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트라이에이스의 대표작이자 간신히지만 아직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스타오션의 첫번째 작품을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고맙게도 수준높은 한글패치가 존재해서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슈퍼패미컴 RPG 중에서 그래픽이 상당히 좋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슈퍼패미컴으로 발매된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와 그래픽이 매우 유사한데,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 제작진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설립한 것이 트라이에이스라고 합니다. 근데 비슷해도 너무 비슷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에요.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도 그렇듯이 음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초반 프롤로그에 나오는 대사 전체에 음성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전투 중에 기술도 열심히 외쳐줍니다. 음성 나오는 게임을 슈퍼패미컴에서 찾기란 정말 힘든 일인데 덕분에 전투가 심심하지 않습니다.
던전이나 세계를 돌아다니며 발생하는 랜덤 인카운터 후 전투 화면으로 전환이 되며 전투자체는 실시간으로 진행이 됩니다. 화면으로는 꽤나 박진감 넘치고 화려합니다.
그런데 공격이나 이동, 아이템 사용을 해야할 때 모두 메뉴를 통해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이게 이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이에요. 이동이 방향키로 안 되고 이동 버튼을 누른 후 나오는 커서를 이동을 원하는 위치에 갖다놓고 확인 버튼을 눌러야 이동을 시작합니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데다가 이동, 공격, 마법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피하기가 매우매우 어려워서 이동을 사용해 본 적도 거의 없고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턴제로 하던가.
공격도 마찬가지로 메뉴를 눌러서 해줘야 합니다. 한 번만 해주면 자동공격하는 것도 없습니다. 매 공격마다 확인 버튼을 누른 후 공격상대를 지정해줘야 공격이 나갑니다. 이게 뭔 짓거리인지 모르겠어요. 일반 공격은 대상 지정 없이 공격버튼 한 번으로 끝내면 좋을텐데 말이죠. 버튼 연타만 하면 일반공격이 계속 나가기는 합니다만 방식 자체가 잘못 되었어요. A 버튼을 누르면 바로 공격을 하도록 만들었어야 합니다. 다른 액션 게임처럼 말이죠.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는 비록 앞,뒤밖에 안 됐지만 방향키로 이동하면서 공격버튼 한 번만 누르면 공격을 바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작은 뭔가 다르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총 4명까지 전투에 참여가 가능한데,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인물은 경험치가 전혀 오르지 않아서 결국 대기상태에 있는 인물은 버려지게 되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돌아가면서 쓰기가 어려워요. 레벨 차이가 심각하게 벌어집니다.
메뉴 화면에서 기술을 L,R 버튼에 할당하고 역시 확인 버튼을 한 번 누른 후 사용하면 지정된 상대에게 필살기를 사용합니다. L,R 버튼 밖에 없어서 기술을 2개밖에 등록을 못할 것 같지만 가까운 적에게 사용하는 L,R 기술, 그리고 먼 거리의 적에게 사용하는 기술을 L,R 버튼에 각각 지정할 수 있어서 총 4개의 기술을 등록할 수가 있습니다.
필살기 쓰는 재미는 상당히 좋습니다. 저는 마법사를 선호하지 않아서 항상 물리공격 위주의 인물을 선택해서 플레이 하는데, 검을 든 주인공도 멋진 콤보를 가지고 있지만 원거리 일반 공격만으로도 사기적인 성능을 내뿜는 피아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쌍칼을 던지는 공격 방식도 마음에 들고 화면에 펼쳐지는 화려함은 물론이요, 성격도 좋아요.
하지만 주인공 라티는 인공지능 적용이 안 되어서 자동 전투를 하지 않아 다른 인물을 조작할 때 라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멀뚱히 서 있습니다. 왜 이리 만들었을까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에 라티를 주로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큰 단점 중 하나 입니다.
필살기는 전투를 진행하고 레벨이 오르면서 배우지만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얻을 수 있는 오의서도 존재합니다. 이 오의서도 얻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오의서를 입수한 후 특정 필살기를 계속 사용하면 어느순간 해당 필살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오의를 배우게 됩니다. 강한 것도 강한 거지만 훨씬 화려하고 보는 맛이 좋아요.
어떤 오의서와 어떤 필살기가 연관이 있는지 게임 내에서 알 수가 없어서 매우 불친절하긴 합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오의에 대해서 몰랐을 수도 있어요. 기껏해야 1,2개 정도 얻고 이게 오의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하고 끝났을 겁니다. 옛날 게임들의 불친절함을 이 게임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전투 필살기 말고도 특기가 있고 이 특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스킬을 배워야 합니다. 도구지식, 광물학, 약초학이란 스킬을 배우면 ??? 아이템을 식별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특기를 배울 수 있는거죠. 이게 좀 찬찬히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 좋은데 설명도 좀 부족한 편이고 스킬을 배우기 위한 SP도 상당량이 소모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배우기가 어려워 전투 쪽에 스킬을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세공, 음악, 집필 등 전투와 직접 연관성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은 많이 활용하질 못했습니다. 주로 후반부에 게임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되면 적극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는데 파고드는 요소가 꽤나 있는 편이라 그건 좋아요.
SP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 활용은 안 됐지만 이 스킬과 특기 덕분에 게임이 좀 더 풍부해 집니다. 단순하게는 능력치를 올려주는 스킬도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해주는 대시, 체력 등을 회복시켜주는 요리, 스킬의 요구 SP를 줄여주는 수행, 인카운터를 줄여주거나 적을 불러내는 음악, 던전 내에서 동물을 소환해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특기등 게임의 다양성을 확보해 줘서 정말 좋습니다.
