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이전부터 하고싶었던 완다와 거상을 잡아보았습니다. 사실 이코부터 하고 싶었는데 완다와 거상 리메이크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이것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PS2 시절에도 이코와 완다와 거상은 대단히 평이 좋았었던 게임으로 드디어 하게 되었네요.


 인물 그래픽도 평범하고 확 와 닿지 않으나 배경 디자인이 정말 좋습니다. 특유의 안개가 끼고 강렬한 빛이 들어오는 효과는 배경음악과 더불어 이 게임을 대단히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모든 맵이 이어져 있어서 로딩이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완다와 거상의 무대가 작은 편이고 하나의 거상을 격파하면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올 때 로딩을 하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모든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사막, 호수, 지하 신전이나 폭포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뛰어난 미적감각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폭포를 처음 봤을때, 또 처음 남쪽에 있는 사막지역을 갔을 때 비치는 강렬한 빛과 모래바람은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무엇보다 게임의 제목답게 거상의 디자인이 특별합니다. 단순히 멋진 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이한 갑옷과 독특한 모습을 한 여러 거상들이 계속해서 우릴 반겨줍니다. 거상이라는 이름답게 주인공인 완다는 개미처럼 보일만큼 커서 그 웅장함이 화면 가득 전해져 옵니다.


 놀라운 것은 2005년 PS2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6:9 와이드 화면을 지원한다는 것. 그리고 PS2 게임에 얼마 없는 프로그레시브 지원이라는 겁니다. 프로그레시브도 PS2게임에서는 자주 볼 수가 없는데 와이드 화면은 더욱 더 보기 힘든 시기였습니다.


 단점도 하나 있는데 프레임이 들쭉날쭉 합니다. 특히 거상과 싸울 때는 게임이 끊긴다고 느낄만큼 느려지는데 이 개발진들은 이후에 나온 게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걸 보면 최적화에 신경을 안쓰거나 기술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가 확실합니다.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 보는 맛이 좋다]


[웅장함을 자아내는 거상]


 컷신의 분량이 대단히 짧은 이 게임의 길지 않은 프롤로그가 끝나면 16개의 거상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러 가야만 합니다. 이 게임에서 할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거상을 쓰러뜨리러 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로 거상을 찾으러 가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전설의 검을 빛이 있는 곳에서 높이 치켜들면 빛이 반사되는데 그 상태에서 화면을 돌리다보면 빛이 한군데로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거상이 있는 장소입니다만 문제는 현재 있는 장소에서 거상이 있는 장소까지 직선거리로만 빛을 비춰주기 때문에 정확한 일에 대한 안내는 없으며 돌아가야하는 길이 있으면 직접 헤매며 찾아야 합니다. 저 같은 길치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난제였습니다.


 거상을 해치우고 돌아오면 도르민이라는 놈이 힌트를 약간 주긴 합니다만 거의 도움이 안됩니다. 이놈의 호수는 왜 이리 많은건지 호수를 찾아가라는데, 도르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할텐데 어째서 친절히 길을 알려주지 않는걸까 아직도 의문입니다. 게임내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말 아그로와 함께 열심히 달려서 거상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야 합니다. 아그로가 없어도 갈 수 있지만 과연 말 없이 뛰어간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실제로 저 같은 경우에는 거상을 만나서 싸우고 공략하는 것보다 이 길 찾는 시간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거상 공략에 5분이 걸렸다면 거상을 찾아가는 시간이 10분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지도가 있긴 하지만 요즘 게임처럼 아주 친절하게 표시가 되어있진 않으며 애초에 어드벤쳐 장르인 이 게임은 거상을 찾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내용입니다. 참고로 거상을 잡을때마다 지도에 있는 구름이 걷힙니다. 때론 암벽을 오르고 때로는 헤엄을 치기도 하며 거상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빠르게 장소를 찾고 건물을 오르거나 내리면서 가면 상당히 즐겁지만 헤매기 시작하면 무지하게 짜증이 올라옵니다.


[검의 빛은 오로지 직선 거리로만 표시가 되며 지도도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말을 타고 달리고 건물을 오르며 거상이 있는 곳으로!]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거상을 공략하는 부분입니다. 액션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어드벤쳐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액션성이 뛰어나진 않습니다. 때문에 마법이나 기술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연타조차 없고 그것이 존재할 필요도 없습니다. 거상 근처에서 검을 들어 빛이 모이는 곳을 찾으면 그곳이 거상의 급소이고 그 급소를 찌르면 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다른 곳을 아무리 찔러봤자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완다도 구르기가 있긴 있으나 움직임이 굼뜨고 거상에게 한 대 제대로 맞으면 5초 이상 누워있기 때문에 조심해야됩니다.


