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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일본의 국민RPG 드래곤 퀘스트의 신작 드래곤 퀘스트 11 플레이해보았습니다. 저는 최근에 드래곤 퀘스트 1,2,3편만 플레이를 해보았으며 전부다 너무 오래된 게임이라 그런지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드퀘11도 할까말까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우선 그래픽은 끝내줍니다. PS4 통틀어 최고의 그래픽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게임이 가진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님이라는 동화, 만화같은 설정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래픽을 선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만화풍의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는 드퀘11은 만화 드래곤볼로 유명한 아저씨가 그림을 맡아서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친숙합니다. 저처럼 30대 아저씨들에게는 타이의 대모험이나 아벨탐험대도 익숙할텐데 그 역시 드래곤 퀘스트와 관련된 만화입니다.


 드퀘11은 인물표현도 이쁘지만 배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특히나 숲이나 들판에 펼쳐진 무성한 풀을 비롯해 흐르는 강과 폭포의 표현이 멋져서 들판을 뛰어다닐 때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사실 풀 말고 다른 장소는 특별하지 않지만 그거 하나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동화같은 분위기의 그래픽]


[풀이 무성한 지역의 배경은 정말 멋지다]


  열심히 배회하고 있는 마물과 부딪히면 화면이 전화되며 전투가 시작합니다. 배회하는 마물 근처로 가서 칼을 휘두르면 적의 체력을 조금이나마 빼놓고 시작할 수 있으며 매우 쉬운 작업이라서 반드시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작 역시나 드래곤 퀘스트는 전통적인 턴제 전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상하로 아군과 적군이 서 있는 상태로 민첩이 빠른 순서대로 자신의 턴이 돌아오며 자신의 턴에 공격, 마법, 도구 사용, 장비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최대 4명까지 전투에 참여할 수 있으며 동료는 물론 주인공까지 자동전투가 가능하며 전투중 언제라도 작전명령을 통해 공격적으로 운용할 것인지 회복역할을 맡길 것인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턴을 손해보긴 하지만 대기 멤버와 전투 멤버를 교체할 수도 있어서 상황에 맞는 인물로 교체를 해가며 어려운 전투를 보다 쉽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민첩이 높은 인물이 턴을 먼저 가져가게 되는 체계인데 특이한 것은 민첩이 높다고 해서 턴을 많이 가져가는 건 아닙니다. 민첩이 높아서 빨리 차례가 돌아와도 다른 인물들이 한번씩 다 자신의 턴을 가져간 이후에 다시 자신의 턴이 옵니다. 메탈 슬라임처럼 노가다성 짙은 전투를 할 때 정도를 제외하곤 민첩이 큰 의미를 갖긴 어렵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해놨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에 보스전에서는 보스가 한 턴에 두번, 하드모드에서는 세 번 행동을 한다고 하니 턴제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고전적인 전투]


[화려하게 표현되는 전투 화면]


 게임을 시작한 초반,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익힌 후 연출을 보는 것, 그것이 드래곤 퀘스트 11 전투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전부이며 그 외에 모든 시간은 지루함과 몰려오는 졸음과의 싸움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바로 이 전투이며 심지어 배를 타게 되면 해상에서는 공포의 랜덤 인카운터까지 우리를 괴롭힙니다.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초반만 넘어가면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성수가 랜덤 전투를 막아주며 우리의 희망이 되어줍니다.


 전통적인 전투를 채택하고 있는 이 게임의 유일하게 특이한 점은 바로 존 시스템입니다. 방어를 하거나 여러가지 형태로 전투를 하다보면 갑자기 존 상태가 되고 이 상태에 들어가면 각 인물에 따라 힘, 방어력 혹은 주문위력, 회복력 등이 상승하며 약 5턴 정도 유지됩니다. 중요한 건 여러명이 존 상태에 들어서게 되면 연계기를 사용할 수가 있어서 상당히 강력하고 연출도 멋져서 쓰는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면 존 상태에서 일반기술이나 마법을을 쓰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하며 언제 존 상태가 될지도 알 수 없어서 전술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멀며 거의 운에 달려있어 있습니다.