전투기술과 다른 기술의 포인트를 분리해서 따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게 해주거나 요구 SP를 낮추거나, 초반부터 특기를 한 두개씩 설명해 주며 쉬운 방식으로 접근성을 키워줬으면 훨씬 더 다양하게 활용했을 것 같습니다. 시도는 굉장히 좋았는데 설명이 부족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조금 아쉬웠어요. 성격이 느긋하질 못해서 처음부터 여러 시도 하는게 부담스러웠어요.
주인공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꼬리가 있는 종족으로 평화롭운 마을의 자경단 활동을 하고 있는 라티와 미리 입니다.
미리의 아버지는 윗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석화 현상을 조사하러 가셨다가 그 역시 석화가 되는 병에 걸려 돌이 되어 버립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한 단 한 가지 희망, 메토크스 산 정산에서만 핀다는 약초를 구하기 위해 라티와 미리 그리고 친구인 돈은 길을 나섭니다. 하지만 결국 돈까지 괴질에 걸려 석화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메토크스 산 정상에서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인물은 자신들이 병을 고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이 행성과는 아주 먼 행성인 지구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들은 미개행성 보호조약에 따라 개발도상행성의 사람과는 접촉을 하면 안되지만 아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이들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하게되죠. 이들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함선에서 미개 행성인 로크 행성까지 바로 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트렉에서 본 기술이네요.
주인공 일행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병을 고쳐보려 합니다. 지구인은 병을 퍼뜨린 레조니아인을 만나 협상에 들어가지만 그들 또한 제3세력에게 이용당했으며 현재 숙주생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혈청을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지구의 함장인 로니키스와 부함장 이리아는 결국 이들을 돕기위해 행성 스트림에 있는 타임 게이트를 사용해 과거 로크로 가 혈청을 만들기 위한 숙주를 찾기로 합니다.
스타오션이라는 멋들어진 우주선과 행성 여행을 다룰 것 같지만 전혀 그런 것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전투를 하며 화려함을 뽐내는 것까지는 옛날 게임이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로크행성에서만 게임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뭣 할라고 첫 오프닝에 스타오션를 거창하게 말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입니다. 처음 지구인을 만나고 우주활극을 펼치지 않을까 기대 했던 저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시간여행 부분은 어느정도 준비를 해놨습니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가서 흩어진 동료를 찾고 새로운 동료를 만나며 석화 병의 숙주를 찾는 여행을 합니다. 과거 로크에는 마계도 존재하고 마왕도 있는데, 하다보면 마왕을 없애려고 게임을 하는건지 숙주를 찾으려고 게임을 하는 건지 잊어버릴 정도이며 몇몇 인물이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도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이야기의 중심을 잘 못 잡고 방황하는 거죠.
SF요소에 판타지 요소에 마계요소까지 당시 유행하고 인기있을만한 요소는 다 넣었지만 무엇하나 잘 구성되어 있지 못하고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며 조금씩 부족함을 느낍니다. 심각하진 않지만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지 못해요. 그래도 로크 행성의 비밀과 과거 갑자기 나타난 고대인의 진실은 아주 흥미로운 설정이었습니다.
이 게임의 즐거운 점은 바로 동료입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라티, 미리, 로니키스, 이리나 외에는 여러 동료들을 얻을 수 있는데 이 동료들을 얻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동료를 얻는 조건도 다르며 누구를 동료로 두었느냐에 따라서 몇몇 이벤트의 대사 뿐만이 아니라 진행이 약간 달라지기도 합니다. 파판6에서 다양한 동료를 통해 느꼈던 재미를 이 게임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 동료마다 자신의 뒷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매력이 있는데, 한 번의 플레이로는 모든 동료를 전부 얻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모든 동료의 이벤트를 보기 위해서는 다회차 플레이를 해야하고 이 다회차 플레이를 할 때 동료에 따라 이벤트가 달라지니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벨이라는 인물의 어두운 분위기를 참 좋아합니다. 고뇌에 찬 여성을 2D로 만날 수 있으며 미리의 서술로는 어마어마한 몸매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옛날게임의 한계이기도 하고 이 게임의 문제점이기도 한데, 이야기 구성이 치밀하지 못해서 제대로 이야기가 완성이 안 됩니다. 마벨이라는 인물도 플레이에 따라서 다른 결말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을 때 그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 이후에도 아무도 마벨이란 인물에 대해 언급을 안 하니 버려진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마벨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중요 인물인 4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준비된 이벤트가 끝난 이후에는 거의 병풍 취급입니다. 가장 아쉬운 점이며 이 게임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장대한 꿈과 높은 이상을 가지고 많은 것을 시도하려 했던 스타오션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의 그래픽과 제가 혹하는 시간여행, SF, 마계 설정은 다 때려 부었으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전투 또한 화려한데다가 다양한 동료와 이야기가 있는 게임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무엇하나 완성도가 뛰어나질 않고 한 두개씩 부족함이 엿보입니다. 가진 자본이나 기술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으며 특히 후반부, 엔딩 후 파고들기 요소와 동료들의 뒷 배경이 재미진 게임으로 몇 가지만 보완했으면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게임입니다. 후속작이 스타오션 시리즈에서 좋은 완성도와 사랑을 받은 게임으로 알고 있는데, 한글화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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