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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암네시아 : 더 다크 디센트의 후속작인 어 머신 포 피그스 플레이를 해 보았습니다. 전작은 대단히 훌륭한 공포 어드벤쳐 게임임과 동시에 제가 했던 게임 중 가장 큰 3D 멀미를 안겨준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1인칭 공포게임으로 잘 알려졌으며 전작을 제작했던 프릭셔널 게임즈가 아닌 더 차이니즈 룸 이란 회사에서 개발을 했습니다. 회사는 차이니즈 룸이지만 찾아보니 영국회사 같더군요.

 

 프릭셔널 게임즈에서 개발한 것도 아님에도 게임 전통인지 그래픽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다크 디센트에 썼던 것을 가져와서 썼나 할 정도로 별로입니다. 단순히 게임이 발매된지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안 좋은 게 아니라 동시대 발매됐던 게임들과 비교해 봐도 안 좋습니다. 저예산 게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형편없는 것은 아니며 최고 수준보다는 떨어질 뿐이죠.

 

 그 중에 최악은 손입니다. 1인칭이라서 주인공의 다른 부분은 표현이 안 되지만 계속 들고 다녀야 하는 랜턴 때문에 손과 팔 일부분은 계속 보게 되는데, 충격적인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손 표현하는 것은 포기하고 배경 표현에 신경을 쓴 건지 배경은 그래도 봐줄만한 편입니다.

[엉망은 아니지만 좋지 못한 그래픽]

 그래픽은 전혀 볼 게 없지만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는 굉장히 뛰어난 편이며 음산하기 짝이없는 기계의 표현이 매력적입니다. 전작처럼 대부분이 어두침침하며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구간도 존재하는데다가 주인공 외에 다른 등장인물을 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날카로운 소음과 음산한 배경음악이 일품입니다. 이 게임의 분위기와 음악이 정말 잘 어울어지며 최후반부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작과는 다르게 이번 작은 부제에도 드러나듯이 돼지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이 돼지에게 맞설 방법이 없으며 랜턴을 켜거나 달려서 소리가 크게 나면 돼지가 나를 발견할 확률이 급상승합니다. 때문에 조용히 돼지의 눈 밖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돼지가 빠르진 않아서 뛰어다니며 피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처럼 당황하지만 않으면요.

 

 돼지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위에도 서술한 음울한 분위기와 효과음 덕분에 등장하지도 않는 돼지에게 긴장하게 만듭니다. 분위기는 무서운데 의외로 돼지가 실제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렇게 무섭진 않습니다. 오히려 등장 안 할 때가 더 무서운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후반부의 슈퍼 전기돼지는 웃음을 위한 장치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 전기돼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압도적 돼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거든요. 

[보기 쉽지 않은 돼지의 모습]

 전작에 비해 퍼즐 어드벤쳐 요소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기본적인 수색과 아이템 사용이 필요하긴 하지만 문서를 보고 퍼즐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알맞는 물건을 찾아 조합해야 했던 전작에 비하면 생각이 거의 필요없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가방이 삭제되면서 아이템 조합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으며 퍼즐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간단한 아이템 찾기와 사용정도가 끝입니다. 바닥에 있는 아이템을 주워서 사용처로 옮기기만 하는 행동이 대부분이며 기억에 남는 것을 굳이 뽑으라면 용액을 합성하는 퍼즐 1개일 정도로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이야기와 퍼즐을 동시에 잘 담아냈었던 전작의 다양한 문서들이 이번작에서는 스토리에 집중되어 있고 그 수도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방식이 최근의 게임과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에는 전통 어드벤쳐 게임들이 환영받지 못하며 어려운 퍼즐과 난해한 길찾기는 게이머들이 어렵다고 안 좋아하니까요.

 

 저도 어드벤쳐 게임 좋아합니다만 너무 어려우면 플레이하기 괴로운 걸 보면 이 방식이 좀 더 대중성 있어 보이긴 합니다. 반면에 프릭셔널 게임즈가 이후에 발매했던 비슷한 류의 게임인 소마는 대단히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저도 재미있게 했었던 걸 보면 퍼즐의 난이도 조절이 중요해 보입니다.

[제대로 된 퍼즐이 없다]

 전작에서처럼 기억이 온전치 않은 주인공이 악몽에서 깨어나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쫓아 길을 나서게 됩니다. 지하에서 들려오는 기계들의 비명소리는 아이들이 큰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전작처럼 전체 이야기를 순서대로 알려주지 않고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문서를 통해서 과거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저처럼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내용을 잘 이해하기 힘듭니다. 잘 보더라도 정확한 설명이 약간 부족한 면도 있어서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전작 같은 경우는 문서를 잘 보다보면 오브에 대한 설정 같은 것들이 잘 나와 있는 데 반해서 이 게임은 짧아서 그런지 반복적인 설명이 조금 부족한 편이에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을 놓쳐 전체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했죠. 다행히 소감문을 쓰면서 발견한 것이 있어 전체적인 맥락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와 과거 이야기 모두 문서를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

 과거 여행을 통해서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 맨더스는 미래 벌어질 참상을 알게 되고 맨더스 정육회사를 차려 그 지하에 엄청난 규모의 기계를 만들게 됩니다. 이 기계의 목적과 계기를 이해하는 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가장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이 기계가 제작된 목적을 알게 되면서 기계를 만든 자의 광기를 볼 수 있으며, 한 편으로는 미래에 펼쳐질 참상은 정신을 놓치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참혹한 일일 것이란 걸 알 수 있지도 합니다. 하지만 기계를 설계한 동기와 행동을 이해하기 쉽진 않습니다.  그 중에도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후회 때문에 그 자신 또한 망가지는 모습을 담아낸 모습은 매우 좋았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항상 악역이 헛소리 같은 구원을 외치며 사라지지만 이 게임은 좀 더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좀 더 사람답게 사는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고통만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그저 고민없이 사라지는 것 또한 구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게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연출이 선뜻 이해되진 않습니다. 환영을 계속해서 보긴 했지만 장소가 갑자기 확확 바뀌는 등의 표현이 과연 환영인지 아니면 판타지 적인 연출인지 구분이 안되는데, 좀 더 확실히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이 게임을 관통하는 문구]

 퍼즐 부분이 거의 없어서 플레이가 일자 진행형이며 단순합니다. 덕분에 플레이시간도 짧은 편이기도 합니다. 전작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이 꽤 있어요. 

 

 여전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산발적으로 펼쳐져 있는 문서로만 알 수 있다는 것이 흠입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좀 더 괜찮은 게임이 되었을 겁니다. 쉽게 전달해 줘도 주제가 어렵기 때문에 빙빙 돌릴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돼지의 존재가 가져다 주는 공포 요소는 나름 분위기를 전달해 줍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소재와 철학적인 주제가 굉장히 좋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변화하는 주인공의 표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최후반부의 음악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마지막 연출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기억에 남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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