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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이전부터 유명했던 공포게임 암네시아를 드디어 해보았습니다. 2010년에 발매된 게임이고 거대자본이 투자된 게임이 아니라 그래픽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표현되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1인칭 시점을 가지고 있고 등장인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볼 수 있는 것은 사물과 주인공의 손뿐인데 이 손이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그래픽입니다. 그에반해 1839년을 시대배경으로 한 성의 표현은 나름대로 좋습니다. 그래픽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게임이 주는 어두운 공포감을 뛰어나게 잘 살려냈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흔히 말하는 3D 멀미의 최고봉 중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초반부에는 현재 주인공의 심약한 정신상태 덕분에 바닥에 쓰러지고 화면이 흐려지는 효과가 자주 나옵니다. 어두운 화면에다가 자주 쓰러지면서 화면이 자주 울렁울렁 거리는데다가 흐려짐 효과까지 빈번하게 발생해서 특히 초반부에는 게임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지러움증을 유발합니다.


[그래픽이 뛰어나진 않지만 고성의 분위기를 잘 냈다]


 암네시아는 1839년 한 고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성 안에는 주인공 말고 다른 인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람의 흔적은 없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썼던 듯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짙은 어둠이 깔려 있어서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이 됩니다.


 주인공은 심신미약인지 빛 아래에 있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지며 화면이 울렁울렁 거리고 있지도 않은 사람소리, 바람소리, 사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심리적인 공포를 묘사하는데다가 빛이 없는 곳에서 오래동안 있으면 결국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플레이하는 자신조차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은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없던 두려움도 생길 지경으로 멋진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부족한 손등의 기름 때문에 계속해서 손등을 들 수 없고 부싯깃이 있어야 초에 불을 켜 환하게 만들 수가 있지만 남발하면 안되기 때문에 어두운 장소를 지나갈 때 긴장감이 뛰어납니다.  그 긴장감 만큼이나 어지러움증도 증가하는 게 단점입니다.


[빛이 없으면 시야가 흐려지고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단순히 흐려지는 화면과 소리만으로 공포를 전달해주진 않습니다. 이 게임엔 성을 어슬렁거리며 주인공을 공격하는 적들도 등장을 하며 이들은 발이 매우 빠르게 때문에 한 번 걸리면 도망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적을 공격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피해서 움직여야만 하는데 이게 엄청난 긴장감을 불어넣어줍니다. 


 다행히도 적들이 나오는 구간이 적은 편이고 움직임도 둔한데다가 내가 있다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어두운 공간에서 퍼즐이 반복되는 이 게임에 엄청난 생동감을 더해주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게임내에서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적 인공지능은 조금 더 뛰어나게 만들어야했을 겁니다. 퍼즐이 많아서 지나치게 자주 나오는 것은 좋지 않지만 퍼즐 부분과 적이 나오는 부분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나오지도 않는 적의 인공지능을 너무나도 멍청하게 해놓은 것은 실수였습니다.


[다니엘을 공격하는 녀석들. 잘 보면 귀엽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전형적인 어드벤쳐 게임으로 진행되는 암네시아는 기본적인 수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모으고 퍼즐의 힌트와 이야기를 보충해 주는 각종 문서들을 수집하며 퍼즐을 풀며 나아가야 합니다. 어두운 성 안을 수색려면 부시깃을 얻어 양초에 초를 켜야 주변이 밝아져 수색이 수월해지고 초가 없는 곳에서는 손등을 켜야 하지만 손등에 필요한 기름도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라 아껴서 써야하고 부시깃도 낭비하면 부족해질 때가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다른 어드벤쳐 게임처럼 다음 방으로 가는 길은 막혀있기 때문에 아이템을 얻고 조합해서 퍼즐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퍼즐 같은 경우에는 아주 쉽지만은 않습니다. 저처럼 머리 잘 못 쓰는 사람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인데 몇몇 퍼즐은 힌트가 조금 부족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수색을 통해 얻은 힌트를 보고 사고력을 발휘해 풀어내야 합니다. 막힐 때는 짜증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퍼즐을 해결했을 때 희열감을 느낍니다.


 현재 길이 막혀있는 이유나 장치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점도 좋은 점입니다. 뜬금없이 갑자기 나오는 퍼즐이 아니라 원래 성에서 있던 장치들을 다시 가동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배경설정에 대해서도 더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장치입니다.


[힌트를 잘 보면 어렵지만은 않은 퍼즐]


 극심한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성 안을 배회하는 한 남자.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다니엘이라는 것만 기억하는 한 남자가 등장하며 게임은 시작합니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 서한에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있었습니다. 그 서한에는 기억은 다니엘 스스로 지운 것이며 내부 성소로 가서 알렉산더라는 녀석을 찾고 죽여버리라는 글이 써있습니다. 이제 다니엘은 내부성소로 가면서 자신의 과거 기록을 조금씩 찾아가고 자신과 알렉산더와의 관계와 과거의 한 일에 대해 알아가야 합니다.


 초, 중반부는 다니엘의 과거 이야기와 알렉산더가 있는 이 성으로 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알렉산더에 대해서 조금씩 서술해 나가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후반부에는 다니엘의 과거행적과 알렉산더가 꾸미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되는데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지루하지 않습니다. 특히 주술적인 소재를 다룬 것과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재의 신선함과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성질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게임이 그 두가지를 다 만족시켜주었습니다. 


 연출력이 상당한 부족한 편입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화면이 어두워지며 음성만 들릴 뿐이고 역시 중요한 문서같은 경우에도 글와 음성만이 흘러나와서 화면으로 표현이 되는 맛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심장약한 주인공의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 속으로 몰입되게 만드는 멋진 내용은 부족한 연출력을 보완합니다. 하지만 연출력이 부족해서 엔딩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좀 더 화면으로 멋지게 표현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지나치게 짧아서 약간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스스로 기억을 지운 다니엘]


[알게될수록 잔인하게 다가오는 진실]


 이른바 멀미현상을 극도로 느끼기 쉬운 게임이라서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컷신이나 안전장소같은 장치가 없어 10시간 가까이 되는 플레이시간을 지닌 게임의 후반부에는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강약조절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귀신이나 잔인한 살인마를 부각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유지되는 긴장감과 공포감이 돋보이며 고성을 표현한 게임의 분위기가 환상적이며 이야기의 생동감이 살아있는 멋진 게임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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