 몇몇 보스는 각종 버프기술은 물론 존 상태까지 무효화시키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운에 의지하는 이 존 상태는 더욱 더 전략성을 잃어버립니다. 필살기 개념이라면 차라리 필살기 게이지가 존재하고 그 게이지를 다 채우면 자신이 선택적으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나았을 겁니다. 동료와의 연계기만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도 좀 더 전투가 재미있었을텐데 너무나도 고전적인면만이 부각되어 질릴대로 질릴만한 전투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은 처음 시작할 때 굳이 제한모드를 사용해 적강함을 선택하지 않는 한, 보스전을 제외한 전투가 매우 쉬운 편이고 전략 설정을 통해 전투를 자동으로 맡길 수도 있어서 수월한 편이라 노가다도 없다는 점입니다. 현세대 턴제 RPG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지 않으면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프레스 턴, ATB, 동료 합동 기술등 다른게임처럼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하지만 드퀘는 전혀 특별한 것 없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치장한 고물같은 전투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 상태가 되면 더욱 강력해 진다]


[존 상태일 때 사용 가능한 연계기. 연출은 덤]


 인터페이스도 너무 구식입니다. 전투 때 열리는 메뉴도 그렇고 아무리 좋게 봐줘야 PS2 시절에나 봤을 법한 메뉴를 지금에서야 보고 있으니 한숨만 나옵니다. 자주 쓰는 공격이나 마법은 단축키로 지정을 하게 해주는 등 편의성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마법이나 아이템 설명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도로 불편하진 않습니다만 현대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사용했어야 했습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아이템 분배와 지도입니다. 도구 가방과 장비 가방이 나뉘어져 있고 각 인물마다 가방칸이 있어서 전투에서 사용하고 싶은 도구는 반드시 해당 인물의 가방으로 옮겨줘야 합니다. 왜 아직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전 던전RPG처럼 아이템 수를 극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긴장감과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식의 게임도 아니고 말이죠. 도구가방에서는 약초를 겹칠 수 있어서 50개라도 한 칸에 보관되지만 각 인물 가방에 넣을 때는 약초가 겹쳐지지 않아서 하나하나씩 보관되는데, 이걸 또 일일이 선택해서 다시 가방에 넣어주거나 사용하는 것도 일입니다. 재료와 소모성 아이템이 도구가방에 한꺼번에 들어가 있어서 아이템 찾는 것도 일입니다.


 루라를 써서 지도를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로 목록만 쭉 나열되어 있는데 차라리 지도에 이동 가능한 곳을 표시하고 이름을 써놓은 후 그곳에 커서를 가져가서 이동하는 방식이 기본이고 목록도 추가로 제공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구식 인터페이스]


[도구를 건네줄 때 혈압이 오른다]


 드퀘11은 방어구를 교체해도 외형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구매할 때 그림이 뜨긴 하지만 실제로 입는다고 해서 외형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몇몇 방어구의 설명에는 외형이 변화한다고 쓰여 있고 이 방어구를 입으면 실제로 외형이 변화해서 때로는 더 강한 방어구보다 외형변화 방어구에 더 애정을 쏟게 됩니다. 외형 변화 방어구는 상점에서 팔기도 하지만 이는 소수이고 진행도중 상자나 퀘스트 완료를 통해 얻는 레시피를 통해 제작을 해야 합니다.


 진행을 하면 캠프에서 신비의 제련을 할 수 있게 되고 레시피를 통해 익힌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를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것을 강화할 수가 있습니다. 제작을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한데, 필드나 던전에 가게 되면 지도에 표시가 되어 있어서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고 시간만 들이면 얼마든지 재료를 모을 수가 있습니다.


