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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주관적인 생각이며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가지고 씁니다.

 PS3, XBOX360 세대에 나왔었던 엔드 오브 이터니티의 리마스터 판입니다. PS3가 없었던 저는 당시 홍보용 스크린샷이나 영상만 보고 너무나 끌렸던 게임이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에다가 트라이에이스의 게임답게 특이한 전투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PS3도 없었고 무엇보다 한국어 지원을 하지 않아서 손 댈 생각을 못했습니다. 리마스터 스팀판도 역시나 한글이 아니었지만 이번 PS4에서는 드디어 한국어 지원을 해서 플레이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픽은 전세대 수준이라고는 해도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특히 배경이 엄청나게 휑해 보입니다. 이건 게임의 설정과도 관계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전투에서 보이는 배경 또한 엉성하고 주연과 중요 조연 몇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의 표현도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린벨이 아주 이뻐보이죠.

 

 하지만 이 게임의 분위기는 최고입니다. 전체적으로 약간 뿌연 화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회색빛이 돈다고 느낄 정도로 색이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보통 일본 RPG는 밝은 분위기에 화사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게임의 그 배경설정과도 비슷하게 어두운 색감을 보여줍니다.

[주연들의 표현은 좋다]
[마을은 횡스크롤 게임 같은 느낌]

 지도가 꽤 특이한 편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과거 여신전생을 보듯이 인물표현이 없고 타일형태로 된 장소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 타일도 그냥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투나 의뢰 보상으로 얻는 헥사를 사용해서 막혀있는 타일을 뚫어줘야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이 헥사도 모양이 몇가지 있는데 적은 헥사로 최대한 많은 길을 뚫어놔야 효율적이겠지만 헥사는 전투를 하면 잘 나와서 부족함을 느끼진 못합니다. 헥사로 길을 열면 준비되어 있는 아이템도 꽤나 있으니 귀찮아도 할만 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지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터미널입니다. 이 터미널은 전투, 보상 등에 추가효과를 부여해주는데, 헥사를 통해 터미널과 던전등을 연결하면 던전 내에서 전투를 해도 추가 경험치, 아이템 혹은 전투에 유리한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터미널 효과를 보려면 일반 헥사가 아닌 색깔있는 헥사를 연결해야 하고 터미널이 요구하는 헥사(타일)의 갯수를 전부 연결해야만 합니다. 지도에 색깔 헥사만 있으면 되는것이 아니라 반드시 색깔 헥사가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여러개의 터미널 효과를 동시에 받을 수도 있어서 나름 연결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물론 색깔있는 헥사는 일반 헥사와는 다르게 많이 나오지 않는 편이라 사용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사실 터미널을 연결하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기도 하고 굳이 헥사를 왜 사용해야했나 하는 의문도 있긴 합니다만 독특하긴 합니다. 

[헥사를 사용해 길을 열어라]
[색 있는 헥사를 이어 터미널 효과를 이용하자]

 이 게임의 꽃은 바로 전투입니다. 이와 비슷한 전투조차 찾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특이합니다. 튜토리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게임의 전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의 엔딩의 발끝조차 갈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처음 보는 화면은 전략RPG 형태의 턴제 게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일때마다 적도 함께 행동을 시작해서 로그라이크나 전장의 발큐리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인 전략RPG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보여줍니다. 

 

 행동게이지가 존재해서 이동이나 공격을 할때마다 행동게이지를 소비하고 내가 공격할 수 있다면 상대도 역시나 공격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행동해야하지만 빠른 판단 또한 필요합니다. 내가 행동하는 순간 적도 움직이니 실시간적인 느낌도 듭니다.

[기본 화면은 턴제 전략RPG처럼 보인다]

 공격무기는 핸드건과 머신건 그리고 투척무기로 나뉘어져 있고 주로 핸드건, 머신건 위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머신건으로는 체력을 적의 체력을 깎진 못하지만 상처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스크래치 대미지라고 하는데, 스크래치 대미지를 입은 적을 핸드건으로 공격하면 다이렉트 대미지가 들어가고 이전에 스크래치 대미지를 받았던 대미지와 다이렉트 대미지를 합산하여 적의 체력을 깎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이렉트 대미지는 너무나 소소하기 때문에 반드시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스크래치 대미지가 필히 먼저 들어가야 적을 죽일 수 있습니다. 공격도 공격버튼을 누르는 게 다가 아니라 차지 버튼을 누른 후 차지를 한 후에 다시 한 번 공격 버튼을 눌러줘야 공격이 들어갑니다.  차지 버튼을 누른 후 행동게이지가 다하기 전에 공격을 하지 않으면 공격이 나가지 않으니 조심해야합니다.

