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두서없이 주절주절 씁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점만 가지고
쓰는 것이라 객관적인 자료나 전문성이 떨어지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한창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재미있게 할 때 창세기전을 열심히 하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 친구들이 제가 하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무시하고 창세기전이 최고라며 떠들어대는 바람에 저도 반발심에 창세기전을 아예 하지 않았었죠. 시간이 많이 흘러서 창세기전4 온라인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옛 생각도 나서 한 번 잡아보았습니다.
그래픽 수준은 지금시대에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매 당시에 했다면 그래픽에 관해 여러 말을 했을테지만 지금 2015년에 보면 이 시절에 나온 그래픽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니까요. 울티마처럼 아예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면 모를까 일본게임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는 당시 대한민국 RPG를 보면 대게 인물은 3등신 정도되는 SD형태로 표현이 되어 크게 독창적인 면이 보이진 않습니다.
의외로 가끔씩 일러스트가 나오는 부분도 있어서 놀라웠지만 인물 일러스트와 함께 대사창만 나와서 매우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래픽이 지저분하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여기서 더 발전하려면 도스시절을 넘어야 하죠. 실제로 윈도우로 나온 서풍의 광시곡부터는 그래픽이 확실히 좋아집니다.
[향수가 느껴지는 그래픽]
[옛날 냄새나는 일러스트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심심한 배경과 함께 캐릭터 일러스트만 등장하는 점이 아쉽다]
기본적인 전투는 그 시절 SRPG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턴 방식으로 진행되며 적의 뒤에서 공격하면 더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고 아군또한 마찬가지로 등뒤에서 공격당하면 더 큰 대미지를 입으니 조심해야합니다. 또한 직업,무기에 따라 공격범위가 다르니 적을 향해 진군을 하거나 수비적인 위치를 고수해야할 때 좀 더 신중하게 위치와 방향선택을 해야하는 등 전략적으로 행동해야만 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마다 그리고 직업마다 능력치가 다른데 창세기전에서는 민첩이 높은 인물,직업은 자신의 턴이 빨리 돌아오게 됩니다. 때문에 낮은 민첩을 가진 인물이 한 번 행동을 할 때 상대적으로 민첩이 높은 인물은 몇 번이나 행동의 기회를 갖게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TP입니다. TP는 행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신의 턴이 왔을 때 얼마나 많은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TP가 많으면 볓번이고 이동과 공격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TP가 적다면 필살기나 마법같은 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한 턴을 소모하는 집중을 사용해야만 다음 턴에 기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신중하게 행동을 해야합니다.
사실 TP도 낮고 민첩도 낮은 워리어 계열은 이 게임에서 좋다고 느끼긴 어렵게 됩니다. 한 방 대미지는 물론 강하지만 민첩이 낮아 턴도 늦게 돌아오고 오랜만에 돌아온 턴에 많은 행동도 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쓰지 않게 되는데 이것을 보완할 만한 장치가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위치를 잡고 상대의 뒤를 치는것이 핵심]
전사계열의 직업을 가진 인물은 레벨이 오름에 따라 필살기를 하나씩 배워가는데 새로운 필살기가 나왔을 때의 기대감도 주고 필살기를 써보는 맛이 좋더군요. 각각의 필살기는 활용도도 다르고 멋이 있습니다. 2015년에 보기에는 전혀 화려해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직업마다 필살기가 다른 것도 아니고 검,창등 무기에 따른 필살기의 차이 또한 거의 없으며 그나마 다른 도끼마저도 비슷비슷한 필살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어도 최종직업이나 무기에 따라 다른 필살기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상당히 아쉽습니다.
마법사는 특이하게 게임 매뉴얼과 동봉되어 있는 마법표를 보고 세 가지 문양을 조합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대단히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서 마법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마법표에서 마법 찾는데도 시간이 걸리게 되어 불편합니다. 하지만 시도 자체는 굉장히 좋았고 재미있었습니다. 자신만의 마법문양을 만들어 조합할 수 있게 했다면 대단히 훌륭했을겁니다.
[다양한 필살기의 활용]
[올바른 마법문양을 조합해야만 마법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필살기인 파(破)의 등장입니다. 필살기 파 때문에 이 게임의 균형이 상당히 무너져내리는데 파를 배우기 이전에는 다양한 마법과 좋은 진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명 두명 필살기 파를 배우면서 이러한 것들은 의미가 없어져버립니다. 필살기 파의 공격력도 상당히 좋지만 무엇보다 범위기술에 범위또한 넓어서 근처 적을 싹쓸이 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인 면을 중요시 하는 이 게임에서 모든 전투의 균형을 무너뜨려버려 SRPG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잃게 만듭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을 보자면 제가 SRPG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중후반부에 지나치게 긴 전투가 사람의 혼을 빼 놓아서 한 번 전투가 끝나면 진이 다 빠져버려 게임에 질려버리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전투에서 패배라도 하게되면 전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는 상황에 빠져 게임을 접고싶게 만드는데 게임의 난이도를 확 떨어뜨리긴 하지만 파라는 기술을 통해 빠른 진행이 가능하한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강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 또한 없겠죠???
지금생각해보면 저처럼 SRPG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압도적인 필살기 "파(破)"의 위력]
"파" 때문에만 이 게임의 균형이 무너졌던 것은 아닙니다. 마법사를 키우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적에게 마지막으로 피해를 입혀 죽인 인물만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마법사를 처음부터 키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 공격으로는 답도 없고 반대속성 공격이 아니라면 공격마법도 상당히 약한데다가 민첩이 낮아 턴이 늦어 자신의 차례는 오지 않고 레벨을 올리지 않으면 다음 마법은 배우지도 못하고 전직을 하지 못하면 2,3단계 마법을 쓸 수도 없습니다.