 주인공 완다에게는 체력과 악력이라는 수치가 있으며 악력은 어딘가에 매달리거나 기어서 올라가면 지속적으로 소모가 되며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빠르게 회복합니다. 거상에 오래매달려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악력이 전부 소모되지 않게 안전한 장소에서 휴식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악력은 거상을 하나씩 잡으면서 늘어나는데 주인공 완다는 정말 악력이 강하기 때문에 거상이 아무리 몸을 뒤흔들어도 악력게이지가 전부 소모되지 않는 이상은 절대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실로 엄청난 놈이에요.


  거상의 몸은 털과 갑옷으로 덮여있고 이것을 붙잡고서 급소로 가야만 합니다만 대부분의 거상은 그냥은 잡을 수가 없습니다. 거상을 넘어뜨릴 방법을 찾아서 몸 위로 올라가거나 털이나 갑옷을 잡고 올라갈 방법을 찾거나 온 몸을 뒤덮고 있는 갑옷을 부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상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이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거상의 움직임이나 공격방식등을 살펴보며 여러가지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한 후 드디어 거상위로 올라가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습니다. 

 이 때 음악이 좋은데, 거상 아래에서 거상의 공략을 맞거나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음악이 들려오지만 거상의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면 반격을 알리는 듯한 음악으로 바뀌어 승리감에 도취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거상과 싸우거나 컷신의 경우가 아니라면 음악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바람소리 같은 주위의 환경음, 발소리나 칼소리와 같은 효과음만이 들려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이것이 2005년 작이라는 겁니다. 이 시기에 이렇게나 거대한 적을 기어올라가고 주위에 사물을 이용한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그 동안 많은 게이머들이 꿈꿔왔던 것을 이루어줬다는 겁니다. 거대한 보스가 나와도 다른 전투와 다를 것 없이 버튼을 연타하고 기술만을 난사하면 잡을 수 있었던 다른 게임과는 달리 거상 위로 올라가고 찌르는 등 색다르고 신선한 전투를 어드벤쳐 요소와 함께 뛰어나게 담아냈습니다.


[거상마다 공략 방법이 전부 다르다]


[급소를 찾아서 칼로 찌르는 것이 목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말에 누군가를 태우고 먼 길을 가는 완다. 마침내 성같은 곳에 도착하게 되고 말에 태워왔던 한 소녀를 눕히게 됩니다. 이곳은 금단의 땅. 이 세계에서는 원한다면 죽은 자의 혼을 되찾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형체도 없는 누군가가 자신을 도르민이라 소개하며 완다에게 제안을 합니다. 이곳에 있는 우상 16개를 파괴해준다면 저주받은 운명에 의해 산 제물이 된 소녀의 혼을 돌려주겠노라고. 우상은 사람의 힘으로 파괴할 수 없으니 우상과 짝을 이루는 거상을 파괴하라고 하지만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부터 오로지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한 완다의 고독하고 처절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게임은 완다와 거상의 스토리 분량은 굉장히 적습니다. 실제로 게임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에만 이야기가 존재하며 그것마저도 매우 한정적인 정보만을 제공합니다. 완다와 소녀가 어떠한 관계인지 심지어 완다와 소녀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게임내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으며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릅니다. 도르민이 정확히 어떠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느낄 수 있는것은 거상을 혼자서 상대하는 완다의 처절함과 소녀를 향한 완다의 간절함입니다. 


 모든 거상을 다 쓰러뜨리고 엔딩이 조금 긴 편인데, 여기에서 도르민이 과거에 어떤 짓을 당했고 거상을 파괴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알게 됩니다. 새로운 인물도 엔딩에서야 처음 등장하는데 엔딩에서조차 느껴지는 것은 소녀를 살리고 싶은 완다의 간절함이며 대사도 거의 없는 완다의 마음이 멋진 음악과 함께 펼쳐져 가슴뭉클하게 합니다. 분량이 적지만 스토리의 중요성은 거상파괴만큼이나 중요하고 마지막 감동은 대단히 크게 다가오고 여운까지 남깁니다.


[먼 길을 돌아 도착한 금단의 땅과 이곳에 전해지는 전설]


[소녀를 살리고 싶은 절박한 완다와 도르민의 제안]


 정말 멋진 게임입니다. 과거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해도 신선함을 느꼈을 정도로 독특한 게임이며 액션을 즐길 수 있지만 사실은 어드벤쳐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극히 어려운 퍼즐은 없으나 분명히 어려움을 겪을만한 요소가 있어서 그 어려움을 뚫고 하나하나 거상을 잡아나가는 즐거움이 대단히 큽니다. 퍼즐 뿐 아니라 적은 분량이고 단순한 내용을 가진 이야기 전달도 뛰어나서 지금 해봐도 멋진 수작입니다. 게임 프레임이 엉망인 점 딱 하나만 안타깝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인 PS4 버전으로 즐기는 것이 지금시기에는 더 좋은 선택이지만 PS2 버전도 여전히 멋집니다.

 

플레이영상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