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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게임소감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며
두서없이 주절주절 씁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점만 가지고
쓰는 것이라 객관적인 자료나 전문성이 떨어지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창세기전2를 끝내고 나서 잡은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입니다. 흑태자와 이올린의 창세전쟁 이야기는 2편에서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진 않지만 배경이 창세전쟁 50년 후이기 때문에 창세기전2의 인물이 간혹 등장하기도 하고 창세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이따금씩 등장하여 시리즈 팬들을 반갑게 맞아주기도 합니다. 저는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이나 이야기가 나오면 굉장히 반갑더군요.


 서풍의 광시곡의 그래픽은 굉장히 유려합니다. 파이널 판타지7이 보여주었던 대단한 동영상의 질이나 3D표현까지는 아니었지만 대단히 깔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무엇보다 색감이 굉장히 좋아서 당시 포가튼사가를 보고 있던 저는 그래픽 하나로 굉장히 매료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다가 당시 그림들이 눈을 크게 그리는 미소녀,미소년 그림체였는데 서풍의 광시곡의 일러스트는 그것과는 길을 달리하는 굉장히 분위기 있는 그림이어서 저의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구입했던 창세기전이 바로 이 서풍의 광시곡이었고 그 특유의 분위기에 빠져 즐겁게 했지만 말썽이 많았던 당시 저의 매직스테이션에 이상이 생기면서 모든 저장이 날아가, 그 충격에 오래도록 플레이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완벽하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전2때도 그렇고 동영상의 질이나 연출이 좋지 못한것은 아쉽습니다.


[지금봐도 미려한 2D 그래픽]


[일러스트 또한 대단히 좋다]


[글로만 때우는 오프닝를 포함하여 별 볼 일 없는 영상들이 준비되어 있다]


 외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서인지 이전 창세기전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형적인 SRPG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전작과는 다르게 진행방식이 좀 더 전통적인 RPG에 가까워졌습니다. 다음 목표까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이동하고 탐험할 수 있으며 숨겨진 아이템과 숨겨진 던전,길을 찾으며 좋은 아이템과 보상,이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어렸을 적 SRPG를 할 때에는 전투말고 내가 할 것이 없어서 주인공에 나를 대입하여 몰입하기가 어려웠는데 서풍의 광시곡은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하여 상당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제3자의 입장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는 영화같은 느낌의 게임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조금은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길이 조금 복잡하고 지도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지만 이 시대의 게임들은 대부분 그러했기 때문에 특별히 단점으로 지적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 탐험이 굉장히 지루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멋지고 세련된 인물과 의상 디자인에 비해서 배경은 정말 지루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중에서 특히 던전은 구조는 다르지만 디자인이 죄다 똑같아서 기억에 남는 배경이 정말 단 한 장면도 없습니다. 볼 거 하나없는 심심한 배경을 보며 길만 따라가다보면 탐험을 한다기보다는 이미 본 드라마를 계속해서 다시보기하는 느낌입니다.

 

[어떤 던전을 가도 이모냥]


[결코 같은 던전이 아닙니다]


 전투는 랜덤인카운터 형식으로 소규모 전투가 자주 일어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SRPG형태이지만 TP개념이 없어지고 XP과 행동게이지가 생겼습니다. 게이지가 가득 차면 자신의 턴이 돌아오게 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파이널 판타지나 그란디아, 악튜러스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방식에 창세기전 전투방식을 섞어놓았습니다. 기본공격에는 주인공 시라노의 강베기 탄검등을 비롯하여 각 인물들의 고유한 공격이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이름만 다르고 사거리 차이만 있을 뿐 기능이 다 똑같아서 공격방법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시대배경에 맞춰 총기류를 사용하는 인물도 있는데 폭발형의 공격을 사용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XP는 공격을 하거나 받게되면 차게되는데 XP게이지가 일정이상 차게되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전편처럼 필살기를 남발하는 사태를 막아주는 좋은 장치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 후반에는 각성제를 사용하면 XP를 가득 채울 수 있어서 필살기를 남발할 수 있게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전체마법이나 소환기가 강력해져서 전체적으로 전투의 접근성과 난이도가 어렵지 않아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필살기가 질 낮은 동영상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창세기전2에서 천지파열무였던 진무천지파열을 기대했던 저는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필살기도 더 이상 연,제,비,살등이 아니라 진공수라인, 질풍마영참등으로 이름이 바뀌어 창세전쟁 50년 후의 변화된 점을 보여주었습니다만 필살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이름만 바뀌었구나란 생각도 들고 동시에 반가운 느낌도 있습니다.


