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만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PS2로 발매했던 절체절명도시 1편을 재미있게 했기에 주위의 혹평에도 꽤 기대했던 절체절명도시4 입니다. 제목 뒤에 PLUS가 붙었는데 왜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확장판인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큰 예산이 투입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픽은 좋지 않은 편입니다. 멀리서 얼핏 보면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조금만 다가가면 그 수준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도 못 봐줄 수준은 아니긴 해서 플레이하는데 큰 지장은 아닌데 몇몇 장면은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그래픽과 우스꽝스러운 엑스트라 인물의 표현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나마 신경 쓴 것은 주요 인물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좋진 않습니다. 하지만 주위 엑스트라 인물이 굉장히 별로이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몇몇 인물이 굉장히 이뻐 보입니다. 아주 놀라운 반사효과에요.
생존 어드벤쳐 게임으로 지진이라는 재난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등으로 인해 길이 막혀있고 이것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아이템을 획득하여 사용하거나 대화를 통해 다음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1편은 어드벤쳐 요소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아이템을 수집하고 그 아이템을 사용해 갈 수 없던 장소에 도달하거나 얻을 수 없었던 아이템을 얻게 되는 등의 기본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죠. 그런데 절체절명도시4는 어드벤쳐 요소가 아주 미약하고 엉망입니다.
대부분의 아이템은 쓸 데 없는 의상이나 왜 이렇게 많이 나오나 싶은 나침반입니다. 극히 드물게 아이템을 조합해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긴 한데 그 아이템을 얻으러 가는 과정도 별 재미가 없고 잘 만들어지질 않았습니다. 고민할 요소도 없고 머리를 써야하는 것도 없어서 그저 탐색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도 강합니다.
지진이 덮쳐오는 재난 상황의 긴장감을 느끼기도 어렵습니다. 처음에 큰 지진이 일어난 후 많은 뉴스 속보가 나오고 긴박한 상황같지만 지진이 일어난 바로 직후부터 후반부까지 복구 상황이 이어지며 피난도 순조롭게 이어져서 끊임없이 덮쳐오는 지진 상황에서의 액션같은 요소는 기대하기 힘들며 게임이 아주 평온합니다.
1편같은 경우는 어드벤쳐 요소와 액션 요소가 적절히 가미 되어 게임의 긴장감과 속도감 배합도 좋았지만 이 게임은 하는 내내 축 늘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중간중간 지진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연출이 심각하게 부족해 그 상황마저도 평온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그 지진을 피해 빠르게 도주하는 내용도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또, 지나칠 정도로 개그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선택지부터 멍청하기 짝이없는 선택지가 많은데, 문제는 그 많은 선택지가 다양성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겁니다.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결국 그 다음 대화 2~3 문장 정도만 바뀌지 결과는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흐름이 크게 바뀌거나 중요 사건이 갈라지는 선택지는 거의 없어서 엔딩을 본 후 다시 플레이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선택지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에 따른 대사가 재미있는 것도 아니라서 유머를 잃어버린 사람이 대사를 쓴 것이 확실합니다.
배변 욕구가 또 다른 예로 볼 수 있는데, 생존을 위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배변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어떤 의도인 지 파악이 안 됩니다. 배변을 해결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수치가 쌓여서 체력이 떨어지는데 게임에 불필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화장실도 워낙에 자주 나오는 편이기도 해서 그냥 한 번 재미 요소로 넣었으면 모를까 이해가 안 돼요.
먼 지역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버스를 타고 먼 지역에서 스이렌 공원 근처로 향합니다. 엄청난 선택지를 자랑하는 게임답게 주인공의 뒷배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면접, 산책, 쇼핑 등의 승이렌 공원 방문 이유를 선택할 수 있지만 위에 서술했다 싶이 게임에 별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던 도중 지진을 경험하게 되고 이곳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하지만 지진의 위협은 크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지진을 경험하고 난 후 서서히 복구되는 가운데 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황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각 구역마다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카에데와 관련된 이야기가 게임의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각 구역마다 여러 인물들과 상황을 보여주지만 그 깊이가 굉장히 얕아 이야기에 빠져들 시간도, 감탄할 만한 연출도 없으며 전달하려는 주제에 공감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대사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 대사가 재미있지도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을 만날 수가 있는데, 표현되는 상황과 인물이 굳이 재난 상황이 아니라도 표현이 가능할 만큼 큰 개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갈등을 표현하는 방식도 굉장히 1차원적이고 직접적으로만 묘사되어 유치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실제로 굉장히 유치한 편이며 이런 상황에서도 멍청한 선택지가 난무하여 유머마저 죽어버린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재난 상황에서의 긴박함을 보여주는 데도 실패하였고 재난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나 인간의 나쁜 감정등을 표현 하는 것도 아주 엉성하며 깊이가 부족합니다. 죽어버린 유머감각하지 더해져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형편없게 만듭니다.
재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유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굉장히 유치하고 가벼운 내용으로 게임의 전반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 유머가 재미있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됐을 지도 모릅니다. 지진이 덮친 재난 상황 속의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면 이 게임은 괜찮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게임의 본연의 목적을 살려 퍼즐 요소를 잘 담아내어 플레이하는 재미를 주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이 게임은 그 중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엉망진창인 게임으로 기억될 겁니다. 도대체 이 게임에서 왜 똥 싸려고 화장실을 들러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네요. 똥 쌀 곳을 못 참아 바지에다가 싼 기억이 있는 사람이 한을 품고 게임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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