동료로 합류할 시점에 이미 상위 직업의 마법사가 아닌이상 성장 난이도가 극악입니다. 비숍이나 위자드가 된다면 쓸만하지만 사실 필살기 "파"의 효율이 대단하기 때문에 굳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 마법사를 키울 필요조차 없는다는 점이 후반에 갈수록 아쉽습니다.
[화려한 마법사! 키우면 쓸만하지만 그러기가 상당히 어렵다]
창세기전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요소는 육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세기전에는 상당히 많은 직업이 있는데 기본적인 파이터,레인져등으로 시작하여 상위 직업으로 갈수록 더욱 세분화가 됩니다. 레벨업을 하면 각 직업에 따라 얻게 되는 힘,민첩 등의 능력치를 얻게되고 일정 능력치를 얻게되면 상위직업을 비롯한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이 창세기전의 매력인데 요구되는 조건만 채운다면 그 어떤 직업이라도 전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이트(기사)였던 인물이 매지션으로 전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레인저를 대표하는 GS가 조건만 충족되면 마법사나 기사가 될 수가 있는거죠.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전직할 시 필요한 능력치가 다르고 검계열이었다가 창계열로 가면 창계열 필살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며 마법사로 전직하면 역시 마법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합니다. 때문에 전직을 할 때는 좀 더 생각해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자신이 애정이 가지고 키우는 인물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직업]
[몇몇 특수한 직업 말고는 능력치만 받쳐준다면 언제든 전직할 수 있다]
옛날게임이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 당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불편합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설명자체가 부족합니다. 게임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으면 그냥 하나씩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투에서 행동아이콘은 한 두번 해보면 알겠지만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전투에서 이동이 불편한데 모든 TP를 한 번에 소모해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이동범위가 정해져 있고 끝까지 이동하더라도 TP가 많이 남게 되는데 TP가 많은 글래디에이터나 어쌔신 같은 직업은 이동을 할 때 5~6번에 걸쳐서 해야해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템칸도 문제인데 부대가 공유하는 전체가방이 없어서 아이템을 각자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템칸이 장비칸을 제외하고는 한명당 2개의 여유밖에 없고 한 번에 아이템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누가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지 찾으려면 한명한명씩 클릭해서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대단히 불편합니다. 아이템을 건네줄 때 특히 어렵습니다. 부대가 공유하는 가방칸이 있었더라면 훨씬 쾌적했을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방법을 택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친절하고 불편한 인터페이스]
스토리에 관해서라면 제가 해 본 게임 중 가장 최악의 게임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초기 화면에서부터 시나리오 소개라고 하면서 장황하게 12주신과 13악신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에스프리들과 그리마들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오랜 시간동안 계속된 이들의 전쟁은 계속됐고 지금은 실버애로우와 다크아머가 그들의 뜻을 이어 계속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실버애로우의 소속된 국가 중 하나였던 팬드래건은 지난 전쟁에서 패배하여 땅을 빼앗긴 이올린 왕녀가 이끄는 저항군이 기억을 잃어버린 레인져 GS를 만나면서 다크아머에 대항하게 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12주신과 13악신, 마장기 그리고 창공의 아성 등 흥미로운 설정과 숨은 내용들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다음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고 주요내용에 대한 묘사도 훌륭합니다.
피리어드 방식으로 챕터형태처럼 진행을 하게 되는데 각 피리어드의 주인공이 자주 바뀌어서 상당히 산만합니다. 이올린과 라시드 GS 위주로 진행되는 챕터는 깔끔한 경우가 많지만 카자, 로빈, 알시온 등의 인물이 주연을 맡은 피리어드는 도대체 왜 그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야만 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의가 없고 짧아서 일러스트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좋았을거라고 봅니다. 한창 라시드로 진행하다가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면 이야기의 흐름도 끊기며 맥이 풀립니다.
[피리어드라는 챕터형태로 게임이 진행된다]
가장 큰 문제는 베라딘이라는 인물입니다. 이올린 라시드가 이끄는 실버애로우와 게이시르 제국군의 전투가 중요한 전쟁이기도 하고 게임 끝까지 이어나가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베라딘의 음모를 밝히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게이시르 제국군은 베라딘이 실세를 쥐게 되면서 그 세력이 약화되는데 그 동안 베라딘은 세계 각지의 파괴신상을 찾으러 다닙니다. 제국군과의 전쟁을 계속하면서 베라딘이 파괴신상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 이유를 파헤쳐야 합니다.
여기서 이 게임이 가장 엉망인 점이 나오는데 제국군과 실버애로우의 전쟁도 베라딘의 음모도 무엇하나 제대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못한채 우리는 크레딧과 함께 절망적인 문구를 보게 됩니다. 바로 "To be Continued"
이야기가 그냥 갑자기 끝납니다. 제국군과의 전쟁이 끝나면서 1편 마무리가 되는것도 아니고 정말 욕이란 욕은 다 해주고 싶습니다. 왜 이리 발매한 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베라딘을 더 알고싶지만 갑자기 끝나버린다]
게임 버그때문에 몇 번 튕기기도 하고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감수하면서 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초반이 넘어가고 마장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제국군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상당히 재미있어집니다. 특히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창공의 아성과 12주신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설정이어서 즐겁게 하고 있었는데 이거 엔딩때문에 제가 노력한 모든 시간이 헛된것처럼 느껴집니다. 참으로 형편없는 마무리였으며 이런 게임은 다시는 나와선 안됩니다.
그래도 2편은 완전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왔다고 하니 조금 나중에 해 볼 생각입니다. 정말 To Be Continued가 되어버렸네요.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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