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두서없이 주절주절 씁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점만 가지고
쓰는 것이라 객관적인 자료나 전문성이 떨어지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어린 시절 저를 강력한 손노리빠로 만들어 주었었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오랜만에 잡아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아 오히려 좋았습니다.
1994년 발매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미려한 그래픽과 멋진 연출을 보여줍니다. 비록 지금보면 인디게임보다 못하지만 당시에는 이 정도의 그래픽을 가진 국산게임이 드물었습니다. 국내를 넘어가보면 대단히 뛰어나다고 볼 순 없지만 그 당시의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미술적인 부분을 뺀다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을 밖 전체지도는 굉장히 휑한 것이 아쉬웠지만요.
이번에 다시 하면서 느꼈던 것인데 특정 이벤트 장면에서 연출이 굉장히 빼어납니다. 자연스러운 칼놀림이나 표정변화등 당시에는 그러한 연출이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으며 지금 봐도 상당히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이벤트 연출에 모든 힘을 다 쏟았는지 전투연출은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조금 휑한 느낌도 있지만 상당히 깔끔하다]
[대단히 뛰어난 연출을 보여주었던 레자일과 드라이덴의 결투]
전체지도에서는 적의 모습이 보여 원하지 않는 적을 피해갈 수 있지만 던전내부에서는 랜덤 인카운터제로 되어 있어서 갑자기 적을 맞닥들이게 됩니다. 전투는 SRPG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민첩이 좋은 인물은 자신의 턴이 빠르게 오게 되어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나 뒤에서 공격한다고 대미지가 많이 들어가진 않습니다. 거기에 쌍수무기를 사용하면 공격거리가 늘어나는 독특한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쌍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어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전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속도감입니다. 공격 연출이 굉장히 짧고 이동이 빠르기 때문에 적,아군을 가리지 않고 행동이 빠르게 끝나게 되며 배후공격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다른 SRPG처럼 방향설정에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적의 수가 많아야 7~8명이고 초중반에서 5명 이하의 적을 만나는 경우가 만나 전투가 빠르게 진행이 되는데 이것이 대단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지 이 빠른 속도감을 주기위해서였는지 공격모션이나 마법 연출이 대단히 단촐한 것은 아쉽습니다.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는 이 게임은 인카운터율이 굉장히 높아지면서 지루함을 겪게됩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적의 체력이 높아지고 한 번에 나타나는 적의 수도 많아져 전투가 괴로워지는데 마법은 강하지도 않고 MP소모가 심하여 평소에는 마법사마저 근접공격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근접공격은 필살기는 커녕 일반적인 기술도 없어서 평타무쌍을 하게 되어 전투가 굉장히 단조로워지며 어마어마한 미스율은 정말 사람을 짜증나게 합니다. 게다가 모양만 SRPG이지 지형효과나 상성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인 면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막타를 쳐야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특성과 함께 레벨노가다가 상당히 필요한 점 때문에 후반에야 합류하는 렌달프나 지나스는 애정이 있지 않는 한 거의 버려지게 되어 전체적으로 동료간의 균형과 레벨디자인 또한 상당히 잘못되어있습니다.
[쌍수를 착용하면 공격거리가 늘어나는 독특함]
[마법의 연출은 정말 단촐하나 그 시절엔 크게 나쁘진 않았다]
게임이 상당한 고전게임이기 때문에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도가 지나친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아이템, 장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고전게임의 특징인지 창세기전도 이 점이 단점이었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더욱 심각합니다. 가방이나 상점 그 어디에서도 장비에 대한 능력치 설명을 볼 수 없고 회복아이템 또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게임 내에서는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아이템도 있어서 그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심각한 것은 상점의 장비가 지금 내가 착용하고 있는 장비보다 좋은 것인지 사서 장비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저장과 불러오기를 통해 금전피해를 막을 순 있지만 굳이 그 짧은 설명 몇 줄 넣지 않은 이유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마법도 마찬가지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름만 있고 능력치는 전혀 표시되지 않는다]
팔미라의 기사 로이드 폰 로이엔탈은 루델베르그에서 팔미라로 운반되는 카이난의 지팡이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수송도중 프란시스 드 라크로스라는 자가 이끄는 부대에게 지팡이를 빼앗기고 부대의 모든 사람들을 잃게됩니다. 그리고 로이드는 빼앗긴 지팡이를 되찾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로 결심하고 먼 길을 떠납니다. 여행도중 일레느와 레자일을 만나 카이난의 지팡이를 가지고 간 자들의 음모를 알게되며 더욱 거대한 일에 말려들게 됩니다.
이야기는 상당히 짧고 단순하지만 주연급 등장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무겁지 않은 분위기인데다가 손노리 특유의 개그감각은 플레이를 하면서 실소를 머금게 합니다. 아크라,러덕의 합류와 레자일의 이야기는 극적인 면을 주기도 하는 반면에 최후반에 등장하는 지나스 같은 경우는 상당히 뜬금없기도 하고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레벨도 낮습니다.
마지막 적의 존재도 그렇고 주요 무대가 되는 곳도 대륙 전체가 아니라 일부이며 중간에 등장하는 레자일의 친구 사루만 또한 다른 마왕을 상대하러 떠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스케일이 굉장히 작은 편입니다. 대신에 마을마다 작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진행이 가능하고 기승전결이 확실하며 이벤트 연출과 애니메이션이 좋아 이야기의 집중도가 높아져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감탄사가 나왔던 연출장면]
[손노리 특유의 개그센스]
지금와서 보면 상당히 부족함이 많은 게임입니다. 전투에서 전략성이 전혀 보이지 않음은 물론이고 굉장히 작은 스케일에 그것을 감추려고 했는지 플레이시간을 늘리기 위한 레벨노가다는 지루함을 가져다줍니다. 거기에 여전히 진행불가버그가 남아있으며 Out Of Range를 내뿜으며 튕기는 현상까지 있으니 당시 열악한 환경의 개발환경이었더라도 참기 힘든 수준의 완성도입니다.
하지만 사연을 갖고 있는 적의 이야기는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고 계속해서 게임을 붙잡게 하고 동료간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는 흥미로우며 패스맨의 등장, 일레느의 욕실 훔쳐보기 이벤트는 숨겨놓은 요소를 찾는 도전욕구를 일으키고 손노리가 준비한 개그요소들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게임이었지만 그 가능성 또한 많이 가진 게임으로 저는 이 게임에 대한 추억이 많은지라 첫 타이틀화면의 음악만 들어도 감상에 젖게됩니다. 미디음원을 사용해서 높은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추억보정이 심한게임이지만 할때마다 즐거운 게임이니 다음에 또 다시 할때가 있을 것 같네요. 그때는 꼭 플레이포인트 100점을 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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