[랜덤 인카운터 방식으로 소규모 전투가 자주 발생한다]


[강력한 소환마법]


[정말 실망했던 진무천지파열(좌), 아수라파천무(우)의 연출]


 이전 시리즈와 가장 크게 바뀐점은 바로 무기에 생긴 체력과 한계력, 방어력입니다. 한계력과 방어력 높은 중검류는 적의 공격대미지를 많이 줄여주지만 공격력이 상당히 낮은 방어용 검이고 세검은 반대로 공격력은 높지만 방어에 성공해도 대미지가 많이 들어오게 되며 장검은 그 둘의 중간으로 균형잡힌 검입니다. 방어에 성공하면 한계력과 방어력을 토대로 받는 대미지가 결정되고 0을 초과하는 대미지가 들어오면 "돌파"되어 검의 체력이 깎이게 되는데, 검의 체력이 0이 되면 검이 부서져 장비창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립니다. 이것은 흔히 명검이라 불리우는 엑스칼리버, 멸살지옥검, 스톰블링거도 예외는 아니라서 조심해야 합니다..

 

 세검으로 방어에 성공하게 되면 방어력, 한계력이 낮아 돌파당하기 십상인데 체력도 굉장히 낮아 부대내에서 방어형과 공격형 역할을 확실히 정하여 전술을 잘 짜야해서 전편보다는 훨씬더 전술적인 면이 돋보이고 잘 짜여져있습니다. 하지만 검이 부서져서 사라지는 것은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숨은 던전을 찾아 힘겹게 명검을 얻는 성취감을 한순간에 사라져버리게 하고 살포시 게임종료를 누르게 만듭니다. 멜트아이템 마법이 여전히 존재하여 안그래도 무기가 사라질까봐 신경쓰이는데 적어도 명검만은 사라지는게 아니라 체력이 0이 되어 수리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이 좋았다고 봅니다.


[폭풍도에서 만나는 이올린이 전투에 대해 자세하게 교육해준다]


[세검을 들고 방어하는 소리가 난다면 그 무기는 이미 깨진 것이라고 봐야한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만들었지만 보스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인물도 그렇듯 보스의 모습도 상당히 기괴하고 멋있지만 인간형이 아닌 보스는 움직이지도 않고 기술만을 쓸 뿐이며 공격 가능한 곳도 그 넓은 몸뚱이 중에 한두곳 밖에 없으며 그 위치도 애매하고 어떤 보스는 시작하자 마자 강력한 초필살기를 사용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되는 등 보스전 밸런스도 좋지 못합니다. 창세기전 특유의 망할 밸런스가 여기서도 발휘가 되는데 각성제와 시라노의 진 아수라파천무만 있으면 보스전도 금방금방 넘길 수 있게 되어 사실 보스전 전술이라는게 필요 없습니다.


 거기에 인카운터율도 더럽게 높아서 전투가 굉장히 자주 발생되어 점점 전투가 싫어지는 현상이 심각해집니다. 옛날게임들은 대부분 노가다를 강요하는 면이 있는데 서풍의 광시곡은 딱히 노가다가 필요 없는데도 전투에 더럽게 많이 걸려서 사람 지치게 만듭니다.


[겉모습은 참으로 멋있는 보스들]


 창세기전2에서 창세전쟁 이야기는 이미 완결이 되어서 시대배경은 창세기전쟁 50년 후가 배경입니다. 신들의 행동이 세상에 알려지면 너무나도 큰 혼란이 올 것을 두려워해 창세전쟁의 이야기를 숨기고 모든 일을 베라딘에 의한 재난이였다고 세상에 알리게 되며 이로인해 암흑신을 믿었던 제국은 실버애로우에 의해 수십개로 나뉘어 통치를 받게 됩니다.


