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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아직까지도 연재를 이어나가고 있는 한국의 대표 무협만화 열혈강호의 게임판입니다. PC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로도 여럿 나왔으나 이 게임은 2001년에 발매된 PC 패키지 게임이자 최초로 게임화가 된 열혈강호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 봤을때는 좋아 보였는데 지금 보니 그래픽이 아주 좋다고 볼 순 없습니다. 2001년이면 PS2 게임들이 꽤나 나오던 시절인데 그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도 눈이 썩는 그래픽은 아니라 봐줄만 합니다.  3등신 정도로 표현된 인물들은 입도 없지만 원작 인물의 특징을 잘 표현했고 깔끔하긴 합니다. 물론 입도 없고 표정 변화도 없기 때문에 한 걸음 떨어져서 멀리서 봐야 괜찮아요.

[깔끔함은 갖춘 그래픽]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는 액션 게임으로 그야말로 전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액션게임은 완급 조절을 위해서 퍼즐 요소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그런 거 없습니다. 액션과 개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한비광과 담화린이 주인공인데 한비광이 등장하고 조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입니다. 이 둘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른 인물을 조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며 다른 인물을 조작할때마다 새로운 무기와 무공을 사용하는 것도 게임의 특징입니다.

 

 심,기,체,혼 네 가지 버튼으로 공격이 구성되어 있으며 이 네 가지 버튼을 조합해 콤보를 만들어 적을 공격해야 합니다. 버튼 조합을 통해 최대 5번의 연속공격이 가능하며 이 버튼 조합은 조작하는 인물에 따라 바뀌니 잘 숙지해 두는 편이 좋지만 하나의 조합만 계속 사용하면 지루하기도 해서 대충 마음 가는대로 누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공격 외에도 무협 게임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무공이 있습니다. 스페이스바를 누른 후 올바른 버튼 조합을 누르면 무공을 시전하며 꽤나 화려한 공격을 볼 수가 있습니다. 천마신공으로 대표되는 광룡강천, 천마대멸겁 이나 장백검결 등의 만화에서만 봤던 무공을 직접 시전할 수 있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게임의 전투 체계에서 재미있는 유일한 부분입니다.

[전투 기본 공격]

 애초에 액션 게임에 사용하면 안 되는 이동 조작 체계를 넣어놨습니다. 어차피 고정시점인데 바이오하자드식 이동 조작체계를 갖다 놓았습니다. 앞으로만 이동할 수 있고 좌,우 버튼을 누르면 제자리에서 회전을 합니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몸을 회전한 후 앞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거나 회전하면서 앞으로 가야 하는데 왜 액션게임에서 이런 조작 체계를 넣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개발자가 변태적 성향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거기에 몇몇 구간에서는 시점도 좋지 못해 굉장히 불편합니다. 

 

 전투도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변화가 없다시피 합니다. 적도 다양하진 않은 데다가 다양하지 못한 적이 천편일률적인 공격방식을 가지고 있어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치 무쌍시리즈에 나오는 일반 병사같은 바보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공략하는 맛도 없습니다. 최대 5번의 일반 공격 이후로는 적이 쓰러져버리기 때문에 추가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보스전에서도 말이죠.

 

 진행하면서 주인공인 한비광과 담화린의 무공이 몇 개 추가되는 것이 전투의 다양성을 주는 유일한 요소입니다. 문제는 이 무공의 추가가 전투의 방향성을 바꾸거나 다양한 공격방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5번의 연속공격이 끝날 때와 마찬가지로 무공을 시전하면 적이 쓰러지는데 기본공격와 무공과의 연계가 이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단발적이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가장 효율적인 건 막기 버튼을 누른 후 양 옆으로 움직이며 빈틈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적의 종류를 늘리고 적의 공격 방식을 다양하게 해서 피하기, 막기 등과 연계하거나 기본 공격과 무공을 연계시켜서 콤보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거나 했어야 하는데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되어 있질 않아 전투가 굉장히 심심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화에서 봤던 무공을 쓸 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

 만화와는 다르게 주인공인 한비광의 등장까지 꽤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빼고는 만화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정파 천하오절중 하나이자 장백검결을 사용하는 검황의 손녀 담화린은 산채에서 수행 도중 갑자기 괴한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들은 담화린을 마검랑으로 오해하고 마검랑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고 산채를 습격합니다. 끊임없이 오는 적들을 피해 담화린은 산채를 벗어나 이들에게서 도망갑니다. 와중에 지연운이나 부용에게 도움을 받으며 한비광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검황의 무기이자 현재 담화린이 사용하고 있는 복마화령검을 노리는 이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만화의 전개 그대로 따라간다]

 현재도 완결이 나지 않은 상황인데 무려 20년 전에 발매한 게임이라 최종 보스나 스토리의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게임에서도 보면 복마화령검을 둘러싼 진상필편과 비무대회편으로 내용이 나뉘어지고 이후 신지로 향하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지만 당시에는 신지에 대한 내용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어서 게임 자체적으로 후반 이야기를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자체적으로 결말을 낼 거였으면 전개에 신경을 써서 중간 이야기를 잘 가다듬었어야 했지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죠. 비무대회 이후 갑자기 신지로 가는 것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럽습니다. 덕분에 마무리까지 부실해지면서 산만한데다가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 비밀에 쌓여있던 신지의 내용이 조금이나마 나온 것은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이긴 했습니다.

 

 초반의 열혈강호는 개그 요소가 많았고 그 것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헌데 게임에서는 지나치게 개그 요소에 집중하면서 더욱 더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등장인물도 꽤 있고 명장면도 많아서 그것을 다 보여주고는 싶은데 개발력의 한계인지 분량의 한계인지 그것을 축약하면서 보여주어 중요 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에 너무나도 부족한 표현력을 보여줍니다.

 

 당시 19금 딱지 붙었던 만화인데 엔딩에는 "어린이 여러분! 내년 방학에 또 만나요!" 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제작사가 보통 바보는 아니다란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근데 실제로 2편이 있더군요. 시간나면 한 번 해 볼 마음은 있습니다.

 

 그래도 건질만한 것은 있으니, 원작에 등장했던 명장면만은 원작 그림에 색을 채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림을 보니 그 시절에 만화책 보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더군요.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개그 요소에만 집중한 게임판]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좋았다]

 근래에는 아캄 시리즈, 소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몇몇 드래곤볼 게임처럼 만화 원작의 게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과거만 하더라도 정말 많은 만화원작 게임들이 엉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명 만화의 인기있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에만 기대어 형편없는 게임성을 보여주는 게임이 즐비했는데 불행하게도 이 게임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개그 요소로 대변되는 캐릭터성에 지나치게 몰두해 정작 다양한 인물의 뒷 이야기에 신경쓰지 못했고 천마신공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기술 표현에만 신경쓰다보니 정작 기본적인 전투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형편없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게임에서 건질 수 있는건 화려한 성우진의 더빙과 이따금씩 나오는 멋진 일러스트, 그리고 발매당시 밝혀진 것이 거의 없었던 신지의 일부를 조금 엿볼 수 있었던 게 전부입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해보니 옛 추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읽은 지 워낙 오래 되어서  내용이 궁금하긴 해서 만화책 한 번 봐야겠습니다. 신지가 어떤 곳인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플레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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