 모루를 통한 제작은 미니게임으로 이루어져 있고 재료를 올려놓고 두드리기를 통해 게이지를 목표지점까지 올리는 방식입니다. 제작버튼을 누르면 10초 후에 알아서 완성도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의 재미없는 방식이 아니라 간단하지만 제작하는 손맛도 있어서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특히 회심의 손맛을 느끼게 되면 전투보다 제작이 훨씬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외형변화 방어구가 몇몇개 마련되어 있다]


[미니게임 형태의 제작방식]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야기 진행에 있습니다. 유그노아 왕자이자 용사의 반점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마물들의 습격에 의해 나라가 멸망하고 죽을 위기를 겨우 면해 변방인 이시 마을에서 16세까지 커갑니다. 이시 마을에서 성인식을 마친 후 용사로 태어난 자신의 사명을 알게되어 델카다르 왕을 만나러 가지만 악마의 아이라는 이름을 씌워서 주인공을 탄압합니다. 악마의 아이라는 이름으로 추적을 당하면서도 마왕을 무찔러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됩니다.


  마을마다 고유의 이벤트가 있으며 스토리를 따라서 일자형태로 진행해 나갑니다. 상당히 진부하고 나이든 사람이 하기에는 조금 유치한 내용에다가 플레이시간도 긴 만큼 마치 100부작 용사물 만화를 보는듯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그노아의 왕자이자 용사로 태어난 주인공]


[졸지에 악마의 아이로 몰려 쫓기게 된 용사님]


 진부하긴 하지만 각 마을이나 던전마다 준비된 이벤트가 충실하고 대사가 오글거리는 부분이 적어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각 이벤트마다 준비된 컷신 또한 만듦새가 뛰어나서 보는 맛도 좋고 몰입감도 좋습니다. 진부한 내용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고전적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용사 일행의 개성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실비아 같은 경우는 개성도 강력한 게이같은 인물로 누구보다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격마법을 사용하는 베로니카 또한 그에 뒤지지 않을만큼 강렬하고 입도 거칠며 귀엽습니다. 플레이시간이 길기 때문에 인물 한명 한명에 대한 이벤트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영어 더빙이 이상하다는 말도 많지만 제가 볼 땐 주연들, 특히 실비아와 베로니카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연이나 엑스트라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이 있긴 하지만 게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닙니다.


 흔히 게임을 1부,2부,3부로 구분을 하는데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또 이겨내는 용사 일행의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주인공이 전형적인 말이 없는 모습이라 큰 매력을 느끼긴 어렵지만 일행과 함께 어려운 환경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가며 마왕을 없애는 모습이 큰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3부같은 경우는 억지스러운 모습이 있습니다. 3부에서야 밝혀지는 큰 사실이 있지만 굳이 억지스럽게 다시 한 번 큰 전투를 치를만한지도 모르겠고 2부에 내용을 추가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더 나았을 거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3부가 2부에 비해 난이도가 수직상승해서 이전만큼 쉽진 않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라는 부제에 맞게 표현하려고 했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부분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평행세계로 유지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도 바뀌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애매합니다.  3부와 엔딩의 몇몇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야기 부분인만큼 상당히 매력있습니다.


[가장 개성적인 두 명의 동료. 실비아와 베로니카]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최신 고전게임이라고 불릴만큼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불편한 인터페이스와 지루하기 짝이없는 전투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보스전이 아닌 일반 전투는 많이 해도 되지 않을만큼 쉬운 부분이라 몇몇 퀘스트를 제외하고는 크게 거슬리진 않습니다만 분명히 아쉽긴 합니다. 그럼에도 유치하긴  옛 향수를 느낄만큼 잘 짜여진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살려주는 멋진 연출 덕분에 90년대 만화 좋아하던 아이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즐겁게 했습니다. 2부에서 마무리 했다면 더 깔끔했을 것 같지만 3부 엔딩 후에 나오는 영상은 오랜 드퀘팬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도 담겨 있어 의미가 있기도 한 작품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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