 시라노와 메르세데스의 약혼식날 시라노는 창세전쟁의 비록이라는 기쉬네의 책을 연구했다는 이유로 악마숭배 혐의로 체포되고 탈옥이 불가능하다는 인페르노에 갇혀 죽을때까지 노역을 할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데이모스가 자신의 마지막 힘을 시라노에게 주며 폭풍도에 있는 아수라검을 찾으라고 합니다. 데이모스는 참 자비로운 신입니다. 왜 암흑신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2편에서는 흑태자에게 서풍의 광시곡에선 시라노에게 자신의 모든 힘을 전수해줍니다. 그리고 치밀하지 못한지 항상 잡혀있어요.


 시라노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초반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수려한 그래픽 그리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나아진 연출과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로 한 번에 시선을 잡아끕니다. 특히나 메르세데스가 매달려 있는 시라노를 찾아오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복수를 시작하는 시라노의 이야기는 후반으로 가면서 더욱 커다란 음모에 휘말리게 되는데 역시 인상적인 것은 메르세데스와의 이야기이며 멋들어진 대사와 함께 어두운 분위기를 굉장히 잘 살려 시라노의 복수극은 멋지게 마무리 됩니다.

 

 여기에 카나, 에스메랄다등 어여쁜 동료들을 육성하고 행동하게 되며 선택지에 따라 여러 엔딩이 나뉘게 되어 동료들과의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입니다. 거기에 클라우제비츠, 샤른호스트 같은 비밀에 쌓여있는 인물의 정체가 밝혀지며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명대사들]


 2편에서 로벨이란 이름으로 등장했으며 제국 유일의 추기경이자 시라노 번스타인의 약혼자 메르세데스의 아버지인 체사레 보르자는 대단한 야심가로 서풍의 광시곡에서 오프닝에서부터 그 어두운 기운을 내뿜어 주며 시라노의 정반대에 있는 인물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 인물과 더불어 악역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전작에서 잘 표현되었던 것이 팬드래건, 제국 그리고 신들의 이야기까지 굉장히 잘 표현되어서 각 진영과 주요 인물의 뒷이야기까지 알 수 있었던 반면에 이번작의 체사레의 야망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듯 나오지만 결국 중요한 내용은 말해주지 않고 마무리가 되며 뜬금없이 등장하는 암흑신은 왜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체사레와 함께 행동하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아 엔딩을 보아도 찝찝함이 남습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시라노의 시점으로만 게임을 진행했다면 좀 더 나았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아쉬운 것이 초반 도입부와 후반 마무리 부분에서의 긴장감과 멋진 전개와는 다르게 중반부가 굉장히 느슨하고 내용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귀족들에 의해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저항군 제피르팰컨에 참가하게 되면서 체사레의 뒤를 쫓게 되는데 대부분 포로들을 구출하는 내용에다가 쓸데없이 이동구간은 길고 내용전개가 거의 이루어지지도 않는데 시라노는 아무 불평없이 그저 제피르팰컨이 하자는대로 다 맞추어줍니다. 개인의 복수를 갈망하는 남자가 아니라 단순히 제피르팰컨에 몸담고 있는 인물중 한명으로 보일 정도로 심부름을 잘합니다. 이 중반부에 동료들의 과거 이야기 같은 동료퀘스트를 넣었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멋진 동료의 개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아쉬운 면도 있고, 제피르팰컨에 참가해서 포로구출만 하러 다니니 너무나 지루합니다.


[도대체 알 길이 없는 체사레의 과거]


[포로 구출은 그만!!]


 외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답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변화한 작품입니다. 그래픽적으로 놀랄만한 발전을 이루었고 전형적인 SRPG에서 벗어나는 시도 또한 좋았습니다. 비록 전작에서 다루었던 국가간의 전쟁, 대륙의 생사가 달린 신과의 전쟁같은 대단한 스케일에 비하면 제국 내에서만 벌어지는 작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외전이라는 이름을 빌어 시라노라는 비극적인 인물을 활용해 이야기를 잘 풀어냈고 멀티엔딩으로 다양한 마무리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칭찬할만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인카운터율로 피로감이 상당하며 특히 두번째 CD에서 지나칠 정도로 느슨한 전개로 인해 발생하는 지루함은 이 게임의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또 튕김현상으로 인해 게임이 불안정한 점은 게임의 완성도를 낮추는 역할까지 해줍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와 그에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몰입감이 높아 장점이 단점보다 조금 더 많은 괜찮은 RPG입니다.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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