 

 또한 가까운 적을 차지가 빠르게 되지만 거리가 멀다면 굉장히 느리게 차기 때문에 공격을 할 건지 이동을 할 건지 판단도 잘 해야 합니다. 

 

 이 게임에 랜덤 인카운터를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비슷한 적에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법으로만 싸우면 되는데 오히려 몰입을 방해합니다. 차라리 던전 부분을 좀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했다면 집중력 있는 게임이 됐을 겁니다.

[투기장에서 배우는 스크래치 대미지]
[마무리는 결국 다이렉트 대미지]

 하지만 위처럼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절대 이 게임을 완료할 수 없습니다. 인빈시블 액션이라는 이동공격이 필수적이며 이 인빈시블 액션을 사용하면 목표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공격을 할 수 있고 이동중에는 무적 상태인데다가 공격을 한 후 여전히 이동중이라면 다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점프까지 가능해서 적이 방어구나 갑옷을 두르고 있어도 빈틈으로 공격도 가능합니다.

 

 인빈시블 액션으로 두 명의 동료 사이를 지나가면 레조넌스 횟수가 쌓이게 되고 이 횟수를 통해 레조넌스 어택이 가능합니다. 레조넌스 어택은 전장에 있는 동료 3명이 강강수월래를 하며 인빈시블 액션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3명이 동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강력하며 레조넌스 횟수만큼 강강수월래가 가능해서 이를 잘 활용하면 한 번에 엄청난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인빈시블 액션과 레조넌스어택은 I.S 게이지를 1개 소모하며 전부 소모해버리면 큰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문제는 인빈시블과 그에 이어지는 추격, 레조넌스 어택등 덕분에 전투가 굉장히 복잡하게 느껴지며 전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초반에는 부족한 I.S게이지와 더불어서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끼게 됩니다. 진행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면 좋은데 투기장에서 왕창 만들어놓고 다 보라는 식이라서 이것도 마음에 안 드는 점입니다.

 

 단점도 있지만 이 독특한 전투체계 덕분에 이 게임은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불가할 정도의 특색을 갖추었습니다. 점프가 가능하긴 하지만 의외로 지형의 높낮이나 장해물로 인해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정말 어렵게 느껴지다가도 인빈시블 어택을 잘만 활용하면 거의 피해도 없이 뚝딱 깨버릴 수도 있는 등 전략,전술적으로 뛰어난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전투에 익숙해진 후에는 이 신선한 독특함에 빠져버렸습니다.

[달리면서 화려한 인빈시블 액션]
[3명이 함께 인빈시블 액션을 갈기는 레조넌스 어택]

 이 게임의 또 다른 독특함은 총기 커스텀입니다. 총기 개조를 통해 더욱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핸드건과 머신건을 개조할 수 있고 머신건이 조금 크다는 것만 제외하면 기본적인 개조 방법은 같습니다. 퀘스트, 보물상자, 전투중 부위파괴나 전투종료 후 얻을 수 있는 소재나 개조부품을 가지고 마을에서 개조가 가능합니다.

 

 소재와 돈이 있다면 역시 상점에서 부품을 구매해 총기에 달아줄 수 있습니다. 각 부품마다 차지 가속도와 속도, 탄창 크기, 집탄율 등 다양한 능력치가 존재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조가 가능합니다. 골고루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원한다면 하나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해 자신만의 총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마치 모눈종이처럼 그려진 곳 위에 총기가 있고 모눈종이 칸 하나하나를 잘 활용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원하는 능력치를 올려야 합니다. 부품의 크기는 한 칸짜리도 있으나 이런 것은 능력치가 낮은 편이며 높은 능력치를 가진 것일수록 크기가 큽니다.

