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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간만에 RPG가 아닌 공포게임을 잡아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 어드벤쳐 게임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거에 손이 갑니다. 

 이 게임의 그래픽이 뛰어나진 않습니다. 특별한 수준의 그래픽이거나 뛰어난 디자인은 아니지만 집안에서만 진행되는 게임의 특색을 살려서 집안의 풍경을 세세하게 표현한 것은 좋습니다. 잠겨있는 곳도 있지만 귀중 아이템이 없어도 서랍이나 찬장을 열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 안을 항상 가정집에서 있을만한 집기들로 채워놓은 것은 물론 어질러진 창고의 모습, 화가인 주인공과 피아노를 치는 아내의 특징을 살린 피아노와 기괴한 그림의 배치등 여러가지 면에서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다만 서랍이나 찬장에 들어있는 것이 항상 같다는 건 별로지만요. 똑같은 물건이 도대체 몇개나 있는건지 원.


[시대배경에 맞는 분위기 있는 화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성입니다. 1인칭으로 진행되며 좁은 집에서만 계속해서 진행이 됩니다. 한 번 지나왔던 문은 잠겨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음 문으로 계속해서 이동해나가야 하지만 몇몇 구간에서는 앞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뒤를 돌거나 옆을 볼 경우 새로운 길이 나타나거나 연출이 등장하게 되는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단순히 이동하거나 시점을 돌리는 것만으로 배경이 변화하는 것을 볼 수가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뒤를 돌아보니 왔던길이 막혀있다]


[창너머 비치던 방을 보고 뒤를 보니 내가 그 방에 와 있다]


 조작은 기본적으로 마우스, 키보드와 컨트롤러까지 지원을 합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문을 여는 것을 비롯해 사물을 조작할 때 실제 사물을 만지는 듯한 조직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컨트롤러를 기준으로 설명을 하자면, 문을 열기 위해서 문고리를 잡는 RT버튼을 누른 후 오른쪽 스틱으로 당기기까지 해야만 문이 열립니다. 만약 미닫이문이 등장했다면 스틱을 좌나 우로 기울여야 했을 겁니다. 최근게임들은 편의성을 대폭 강조하기 때문에 문고리에 마우스를 갔다대기는 커녕 문 근처만 가도 문 열기가 가능해서 문 손잡이위치까지 신경써야하는 게임은 화이트데이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이 속도감을 중요시하는 게임이 아니고 작은 움직임 하나에 변화가 생기는 연출을 택했기 때문에 이러한 조작감도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순하게 문을 열 수 있으면 더 편했을 것 같네요.

 참고로 이 게임 멀미가 엄청 심합니다. 우선 3D게임할 때 흔히 멀미나는 게임의 몇가지 요소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에 광원(빛) 효과가 강렬하게 들어가 있으며 화면전환이 빠르고 흐려지거나 변화가 심한데다가 시야각이 좁은 1인칭 게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통계는 없지만 제 경험상 이런 요소들이 있으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두통까지 느껴지는데 이 게임은 거의 모든것을 충족시킵니다. 쫓기는 상황은 따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화면을 빠르게 돌려야 하진 않지만 화면이 흐려지거나 일그러지는 효과가 많아서 보는게 힘들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연출은 괜찮지만 1인칭게임 멀미 있는 사람이 심한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게임은 아닙니다. 문제는 보통 공포게임들이 이런 요소들이 많아서 공포는 좋아하지만 멀미때문에 많이는 못한다는게 아쉽네요. 3인칭 공포가 좋아요.

[문을 잡아서 당기는 행위까지 해줘야 한다]


 화이트데이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아웃라스트등 절대적인 존재에게서 달아나는 게임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방을 조사하는 것으로 진행이 됩니다. 어두운 방 안을 조사하며 조용한 가운데에 갑자기 뒤에서 날아오는 칼, 떠오르는 인형들, 이따금씩 등장하는 존재를 알 수 없는 사람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연출됩니다. 귀신이나 연쇄살인범이 날 죽이려고 덤비는 경우가 아니라 어둠속에서 나를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지만 실제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은 없습니다.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기 위해 등장하는 몇몇 상황들이 매우 익숙하고 자주 봐왔던 장면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겁장이들을 충분히 괴롭혀줄만한 요소들이 준비되어 있어 가치가 있습니다.  연출이 꽤 좋은 편입니다.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시점을 돌리면 변화하는 방의 모습이라던가 사물이 공중에 뜨기도 해서 어둠이 조용히 깔려있는 가운데에 예민해져 있는 유저의 감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듭니다.

 게임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에 쫓기지도 않고 뛰는 버튼도 없어서 진행이 조금 느린 편입니다. 집안의 변화가 잦아서 지루함이 크진 않지만 게임이 단조롭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다행히도 플레이시간이 짧은 편이라 그 단점을 많이 해소시키는 점이 다행입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현상]


[퍼즐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퍼즐요소도 준비되어 있다]


 영화도 그렇고 게임중에도 몇몇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시간순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주지 않고 조각난 이야기를 여기저기에 뿌려놓고 유저가 직접 찾아내어 인물들의 관계, 현재 처해있는 상황등을 파악해야만 합니다. 이 게임도 그러한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하려고 하는 행위자체가 무엇인지조차 처음에는 모릅니다. 조금 해보면 주인공이 그림을 완성시키려고 집안을 돌며 여러가지 재료들을 모으러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닥, 책상 위, 서랍안을 잘 뒤져보며 여러가지 상황을 알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화가이고 아내는 피아니스트이며 귀여운 딸아이까지 있는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집에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습니다.


 그림의 재료를 하나씩 찾으면 마치 살인을 저지른 듯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재료를 찾으러 가는 와중에 여러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에서 과거에 있었던 진실과 현재 주인공이 하는 행동의 이유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단편적인 단서만이 나오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러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갑니다. 아내와 딸이 지금 이 집에 없는 이유, 주인공이 달릴 수 없는 이유와 주인공의 현재 상황, 집에서 기괴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등 궁금했던 것들이 대부분 밝혀지게 됩니다. 


 이러한 진행이 자칫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짧은 플레이시간에 곁들여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고 봅니다. 특출나게 느껴지진 않지만 설득력있는 이야기가 분명하게 깔려있어서 단조로운 게임플레이를 잘 감싸줍니다. 다만, 이야기 진행방식 때문에 저 단서들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면 전체적인 이야기 추론자체가 불가능해서 필수진행요소에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스며들어있었어야 합니다. 좀 더 자세한 배경설명은 단서로 찾아내게 하면 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마저 메인에 빠져있는 요소가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게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하듯이 하게되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조각조각 흩어진 이야기라도 핵심 스토리는 반드시 메인에 포함이 됐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6개의 재료를 찾아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목적]


[살인마의 이야기를 써놓은 듯한 글귀]


[쪽지를 찾아가며 조각난 이야기를 하나로 맞춰야 전체 이야기 파악이 가능하다]


  집안이라는 공간, 그리고 공포요소나 게임플레이가 P.T나 유사 게임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유형이라 독창적이라고 부를 수 없으나 전체적으로 멋진 분위기와 음악 그리고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고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공포요소들이 잘 어울어져 있어서 한여름밤 잘 만들어진 소설을 보는 느낌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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