니다. 추억이 있는 게임이죠.

 

 이 게임은 처음 PS1으로 플레이 해보고 바로 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상적인 그래픽 때문이죠. 배경 색감도 정말 화사했고 디자인도 아름다웠는데, 이번 리마스터에서 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스퀘어가 옛날 2D 느낌나는 옥토패스 트래블러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긴 합니다만 인디게임을 제외하면 2D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이런 2D 게임은 정말 보물과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불만은 배경만 깔끔하게 리마스터하고 인물은 도트 튀게 놔뒀다는 점입니다. 인물만이 아니라 게임 내 등장하는 무기, 아이템을 표시하는 아이콘 또한 도트가 무지하게 튑니다. 이전에 모바일로 파이널 판타지 5,6편을 발매를 했을 때 등장인물도 깔끔한 2D로 만들었지만 필터가 워낙 별로여서 욕을 먹었은 적이 있었는데, 그 영향 때문인가요??

 

 암튼 그 덕분에 정말 보기싫은 인물 표현을 보여줍니다. 로맨싱 사가 리마스터도 이렇게 인물은 도트가 튀는 방식인데 특이하게 사가 프론티어 리마스터는 또 전부 깔끔하게 표현을 해놨어요. 필터 방식과 도트 방식을 고를 수 있게 선택지를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는 깔끔한 리마스터를 플레이하게 싶었습니다. 인물들 도트 튀는거 정말 싫어요.

[2D로 표현된 아름다운 배경, 도트 튀는 인물]

 이 게임은 기존 성검전설과 상당히 다릅니다. 기존의 성검전설은 다른 RPG와 진행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작은 자신이 플레이할 장소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진행하면서 얻게되는 아티팩트를 지도에 놓으면 마을이나 던전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하나의 아티팩트에도 속성이 있어서 이 속성 배치에 따라 또, 퀘스트의 진행 여부에 따라서 발생하는 이벤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합니다. 문제는 이런 요소들을 게임 내에서는 알기 어려워요. 또한 던전은 자신의 집에서 멀면 멀수록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여러 면에서 독특하고 신선하죠. 

 

 처음에 지도를 잘못 선택해 바다가 너무 많은 곳을 선택하면 마을이나 던전을 만들 장소가 부족하고 물이 아예 없는 곳을 선택해 버리면 물이 필요한 항구마을을 만들 수 없게 되죠. 최악의 경우는 후반부에 던전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엔딩을 못 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주인공과 지도를 선택]
[아티팩트를 지도 위에 놓으면 마을, 던전이 생성된다]

 게임 진행도 일반적인 일본RPG와는 다릅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아무런 목적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라고도 무엇을 하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퀘스트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도 않고 그저 레전드 오브 마나의 세계인 파 딜의 세계를 돌아다니며 삶을 살아갑니다.

 

 딱 보면 자유도가 높아보이는 비선형적인 게임으로 보이지만 스토리를 완전히 바꾸는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멀티엔딩도 아닙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더욱 아니라 탐험하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 퀘스트를 찾아 다녀야 합니다. 

 

 각 퀘스트도 굉장히 단편적입니다. 다른 게임이라면 메인이 되는 퀘스트가 있고 서브가 되는 퀘스트가 있는데, 이 게임은 모든 퀘스트가 부가 퀘스트처럼 느껴집니다. 많은 퀘스트가 존재하지만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으로 쭉 이어지지 않아서 집중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이 퀘스트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발생을 하는데, 이 조건을 게임 내에서도 결코 알 수 없으며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고 다른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특정 퀘스트를 수행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엔딩은 볼 수 있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퀘스트가 있는 경우 중간에 이야기가 끊기고 진행이 안 되기도 해서 황당합니다.

 

 공략없이 플레이하는 사람은 내가 보지도 못한 퀘스트가 있었다는 것을 엔딩을 보고 나서도 알 수가 없죠. 옛날게임이지만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한 힌트도 너무 적고 조건도 알 수가 없어서 진행하기 힘들어서 공략을 조금씩 볼 정도였습니다.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도 너무 적어요. 차라리 하나의 퀘스트를 주고 선택지를 넣어서 결과를 달라지게 하던가 했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불친절합니다.

[시작과 끝을 표현해주는 퀘스트]

 퀘스트를 진행하려면 필수적으로 전투가 뒤따릅니다. 전편이었던 성검전설3 까지는 기모아서 공격을 하는 체계였는데 이번작은 일반적인 액션게임처럼 버튼을 누르면 공격이 바로바로 나갑니다. 평타도 방향키 버튼을 조합하면 찌르기, 올려치기 내려찍기 등의 공격을 할 수 있어서 다양성이 커졌습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필살기는 특정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면 배우게 됩니다.

 

 기술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공격기술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뒤로 구르기, 잡기, 반격 등 회피와 반격, 특정 행동에 대한 기술이 많아서 한번씩 써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물론, 쓸만한 거 몇 개만 계속 쓰긴 했지만 신선한 기술들이 많았습니다.

