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스퀘어가 내놓은 야심작이자 괴상한 작품 패러사이트 이브입니다. 그 동안 스퀘어가 내놓은 다른 RPG 게임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으로 소재도 배경도 독특합니다. 과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기관을 다룬 게임으로 그 소재의 독특함과 무거운 분위기가 이 게임을 더욱 독특하게 반들어줍니다.
그래픽은 지금보면 참으로 별로지만 당시기준으로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제일 잘 뽑힌 인물은 주인공인 아야 브레어인데 아마 스퀘어 게임에서 나온 여자주인공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배경이 좀 아쉬워요. 현대 배경이라서 화려하게 표현할 것도 꽤나 있었을 것 같은데 경찰서, 병원, 박물관 이런 곳만 가다보니 배경이 좀 심심하긴 합니다.
그래도 동영상은 꽤나 잘 만들었습니다. 요즘 게임의 인게임보다 못하지만 당시 스퀘어가 동영상에 쏟는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괜찮았던 그래픽]
[한글패치의 위엄이 드러나는 오프닝 영상]
의외로 전투분량이 어느정도 되는 RPG 게임입니다. 랜덤 인카운터 형태로 진행이 되지만 정말 랜덤은 아니라 전투가 일어나는 지역에 들어가면 항상 전투가 일어나는 방식입니다. 파이널 판타지에서부터 시작된 액티브 게이지가 존재해 게이지가 다 찼을 때 공격이나 회복 등의 행동이 가능한 것은 같지만 이동만큼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서 액션RPG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실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사용자의 능력만 좋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적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며 전투를 쉽게 풀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 프롤로그가 지나면 적의 공격이 다양해지고 빨라지며 다양한 상태이상도 동반하기에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전투가 처음엔 오묘하게 느껴졌었는데 나름 참신한 시도에다가 인터페이스도 게임의 분위기에 맞아 잘 어울어집니다. 너무나도 오래된 전통적인 턴제전투보다는 박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으나 끝까지 1인전투만이 계속되는 점은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위에도 서술했듯이 한정된 장소와 적은 스케일 덕분의 적의 종류가 많지 않고 마법의 개념과 가까운 패러사이트 능력 또한 회복 이외의 다른 능력은 효율이 떨어져 단순히 피하고 총만 쏘게 되는 전투가 되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시도는 좋았으나 다양성이 아쉬웠어요. 특히 진엔딩으로 가기 위해서는 2회차 이상에서 크라이슬러 빌딩이라는 77층짜리 던전을 통과해야하는데 그저 똑같은 배경과 구조에다가 비슷한 적들만 나와서 이 게임이 던전에 얼마나 신경을 안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참신한 전투]
전투 이외에도 업그레이드 요소도 있습니다. 근접공격도 있지만 대부분은 총기를 사용하기에 새로운 총을 얻고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기나 방어구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하려는 무기 이외의 다른 무기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며 다른 무기에 있는 공격력 등을 가지고 오거나 3연발, 10연발, 난사 등의 특수 능력을 가져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업그레이드에는 무기말고도 툴이 필요하며 툴을 사용하면 소재가 된 무기는 사라져버리기에 신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무기를 조합하며 자신만의 최고의 조합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합성할 때 발사탄수는 적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7연발이 나왔을 때 이건 신세계라면서 바로 조합을 해줬더니 대미지는 한발을 쏘나 7발을 쏘나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좌절했습니다. 도대체 왜 있는 기능인지 모르겠습니다. 적에게 10의 대미지를 줄 수 있다면 단발 총은 한 번 공격하고 10 대미지를 주지만 10연발은 1번 공격에 1의 대미지를 총 10번을 주게 되어 대미지 10을 맞춰버립니다. 이러면 공격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서 반격을 맞기 딱 좋은데 도대체 왜 이런 기능을 넣어놓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툴을 사용해 무기를 강화하자]
[성장을 통해 얻는 보너스 포인트를 활용하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한 남자와 데이트를 하게 된 25세 경찰관 아야 브레어. 하지만 카네기 홀 공연에서 갑자기 인체발화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떼죽음을 당하게 되고 아야 브레어만이 인체발화에서 자유로운 상황에서 인체발화의 원인을 찾고 원인인 이브를 제거해야 합니다.
인체발화의 원인이 되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재는 정말 다른 게임에서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인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자아를 가지고 인간에 반란을 일으킨다라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보통 인간은 절대로 반항도 하지 못하는 능력으로 인체발화를 시켜버리니 믿을 것은 인체발화가 되지 않는 아야 브레어 뿐입니다.
[공연 보러 왔다가 몸이 불타버리는 사람들]
미토콘드리아가 반란을 일으키는 동기와 이유가 그다지 설득력 있지는 않은 편이라 그 부분은 빈약합니다. 하지만 이브 그리고 아야의 과거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하던 멜리사가 이브가 된 이유, 아야 브레어가 발화되지 않는 이유, 그리고 그와 얽힌 과거 이야기가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빠른 진행으로 인해 악역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족하고 경찰들이 인체발화라는 상황과 미토콘드리아라의 반란이라는 내용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그다지 공감이 가진 않지만 영상연출과 소재의 독특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느정도 보완해주고 있긴 합니다. 매력적인 여주인공과 아들 생각하는 아버지의 묘사도 나쁘지 않았던 부분이며 당시 스퀘어의 명성을 말해주는 연출력이 상당해서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알아보자]
[이브의 목적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패러사이트 이브가 어드벤처 게임으로 나와서 좀 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재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식을 택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경찰인 점을 살려 수사를 진행해나가며 이브의 존재와 자신의 과거를 밝혀나가는 방식이었으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전투는 잘 만들었는데 다양성이 떨어져서 아쉬웠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독특한 소재 하나만으로도 이 게임에 가치가 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하는 게임을 스퀘어의 RPG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그것 또한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개성있는 게임을 만들어내 즐겁게 플레이했습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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