[처음엔 총만 덩그러니]

 단순히 크기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부품에는 동그라미,세모,엑스 등의 홈이 있고 그 모양에 맞는 짝을 연결하여야 비로소 개조가 완성됩니다. 볼트와 너트를 끼우듯 같은 모양의 암,수를 끼워 맞춰야 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단순히 하나씩 끼우는 게 전부이지만 부품에도 뒷부분 혹은 아랫부분 등에 추가로 부품을 더 연결할 수 있는 녀석들이 나오면서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가속도가 가장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개인마다 해석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원하는 능력치, 부품의 크기와 공간의 제약등이 겹쳐 후반을 가면 상당히 복잡해져 머리가 아파오긴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개조가 끝나면 상당히 뿌듯하기도 하고 어떤 능력치가 더 좋은지, 또 나에게 맞는 방식인지 찾아가는 과정 또한 개조의 즐거움 중 하나이며 전투만큼 복잡하지만 그만큼 큰 달성감과 재미를 줍니다.

[어떻게든 부품을 덕지덕지 붙여보자]

 게임의 배경이 정확하게 설명되진 않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오프닝 영상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대화와 컷신에서 나오는 대사를 통해 조금씩 유추가 가능합니다. 

 

 이유는 정확히 설명되진 않지만 추측해보면 과거에 인류를 위협할 어떤 재앙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현재는 바젤에 살고 있습니다. 높은 탑처럼 세워진 이곳의 상층에는 카디널이라 불리는 바젤의 지도자, 그리고 부유층이 살고 있고 하층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전기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바쉬론과 린벨, 그리고 제퍼는 이 세계의 용병이라 할 수 있는 PMF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이 바젤에서 살아가는 과정이 이 게임의 주된 내용입니다. 색감을 덜어낸 게임답게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진행이 됩니다만 의외로 주인공들은 밝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단지 그 농담이 전혀 재미가 없고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평범한 놈은 없는 카디널들]

 보통은 중요 내용에 대한 누설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기서는 좀 하겠습니다. 직접 하실 분은 읽지 마세요. 이 세계에는 쿼츠라는 보석이 존재하고 이 곳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에게 짝이 맞는 쿼츠가 존재합니다. 이 쿼츠가 깨지면 그 사람도 죽게 되며 이 모든 것은 바젤을 관리하는 기계인 제니스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슬레이어즈의 피브리조가 생각 나더군요.

 

 린벨은 한 연구기관에서 키워진 실험체였고 그곳에서 1년밖에 살지 못할거라는 말을 들어서 결국 1년이 되기 전에 자살을 결심하였으나 제퍼가 구해주고 1년이 넘는 현재까지 살아있습니다. 제퍼는 신학교에서 살인사건을 일으켜 바쉬론에게 총을 맞았으나 죽지 않고 살아 바쉬론과 함께하게 됩니다.

[오프닝에서부터 치고받는 바쉬론과 제퍼]
[뛰어내리는 린벨을 구해주는 제퍼]

 이런 내용은 게임 내에서 꽤나 설명이 되는 것이지만 그 외 내용은 정말 추상적입니다. 심지어 게임 후반까지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의 대사는 이해조차 불가능합니다.

 

 린벨은 어떤 실험에 참가했던 것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카디널 로엔과 설리번이 꾸미는 일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할 것 같던, 외계에서 왔다는 레베카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설리번은 그녀와 무엇을 하려 했던 것인지 엔딩을 봐도 이해가 안됩니다. 그 둘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제대로 설명이 안됩니다.

 

  대사도 굉장히 추상적인 대다가 모두가 중2병 스럽습니다. 그저 무겁고 돌려서 말하면 멋있을 줄로만 알았던 제작진의 능력 부족입니다. 마지막 목표는 결국 린벨의 쿼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데, 열심히 싸워서 죽었던 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살아 나는거고 설리번은 어떤 실험을 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어요. 바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동기와 목표를 확실하게 표현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세계관을 짜놓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목적인 변태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설정을 상세하게 기술하진 않더라도 주인공이 추구하는 목표는 확실하게 설정해줘야 주제를 표현할텐데 전혀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형편없는 전달력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추상적인 표현들로만 가득한 대사와 연출]

 엔딩을 봐도 내용 이해가 안 가고 의문만 남는 게임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읽을수도 없어서 엔딩이 나올때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퀘스트는 물론이고 게임의 대부분이 전투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약간 지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세계관과 그것을 표현한 그래픽, 그리고 트라이에이스답게 그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전투체계는 이 게임을 가치있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합니다. 부족함도 꽤 있고, 최고의 게임도 아니며 진입장벽도 있지만, 신선함을 찾는 분들에게는 매력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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