 

 필살기는 무기마다 준비되어 있어서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보는 맛이 좋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도록 화려하진 않지만 한 번 정도는 보는 재미가 있어요.

[물리, 마법 공격으로 적과 싸워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나 필살기를 써보는 것은 좋은데 전투가 약간 애매합니다. 미끄러지는 듯한 이동, 빠르지 않은 전투 속도지만 묵직함과는 또 거리가 한참 멀고 전략성이 뛰어나냐면 그러한 것도 아닙니다. 호쾌한 맛도 없어서 뭔가 크게 재미있게 느껴지질 않아요.

 

 이런 게임은 이스나 테일즈 오브 시리즈처럼 기술 마구 퍼부으면서 빠른 속도의 공격을 이어가는 형식이 나아 보입니다. 평타에 기술을 이어가는 형태지만 끊이지 않고 공격이 계속되는 게 아니라서 시원시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게임만의 특색이 보이는 것도 아니구요.

 

 적의 종류도 적고 공격 방식도 단조롭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재미없다는 것은 아닌데 애매합니다. 2인 필살기 같은 것이 있다면 좋을 뻔 했어요. 동료도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지만 동료마다 특색을 느끼긴 어렵고,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심각하게 떨어집니다. 적을 없애면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나 크리스탈을 건드리지도 않고 두리번대기만 하니 답답합니다. 그나마 원거리 공격을 하거나 마법을 쓰는 게 정신겅간에라도 좋습니다.

[연출은 빈약하지만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필살기]

 전투 외에도 파고들기 요소가 많습니다. 장비제작은 물론이고 알을 수집해 몬스터를 길드여 동료로 삼을 수도 있고, PS1 시절 포켓스테이션을 통해 할 수 있었던 링링랜드에서 소재를 모으거나 몬스터 레벨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며 장비를 통해 골렘을 만들거나 마법악기를 만드는 등 할 게 많습니다.

 

 저는 그러한 파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명확한 목표가 있는 것 아니면 잘 하질 않습니다. 이번작도 그러한 요소들을 거의 즐기지 않았습니다만 이런 최고 장비나 동료를 만들고 모으는 것에 흥미가 있으신 분은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꽤 오랜시간 파고들만한 요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 게임은 큰 줄기가 되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RPG를 보면 처음에 목적의식을 불어넣어주는 강한 이벤트가 있거나 초반에는 가벼운 모험으로 시작하나 점점 커다란 일에 휘말리게 되는 형식이 많은데,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지가 않아요.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대부분의 퀘스트는 단편적이며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퀘스트 하나하나가 긴 것도 아니라 조금 헤매도 2~30분 정도면 다 완료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 게임의 목적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가 없었을 정도에요.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서브퀘스트만 하는 느낌입니다. 초반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중반, 후반이 되어도 게임의 목적을 알 수가 없으니 동기부여가 안 되고 흡입력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이어지는 퀘스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역시 단편적이다]

 그래도 큰 줄기가 되는 3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3개 역시 내용이 서로 연결된다고 할 순 없으나 세계에 큰 파장을 몰고오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매족를 주제로 다룬 내용, 마틸다와 악마를 주제로 한 내용, 드래곤을 주제로 한 내용 입니다. 이 중에 주매족 이야기는 뭔가 꼬였는지 완료하지 못하고 엔딩을 보았습니다. 더 이상 진행이 안 돼요.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진행이 되고 내용도 다르고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지도 않습니다만 각각의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특히 마틸다를 다룬 내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 종족도 생각도 달랐지만 어렸을 적엔 친구였던 이들이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인간의 파멸을 원해 큰 사건이 일어나는 내용까지 이어집니다. 각 이야기마다 퀘스트도 5개 이상으로 분량도 어느정도 됩니다.

 

 이런 메인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매력이 있고 재미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잘 엮어서 하나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면 더욱 좋았을 겁니다. 결국 이런 메인 시나리오도 마치 서브퀘스트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고 독립적이니 엔딩을 봤어도 이 게임의 주제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려 안타깝습니다.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하긴 했는제 퀘스트들이 너무 단편적고 독립적이에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틸다와 친구들 이야기]

 추억이 서려있는 성검전설 레전드 오브 마나. 리마스터가 되면서 자동저장은 물론이고 어디서든 저장할 수 있으며 인카운터를 0으로 만들 수도 있어 편의성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물론 요즘 게임에 비하면 지도도 없어서 편의성이 좋다고는 못하겠으나 신경을 써서 만들었습니다.

 

 PS1 시절에는 한글 게임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언어를 모르고 화면만을 보고 게임하는 것이 당연했고 스토리를 이해하기보다는 그래픽이나 전투만을 즐겨도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머리가 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해보니 추억 없이 플레이하기엔 재미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3개의 메인 시나리오는 매력적이지만 퀘스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기고 진행을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주질 않아서 이야기를 즐기는 커녕 헤매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에 와선 재미있게 즐기기 애매한 전투도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뛰어난 음악과 그래픽, 아름다운 오프닝 영상은 인상깊었던 성검전설 : 레전드 오브 마나였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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